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쿠팡 정산방식 변경에 셀러 '혼란'…쿠팡 "재조정 하겠다"
제대로 된 공지 없이 광고비 책정 방식 변경
주 정산 셀러들 당혹…자금 경색 우려까지
티메프 사태 의식했나…쿠팡 급하게 원상복귀
입력 : 2024-07-29 10:34:34 수정 : 2024-07-29 17:50:25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쿠팡에 입점해 물건을 파는 셀러(판매자)들이 갑작스러운 정산 방식 변경으로 혼란에 빠졌습니다. 셀러들은 일정 기간 상품 판매금액에 광고비, 할인액 등을 공제한 금액을 정해진 날짜에 정산받는데, 쿠팡이 주 정산 광고비 책정 방식을 구체적인 사전 공지 없이 변경하면서 공제액이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이에 정산액이 기존보다 낮아지거나 0원이 돼 정산을 받지 못한 셀러도 있습니다.
 
이를 모르고 있던 셀러들은 정산액이 입금되지 않자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확산을 우려하기도 했는데요. 변경된 광고비 책정 방식에 쿠팡은 기존보다 더 큰 금액을 더 길게 보유하게 되면서 셀러들 사이에선 쿠팡만 이득을 취한다는 비판까지 나왔습니다. 이에 쿠팡은 광고비 책정 방식을 기존대로 원상 복귀하기로 입장을 급선회했습니다.
 
29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최근 쿠팡이 광고비 책정 기준을 변경했다가 셀러들의 반발이 커지자 이를 철회했습니다. 광고비 지급 여부는 판매 플랫폼 상단 노출 등을 결정하는 요소입니다.
 
쿠팡의 정산 정책은 △주 정산 △월 정산 △빠른 정산으로 3가지입니다. 이번 광고비 정산 방식 변경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주 정산입니다. 주 정산의 경우 일주일 동안 상품을 판매한 금액을 나눠서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판매금액의 70%는 그 주 일요일로부터 15일(영업일 기준) 뒤 지급하고, 나머지 30%는 두 달 후에 지급합니다.
 
정산 시 셀러가 손에 쥐는 금액은 상품 판매금액에 광고비, 판매수수료, 할인액, 배송비 등 쿠팡이 가져가야 할 금액을 차감한 액수입니다.
 
당초 일주일간의 판매금액 정산 시 광고비도 일주일 단위로 책정해 공제해 왔으나 하루 단위로 정책을 바꾸면서 정산 시점에 최근 3주가량의 광고비까지 한꺼번에 빠진 것입니다.
 
주 정산을 받는 쿠팡 셀러 A씨는 "7월 1~7일 판매한 금액의 70%가 지난 26일 들어와야 하지만 당일 입금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쿠팡 상담센터에 확인한 결과 최근 한 달간 광고비를 빼니 정산액이 0원이 됐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일주일 전부터 온라인 시스템에서 정산내역을 보면 정산액이 0원으로 떠 있어 시스템 오류가 발생한 줄 알았다"며 "업계 1위 쿠팡도 정산이 원활하지 않은 줄 알고 가슴이 철렁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쿠팡 물류센터에 주차된 차량 모습. (사진=뉴시스)
 
쿠팡 측에서 변경된 정산 방식에 대해 제대로 공지하지 않으면서 셀러들의 혼란을 키웠습니다. 쿠팡 셀러 B씨는 "갑자기 이전보다 정산액이 크게 줄어 하루 종일 쿠팡에 문의 전화를 했다"면서 "심지어 상담원이 잘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예상을 빗나간 정산액으로 셀러들은 자금 융통을 크게 걱정했는데요. B씨는 "이번 일로 (정산액이) 입금되지 않거나 입금액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면서 "소규모 셀러들은 정산액을 계속 돌리면서 수익을 낸다. 갑자기 손에 쥔 자금이 줄어들면 어디선가 돈을 당겨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셀러들은 쿠팡이 정산 전에 광고비부터 빼간다는 점에서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더욱이 같은 이커머스업계의 티몬과 위메프가 긴 정산 주기를 이용해 셀러들에게 줄 판매대금을 돌려막기 한 것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쿠팡에게 유리한 정산 방식 변경 이면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왔습니다.
 
셀러 C씨는 "판매자에게 돈은 늦게 주고 광고비는 빨리 받아 가는 것 아니냐"며 "안 그래도 쿠팡 정산 방식이 복잡한데 자기들이 챙길 돈은 미리 챙겨가는 부분에서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티몬, 위메프 사태로 정산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상황에서 쿠팡이 왜 제대로 된 공지 없이 정산 방식을 바꿨는지 궁금하다"면서 "결과적으로 쿠팡만 좋은 일이 된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셀러들 사이에서 불만이 확산하자 쿠팡은 정산 방식 변경을 없던 일로 하고 광고비 차감분을 환급하기로 했습니다. 쿠팡 관계자는 "광고비 상계 주기가 '주 단위'에서 '일 단위'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일부 판매자에게 영향이 있어 광고비 차감분을 차주 초 판매자들에게 지급할 예정이다"고 밝혔습니다.
 
쿠팡의 광고비 집행에 대해서는 다른 업체보다 셀러들에게 유리하다는 입장입니다. 타사의 경우 광고 집행 전 광고비를 먼저 받는 선불식이 일반적인 데 반해 쿠팡은 셀러 부담 저감을 위해 광고 후 비용 차감의 후불식을 취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판매자들의 효율적인 자금 운용을 돕기 위해 업계가 주로 사용하는 선불충전 방식이 아닌, 사용한 광고비를 추후 내는 방식을 고수해 왔다"면서 "판매자들의 효율적인 자금 운용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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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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