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은 임기가 정해져 있습니다. 2년입니다. 중임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한번만 하지 연속해서 못한다는 말입니다.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것은 꽤 오래전입니다. 1988년 12월 검찰청법 개정을 통해 신설 발효됐습니다.
총장의 임기를 정해둔 것은 ‘권력으로부터 검찰의 독립 보장’이 명분이었습니다. 당시 국회도 여소야대였습니다. 1988년 11월18일, 제13대 국회에서 장석화 의원 외 59인이 ‘검찰청법 중개정법률안’을 발의합니다. 공동발의자에 훗날 대통령이 되는 김영삼·노무현 의원도 참여했습니다.
개정안에서는 검찰총장의 임기를 2년으로 하되 연임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5단계인 검찰관의 직급을 검찰총장과 검사, 검사보의 3단계로 개편 △검찰관의 상명하복 규정(검사동일체 원칙) 삭제 △대검찰청을 비롯한 모든 검찰청에서 부장검사제를 폐지한다는 파격적인 내용도 담겼습니다.
의원 법안이 발의되자 정부는 다음날인 11월19일 부랴부랴 정부안을 내놓습니다. 검찰총장의 임기를 2년으로 하는 방안입니다. 의원안과 달리 연임 금지 규정은 없습니다. 물론 의원안에 포함된 검사동일체 삭제와 부장검사제 폐지, 검찰 직급을 검찰총장과 검사로 나누는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의원안과 정부안은 국회 법사위 등에서 격렬하게 대립하면서 결국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하고, 연임할 수 없다’는 내용만 살아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총장 임기제 목적은 '검찰독립'
검찰총장의 임기를 정하려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의원안의 제안 이유 첫 줄에 명백히 나와 있습니다.
“형사절차의 전단계에 관여하는 검사의 직무행사가 엄정을 잃게 되면 형사사법 정의의 실현이 불가능하게 되기 때문에 검찰에 대해서도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강력히 보장’돼야 함에도 현행 검찰청법상 우리의 검찰조직은 권력을 집중시키고 권위주의적 행태를 강화시킨다”
‘검찰의 권력으로부터 독립’이 그때도 목말랐기 때문입니다. 총장 임기제를 도입해 검찰이 권력의 입맛에 좌우되지 않고, 검찰이 가진 수사와 기소권을 법대로 행사하게 하려는 것이 목적이었던 겁니다.
검찰총장 임기제의 혜택을 가장 확실하게 누린 검사는 윤석열 대통령일 겁니다. 문재인정부 시절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벌어졌을 때, ‘총장 윤석열’은 추 전 장관의 직무정지에 대해 ‘집행정지’ 신청을 행정법원에 냅니다.
서울행정법원은 2020년 12월1일 윤 총장의 손을 들었습니다. 검사는 법무부에 소속된 행정기관의 하나이므로 행정조직원리상 최고감독자인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에 복종함이 당연하지만,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권에 맹종할 경우 검사들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유지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0아13354 결정문)
2년 임기를 꽉 채울 것 같던 ‘총장 윤석열’은 2021년 3월, 17개월 만에 스스로 총장직에서 물러섰습니다. ‘살아있는 정권에 맞선 기백 있는 검찰총장’이라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대권후보로 급부상해 결국 대통령까지 거머쥐었습니다.
윤석열정부 첫 검찰총장에 임명된 이원석 총장이 13일 퇴임합니다. 법률에 정해진 ‘2년 임기’를 채우고 물러납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무혐의 여파가 여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을 떠납니다.
후임에는 심우정 후보가 제 46대 검찰총장에 앉게 됩니다. 정해진 임기는 역시 2년입니다.
십수년간 ‘피, 땀, 눈물’로 쌓아올 린 ‘검찰 독립의 염원’이 발현될 수 있을까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긴 하지만, 역대 총장이 이뤄내지 못한 검찰독립을 새로운 검찰총장이 세울 수 있을지 눈여겨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