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자신을 노린 2번째 암살 시도를 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책임을 거론했습니다. 대선을 불과 50일 앞둔 시점에 또다시 발생한 암살 미수 사건이 '초박빙' 대선판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라스베이거스 캠페인 행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이미지가 화면에 나오는 동안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보도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암살 시도범은 바이든과 해리스의 레토릭(트럼프에 대한 표현)을 믿었고, 그에 따라 행동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두 사람이 자신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묘사했던 과거 발언을 언급하면서 "그들의 레토릭 때문에 내가 총격을 당하고 있다"고 각을 세웠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주 해리스 부통령과의 TV토론회에 대해서도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그는 "민주당은 미디어에 의해 완전히 보호받고 있다"며 "ABC뉴스가 개최한 토론은 너무 편향적이었고 통제 불능이었다"고 비난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반응은 지난 7월13일 펜실베이니아에서 유세 도중 총격을 받은 직후의 대응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당시 그는 정적들의 책임을 추궁하는 걸 비교적 자제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번 대응을 두고 '판세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1번째 암살 시도 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였던 바이든 대통령과 지지율 격차를 벌리고 있었던 반면, 현재는 바이든 대통령을 대체한 해리스 부통령과 초박빙 경합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2번의 총격 시도에도 건재한 '강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어필할 수 있는 기회인 셈입니다. 그는 지난 7월 총격을 받은 직후에도 주먹을 불끈 쥐어 올리고, 이틀 뒤 귀에 반창고를 붙이고 나와 연설하는 등 강인한 모습으로 지지율 상승효과를 봤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지지층 결집을 위한 계기로 활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는 지난 10일 열린 TV토론회에서 해리스 부통령에게 '판정패' 했다는 평가를 받는 데다, 최근 지지율 면에서도 특별한 호재도 없습니다. 1번째 암살 미수 사건은 대중들의 기억에서 잊혀 가고 있습니다.
다만, 장소와 상황의 차이 때문에 이번 사건이 대선 판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할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야외 유세장에서 생중계로 총격을 받는 모습이 대중에 그대로 노출된 7월 사건과 달리, 이번엔 개인 소유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던 도중 암살 시도가 '사전 발각'됐다는 점 때문입니다.
결국 1번째 암살 시도 때처럼 '극적인 장면'은 없었다는 분석입니다. 이번 사건이 공화당 지지층을 결집하기에는 충분하지만, 중도층의 표심이 이동할지는 미지수입니다.
한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논란을 증폭시키는 데 동참하고 있습니다. 머스크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무도 바이든과 해리스를 암살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고 있다"고 적었는데요. 그는 게시글이 논란이 되자, 글을 삭제하고 농담이었다는 취지로 해명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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