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말 한마디에…냉온탕 오가는 삼성전자
엔비디아 물량 확보 위한 수율 개선 과제
HBM 경쟁력 저하, 이재용 회장에게 보고
젠슨 황, 삼성 파운드리 위탁 시사…미, 수출 규제 카드에는 '촉각'
입력 : 2024-09-19 06:00:00 수정 : 2024-09-19 06:00:00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왕좌격인 엔비디아의 말 한마디에 냉온탕을 오가고 있습니다. AI 가속기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큰손'으로 불립니다. 이에 따라삼성전자로서는 엔비디아 물량 확보를 위한 수율 개선이 가장 큰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수율 개선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 한계에 봉착하며 내부적으로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입니다.
 
삼성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13일 "엔비디아가 삼성의 HBM 제품 성능에 문제를 제기했다"며 "패스(Pass), 페일(Fail)을 번복하는 삼성전자의 HBM 제품 경쟁력 저하로 인한 엔비디아의 항의를 이재용 회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조만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파운드리를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의 5세대 HBM인 HBM3E 8단·12단 제품은 현재 엔비디아 퀄(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HBM3E 8단 제품을 올해 3분기 내 양산해 공급을 본격화하고, 12단 제품도 하반기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밀려 HBM 주도권을 놓치는 실기를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HBM3를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HBM3E 8단을 양산해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전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약 50%, 삼성전자가 30∼40%, 미국 마이크론이 20∼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그간 엔비디아에 HBM 공급이 지연되면서 AI 랠리에서 소외됐다는 평가를 받은 삼성전자로서는 '큰손' 엔비디아의 반응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랠리를 견인하고, 실적 개선세를 이루기 위해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해야 하는 게 시급한 과제이기도 합니다.
 
반면, 젠슨 황 CEO가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AI 칩 생산을 맡길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시장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황 CEO는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TSMC는 동종 업계에서 가장 압도적인 민첩성과 대응 능력을 갖고 있다"면서도 "필요하다면 언제든 다른 공급업체를 활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현재 엔비디아의 최신 칩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밖에 없습니다. 이를 미뤄보면  현재는 AI 칩 생산을 전부 TSMC에 맡기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품질 경쟁력을 갖춘다면 언제든 거래할 수 있다는 의미로 시장에 받아들여졌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황 CEO가 구체적으로 기업명을 적시하진 않았으나, 삼성전자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다"며 "엔비디아로서도 가격 협상력 등을 감안하면 특정 업체 한 곳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여러 경우의 수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이 만드는 AI용 반도체 HBM의 중국 수출 제재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됩니다. 앨런 에스테베스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지난 10일 "세계에 HBM을 만드는 기업이 3개 있는데 그중 2개가 한국 기업"이라면서 "그(HBM) 역량을 우리 자신과 우리 동맹의 필요를 위해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현재 바이두, 텐센트과 같은 중국 기업들은 삼성전자의 3세대 HBM(HBM2E) 등 구형 제품을 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기업에게 중국은 큰 고객 중 하나인데 미국 제재로 수출이 어렵게 될 경우, HBM 시장에서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사업 구조는 수요 측면에서 모바일, 고객 측면에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형태를 갖고 있다"면서 "조만간 미국의 HBM 중국 수출 제한 조치가 시행될 경우 중국 고객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에 불리할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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