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기시다 퇴진까지 '꽃길'
2022년 9월 첫 회담 후 12번째 양자회담…사도광산 '강제성' 포기 논란도
입력 : 2024-09-06 16:53:08 수정 : 2024-09-06 16:53:08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2번째이자 마지막 고별 정상회담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사 해법 등에 '남은 물컵 반 잔'을 일본이 채워줄 것이라는 윤석열정부의 기대는 무산됐습니다. 일본 내에서조차 기시다 총리의 '퇴임 여행'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데, 사실상 우리 정부가 '꽃길'을 깔아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며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시다 퇴임 길에 '12번째 회담'…'물컵 반 잔' 없었다
 
6일 열린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12번째 회담은 일본 측의 강한 요구에 따라 성사된 것으로 알려집니다. 저조한 지지율의 기시다 총리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해 이달 말 퇴임하는데요. 자신의 핵심 성과이기도 한 한·일 관계 개선을 마무리 짓기 위해 방한을 추진한 겁니다.
 
일본 <닛케이>도 기시다 총리의 이번 방한에 대해 "총리가 9월 말 퇴임하기 전 제3국에서 자국민 대피에서 협력을 포함한 강고한 양국 관계를 내외에 드러내 보이려 한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를 한국으로 초청해 대통령 돈도 아니고 우리가 낸 세금으로 이임 파티를 해준다고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양국 정상은 윤 대통령 취임 후인 지난 2022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를 계기로 첫 정상회담을 열고 이번 회담까지 12차례 마주 앉았습니다. 이를 통해 양 정상은 '셔틀 외교' 복원과 한·미·일 3국 간의 안보·경제 협력 체제 구축을 성사시켰다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경색 국면에 있던 한·일 관계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윤석열정부가 집권 초기에 내놓은 '강제동원 배상 제3자 변제안' 때문입니다. 
 
제3자 변제안은 일본 피고기업 대신 우리나라의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과 이자를 먼저 지급하는 방식인데요. 재원은 양국 기업이 기부로 채우기로 했습니다. 
 
당시 박진 외교부 장관은 "물컵에 비유하면 물이 절반 이상 찼다고 생각한다"며 "이어질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 남은 물컵이 더 채워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양국 기업이 재원을 채우기로 했지만 일본 측의 호응은 전무했습니다. 결국 '물컵론'은 일방적 양보만 있을 뿐 얻은 건 없다는 윤석열정부 대일 외교의 상징이 됐습니다.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가 6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회 개원식엔 '야당 탓' 불참…일본엔 일방적 '양보'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열린 22대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바 있습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와 관련해 국회 부의장 출신이기도 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을 향한 조롱과 야유, 언어폭력이 난무하는 국회에 가서 곤욕을 치르고 오시라고 어떻게 말씀드릴 수 있겠나"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국정 운영 파트너이기도 한 야당에 한 치의 양보도 하지않은 셈인데요. 정작 한·일 관계에서는 일방적 양보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8월 윤석열정부는 국민적 반대가 높았던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를 용인했습니다. 8월 18일 한·미·일 정상회의 직후 일본 정부는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오염수를 방류했는데요. 사실상 해당 회담에서 오염수 방류를 용인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당시 여권은 오염수가 아니라 '처리수'로 표현해야 한다며 일본을 옹호하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인들의 강제동원 피해 현장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를 10년 이상 준비했던 일본은 문재인정부의 강한 반대에 직면했었습니다. 그러다 윤석열정부 들어서 세계유산 등재에 찬성해 준 건데요.
 
하지만 일본은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자료에 '강제성'을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정부가 일본과의 협상 과정에서 '강제성' 표현을 포기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게다가 한국이 동의하는 조건으로 설치한 사도광산 전시관에는 "한국인은 특유의 불결한 악습이 있다. 본성이 둔하고 기능적 재능이 극히 낮다"라며 강제 노역 조선인을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내용이 전시돼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 외교부는 해당 구절에 대해서 "당시 조선인들의 가혹한 환경을 설명하는 말"이라고 해명합니다. 특히 윤석열정부가 최근 식민사관을 옹호하는 뉴라이트 인사들까지 전면배치하면서, 야권에서는 '친일 작태'가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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