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박현광 기자] 명태균 씨(사진)의 영향력은 윤석열 대통령 내외와의 관계가 기반입니다. 20대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윤 대통령 내외와 가까워졌으며, 이외에도 김종인·이준석·오세훈·박완수·김영선·함성득 등 보수진영 내 내로라하는 인사들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론조사가 그의 주된 무기였으며, 여론을 읽는 흐름을 비롯해 정치 현안에도 해박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일각에서는 역술인이라는 해석도 내놓지만, 그보다는 '브로커', '컨설턴트'에 가깝다는 게 중론입니다.
19일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창원을 비롯해 경남 일대에서 정치를 하는 사람들 중에 '명태균'이란 이름을 모르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명씨가 사실상 운영했던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는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사내이사와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김 전 의원은 명씨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했으며, 이는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창원의창) 공천장이 결정적 이유였습니다. 김 전 의원은 이를 통해 아무런 연고도 없던 창원의창에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되었고, 무난하게 5선 중진 반열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명씨에 대해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3선)은 "무속인은 아니다. 지극히 정상"이라면서 "독특한 시각으로 정치를 새롭게 분석하는 희한한 촌놈"으로 규정했습니다. 지난 2020년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명씨를 처음 만났다는 신 의원은 "내가 만나본 사람들 중 정치적 감각이 상당히 뛰어나다고 느꼈다"고 했습니다. 그는 "선거 기획 능력이나 그런 것이 탁월한 사람처럼 보였다"며 "내가 몰랐던 정치의 흐름을 많이 설명해줬다"고 명씨와 교류를 이어온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또 "레귤러하게 공부를 하지 않아 약간 울퉁불퉁한 경향은 있지만 오히려 레귤러 출신들이 갖지 못한 창의력이 있어 보였다"며 "일반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눈이 있고, 발상이 좀 더 열려 있었다"는 것이 신 의원의 인상입니다.
조해진 전 국민의힘 의원의 경우 개인적 친분은 없다면서도 "경남 지역에서 여러 정치 기획도 하고 여론조사도 했던 분이기 때문에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김영선 전 의원과 지역구를 놓고 다퉜던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은 "할 말이 없다"며 인터뷰 자체를 꺼렸습니다. 본지 보도로 명씨와 윤 대통령 내외와의 관계가 주목을 받으면서 대다수 국민의힘 의원들은 말을 아꼈지만,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국민의힘 당대표를 지냈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박완수 경남도지사,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 등과도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는 게 주위의 전언입니다.
이에 대해 김종인 전 위원장은 "나하고 특별한 친분은 없다"면서 "여론조사를 하는 사람이라고 들었다. 영남 쪽 의원들하고 많이 교류를 했다고 하는데, 이따금씩 찾아와 보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에 도전했을 당시 "그 사람이 붙어다니면서 열심히 했다"고 했습니다.
반면 함성득 교수는 "김종인 전 위원장은 명태균 존재가 드러나는 것을 꺼려한다"면서 "명태균과 가까운 사람이 김종인, 이준석"이라고 엇갈린 주장을 내놨습니다. 그러면서 "명태균이 데이터를 주면 그것을 보고 김종인 전 위원장이 판을 짰다"고 부연했습니다. 함 교수는 "명태균을 잘 안다"면서 "여론조사 데이터로 선거 전략을 하는 친구다. 싫어하는 사람들은 '무속인이다, 역술인이다' 하면서 공격을 많이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또 명씨를 "이준석 의원으로부터 소개받았다"고 했습니다. 함 교수는 윤 대통령 내외가 살았던 아크로비스타 이웃주민으로, 대통령 부부와도 돈독한 관계입니다.
명태균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사진을 올리며 친분을 과시했다. (사진=명태균 페이스북 캡처·독자제공)
명씨와 한때 매우 가까웠던 D씨의 주장은 충격적입니다. D씨는 "윤 대통령 내외가 한남동 관저로 들어가기 이전, 명씨는 대통령이 거주하던 아크로비스타를 가끔 들렀다"면서 "윤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뒤에도 명씨와 통화했으며 김 여사와도 자주 소통을 했다"고 자신의 목격담을 들려줬습니다. D씨는 그러면서 "명씨가 대통령 내외와의 관계를 과시하기 위해 여기저기에 스피커폰으로 대통령과의 통화 녹음을 들려줬다"면서 "이미 김영선 공천을 직접 본 사람들로서는 명씨의 영향력을 믿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인사들은 명씨의 존재를 잘 몰랐지만 경남을 기반으로 한 김두관 전 의원과 허성무 의원은 명씨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김 전 의원은 "2021년 5월 창원에서 명씨와 티타임을 한 차례 가진 적이 있다"면서 "정치 현안에 상당히 해박한, 약간은 도사적인 느낌을 풍겼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명씨는 유력 인사들과의 친분을 거론하면서 김 전 의원을 돕고 싶다는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허성무 민주당 의원(경남 창원성산, 초선)은 "여야를 넘나들면서 특히 초선 출마자들에게 접근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면서 "갑자기 새로 들어온 사람들, 지역을 잘 모르고 기반이 약한 사람들에게 밀착을 해서 그 사람의 편의를 봐준 뒤 약점을 잡고 흔드는 '전형적인 선수'라는 말이 많았다"라고 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박현광 기자 mua@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