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하나증권 중징계…랩·신탁 시장 소멸 가속화
MMF·CMA로 '머니무브'
신뢰도·이미지 하락에 랩·신탁 기피
입력 : 2024-06-28 15:18:53 수정 : 2024-06-28 16:36:40
 
[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랩·신탁) 시장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채권형 랩·신탁 시장의 불법적 거래 관행에 대해 철퇴를 든 뒤 급격히 위축되는 모습입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7일 이와 관련해 KB증권과 하나증권에 대해 기관 중징계를 내린 만큼 신뢰 회복이 요원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일임형 랩어카운트 총잔고는 지난 4월 말 기준 91조7470억원으로 지난해 4월말과 비교해 18.6%나 쪼그라들었습니다. 작년 4월 28일 기준 잔고는 112조6475억원에 달했는데요. 해당 수치는 점점 내려오다가 10월 말부터 100조원 아래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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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가 운용하는 특정금전신탁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해당 상품은 고객이 운용상품군을 정하면 증권사가 이에 맞게 굴려주는 상품입니다. 지난 4월 말 잔고는 211조5507억원으로 지난해 4월 말 224조8722억원과 비교해 13조원 넘게 감소했습니다. 채권형과 정기예금형이 대부분입니다. 올해 기준 이들은 전체 특금신탁 잔고의 각각 23%, 26%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랩, 신탁상품은 대부분 단기자금을 안정적으로 굴리는 용도로 활용합니다. 다만 시장 신뢰도, 이미지 하락으로 1년만에 30조원 돈이 증발한 셈입니다. 
 
랩·신탁 사태 후폭풍…투자 부담에 자금 이탈
 
해당 시장서 빠져나온 뭉칫돈 일부는 머니마켓펀드(MMF)와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법인이 가입한 MMF 잔고는 지난 26일 기준 182조519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 164조8325억원과 비교해 18조원 가까이 늘었습니다. 개인이 가입한 MMF 잔고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같은 날 기준 17조383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 15조694억원보다 증가한 것입니다. 
 
CMA 계좌수와 잔액도 증가했습니다. CMA는 투자 상품에 따라 환매조건부채권(RP)형, MMF형, 발행어음형, 기타형(머니마켓랩어카운트(MMW))으로 분류됩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늘어난 건 MMW를 포함한 기타형입니다. 지난 26일 기준 법인 계좌 잔액과 갯수는 각각 12조2695억원, 16만4631개인데요. 지난해 같은 날 10조3569억원, 15만691개보다 증가했습니다. 
 
개인 계좌 잔액과 갯수도 늘었습니다. 같은 날 기준 계좌 잔액과 갯수는 67조1063억5289만원, 3940만9671개로 지난해 58조2521억원, 3667만2860개보다 10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랩 신탁에서 자금이 많이 빠져나와 다른 운용상품으로도 돈을 옮기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머니무브의 주요 배경으로 랩, 신탁상품 전반에 대한 신뢰도 하락을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채권 '돌려막기' 하나·KB증권에 중징계…CEO도 제재포함
 
지난해 금감원은 하나증권·KB증권을 포함한 9개 증권사 운용역이 만기도래 계좌의 목표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불법 자전거래를 통해 타 고객 계좌로 채권을 넘기거나 고유자산으로 손실을 보전한 사실을 검사에서 적발한 바 있습니다. 
 
이에 지난 27일 당국 제재심의위원회에서 KB증권과 하나증권에 대해 일부 영업정지 제재 방침을 정했습니다. 아울러 양사 운용 담당 임직원에는 중징계가, 이홍구 KB증권 대표를 포함한 감독자에 대해서는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 조치를 결정한 바 있습니다. 
 
징계 수위는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를 거쳐서 최종 확정되며 이 두 회사 제재를 시작으로 나머지 증권사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제재심을 열 계획입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랩·신탁 시장이 살아날 확률 없어보인다"며 "상품 자체에 대한 신뢰 떨어졌기 때문인데 이번에 제재를 받지 않았더라도 이미 이미지가 바닥쳤기 때문에 이같은 흐름을 이어졌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지난해부터 판촉행사 등 유치를 하지 않은 영향도 있다"며 "안정형으로 유지하려던 자금이다보니 비슷한 성격의 시장으로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랩·신탁)시장이 갈수록 소멸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이 채권형 랩·신탁을 운용하면서 불법 자전거래로 고객 손익을 다른 고객에 전가한 증권사들에 대해 칼을 꺼내든 뒤 가속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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