(인터뷰)‘유령’ 박소담 “하늬 언니, 내겐 엄마 같은 존재”
“‘미친 텐션 가자’ 감독님 캐스팅 제의...시나리오 읽고 배역 매력 빠져”
“영화 속 일본어 대사, 일본어 남·여자 선생님 말투 섞어서 만들어 봤다”
입력 : 2023-01-27 07:00:27 수정 : 2023-01-27 07:00:27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함께 작업했던 배우들 모두가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었다고 합니다. 그게 그런 이유 때문에 그랬는지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너무 미안하고 또 미안한 마음이었답니다. 영화 유령현장에서 박소담을 보는 동료 선후배 배우들 모두가 의아 했었답니다. 일단 박소담, 악바리로 소문난 여배우입니다. 현장에서 절대 조금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 배우였습니다. 거기에 예의도 바르고 무엇보다 연기를 너무도 잘합니다. 그와의 작업에 감독 그리고 선후배들은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좋은 에너지를 얻어간다고 다들 좋아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유독 유령현장에서만은 박소담이 너무 힘들어 했습니다. 오죽하면 박소담 본인이 번아웃인가싶었을 정도로 이상 했었다고 하니 말이죠. 그렇게 겨우 겨우 작업을 다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너무 체력적으로 이상을 느껴 병원에 갔습니다. 깜짝 놀랐답니다. ‘갑상샘암진단을 받았습니다. 더욱 놀라운 건 조금만 더 늦었다면 목소리를 잃을 뻔 했었답니다. 물론 지금은 거의 완치에 가까울 정도로 건강을 되찾았답니다. 아직 의학적으로 완치판정을 받진 않았습니다. 박소담은 유령인터뷰 첫 마디로 아프길 잘했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들어봤습니다.
 
배우 박소담. 사진=CJ ENM
 
그의 전작 영화 특송개봉을 앞두고 들린 소식이었습니다. ‘이란 말에 모두가 놀랐습니다. 당연히 본인은 얼마나 놀랐을까 싶었습니다. 그때만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지만 특유의 유쾌하고 밝은 성격의 박소담입니다. 그는 그때를 떠올리면서 코미디 영화를 본 것처럼 생글거리고 웃으면서 얘기를 합니다. 이 정도의 대범하고 낙천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으니 빠르게 건강을 찾은 것 같기도 한 듯싶었습니다.
 
지금이야 웃고 말하지만 사실 그땐 아찔했어요. 목에서 약 10개 정도인가 혹을 때어냈어요. 수술 후 얼마 동안은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아 너무 힘들었죠. 당시에 임파선까지 전이가 돼서 두 달을 넘게 아무 소리도 못 냈어요. ‘특송개봉 당시였는데, 혼자 극장 가서 영화 보면서 얼마나 울었는데요(웃음). 다신 연기 못할 줄 알았었죠. 그래서 요즘 하루 하루가 너무 감사해요. 사실 아팠던 게 진짜 보약이 된 셈이에요.”
 
유령을 연출한 이해영 감독과는 2015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이후 두 번째 작업이었답니다. 당시 인연이 이번 유령으로 이어진 셈입니다. 박소담은 어느 날 이해영 감독에게 온 전화 한 통가 이번 유령과의 인연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전화에서 이 감독은 박소담에게 미친 텐션으로 가보자란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웃습니다. ‘도대체 미친 텐션이 뭘까라면서 이 감독이 전화 이후 며칠 뒤 보내 온 시나리오를 읽은 뒤 그 말의 의미를 알게 됐다고.
 
배우 박소담. 사진=CJ ENM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지 싶었죠. 막 광기 어린 무슨 흉내를 내야 하나 등등 이었어요. 근데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감독님의 말 뜻이 조금씩 이해가 됐죠. 캐릭터 하나하나가 전부 살아 있는 게 느껴졌어요. 이 정도로 몰입감이 높을 줄 몰랐어요. 다음 장에서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했어요. 그 안에 있는 유리코란 인물을 진짜 잘 해내고 싶었죠. 모든 인물과 관계를 맺고 있는 유리코의 매력을 진짜 잘 살리고 싶었어요.”
 
극중 표현됐고 또 시나리오에도 쓰여져 있는 유리코는 굉장히 강한 인물이었습니다. 일단 아주 화려합니다. 화려한 의상을 갑옷처럼 두른 채 경호대장 카이토(박해수)의 의심을 튕겨내며 갇힌 호텔 안을 휘졌고 돌아다닙니다. 때로는 자신을 의심하는 카이토에게 오히려 호통을 치면서 분위기를 주도하기도 합니다. 성격적으로는 아주 불 같은 모습을 보이면서도 어떤 면에선 또 요부의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한 마디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면을 다 갖고 있는그런 인물이었습니다.
 
자세히 설명하면 완전 스포일러인데(웃음). 일단 총기 액션을 소화해야 해서 진짜 많이 연습헀어요. 근데 총이 너무 무겁더라고요. 아무리 가볍게 만들어도 4kg가 넘어요. 더군다나 그땐 제가 몸도 안 좋았잖아요 하하하. 그걸 들고 뛰고 구르고. 근데 또 촬영 때는 너무 재미가 있어서 심장이 뛸 정도였어요. 정말 색다른 모습을 모니터를 통해 보는 재미도 쏠쏠했어요. 당시에는 분명 힘들었는데 이게 이런 맛이구나싶은 건 실제로 많았어요.”
 
배우 박소담. 사진=CJ ENM
 
액션 못지 않게 눈에 띄는 점은 일본어 연기였습니다. 일단 박소담은 검은 사제들에서 유창한 외국어 연기를 소화한 바 있습니다. 물론 검은 사제들에선 정상적인 외국어 연기는 아니었으니 사례로 들긴 무리가 있다고 웃는 박소담입니다. ‘유령에선 일제 강점기 고위층의 개인 비서인 유리코의 강단 있는 성격이 녹아 든 억양의 유려한 일본어 연기가 필요했습니다. 그걸 위해 외우고 또 외우며 일본어를 몸에 장착 시켰답니다.
 
저만 일본어를 소화한 게 아니라 부끄러워요(웃음). 박해수 선배님은 대사가 100% 일본어 이셨어요. 설경구 선배님도 절반 이상이 일본어 이셨고. 우선 현장에 선생님 두 분이 계셨어요. 재일교포 분이셨는데 남자 분 한 분하고 여자 분 한 분이셨어요. 유리코 자체가 일반적인 여성의 목소리로만 가면 안될 듯 했어요. 그래서 제가 남자 선생님에게도 녹음을 해달라고 해서 남자의 어투를 많이 섞어 봤어요. 실제 촬영에선 남자의 어투와 여자의 어투를 여러 개 섞어서 짜집기를 해서 제가 활용을 많이 했어요.”
 
앞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한 유령의 이하늬는 박소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이런 마음은 박소담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 극중에서 가장 많이 함께 하고 또 묘한 감정선을 나누는 연기도 합니다. 보는 관객에 따라선 두 여성의 러브라인으로 해석할 수 있을 정도로 끈끈한 느낌을 전하게 만듭니다. 박소담은 영화를 보시고 언니와의 관계를 해석해 달라고 웃습니다.
 
배우 박소담. 사진=CJ ENM
 
“저 진짜 모두가 감사한데 특히 언니 아니었으면 못 버텼을 거에요. 최근에는 갑상선에 좋은 오일이라고 만들어 주시기도 하고, 암에 좋다고 이것저것 챙겨주시고 보내주시고 하세요. 정말 저한테 엄마 같은 존재에요. 촬영 때는 극중 관계 때문에 제가 막 반말하면서 하극상을 벌이잖아요(웃음). 시나리오에 있으니 그렇게 하는 거지만 그게 쉽지 않아요. 근데 그걸 쉽게 할 수 있게 해주세요. 다 받아 주세요. 진짜 제가 번아웃이라 착각하고 촬영 중 수령에 빠져 허우적 댈때마다 절 잡아준 고마운 언니에요.”
 
그는 다시 한 번 아프길 잘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뜻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갖게 됐다는 것에 대해 그렇게 말한 것이었습니다. 본인 스스로도 자신을 잘 몰랐답니다. 그런데 이번에 아프고 난 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이젠 스스로를 속이지 않고 자신에게 좀 더 솔직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습니다.
 
배우 박소담. 사진=CJ ENM
 
저 굉장히 긍정적인 사람이 생각하고 살았어요. 쉬는 날에도 전 집에 안 있어요. 나가서 친구들 만나고 수다 떨면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근데 그게 절 괴롭히는 거였더라고요. 아프고 난 뒤 진짜 두 달 정도를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만 있었어요. 근데 그게 너무 좋더라고요. 이게 쉬는 거구나 싶었죠. 32세가 된 뒤 처음 느꼈어요. 이젠 내 몸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배웠어요. 지금도 아주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누구에게라도 말씀 드려요. ‘저 오늘은 쉬어야 할 거 같아요라고. 아직 완치는 아니에요. 빨리 몸 추스른 뒤 완치 받아서 더 열심히 즐겁게 일하고 싶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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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