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이진하·김진양·박주용·한동인·유지웅 기자]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맞아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민생 행보에 나섰지만, 민심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특히 고물가 등 최악의 경제 상황에서 민생 해결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 정치권 비판에 민심이 집중됐습니다.
18일 본지가 연휴 기간 '추석 민심'을 취재한 결과, 무엇보다 이번 추석 밥상머리 민심의 화두는 단연 '경제'였습니다. 자영업자들은 현 정부가 빚내서 연명하란 식의 정책을 내놓은 것에 분노했습니다. 또 20대부터 60대까지 전 세대에서는 무섭게 오르는 외식비와 식재료 물가에 살기가 더 팍팍해졌다는 이야기를 주로 내놨습니다.
"자영업자 다 죽는다"…곳곳 '아우성'
정부에서는 수출을 기반으로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고 말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 부분에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자영업자는 늪에 빠져버린 내수 경기에 신음하고 있고, 회사에 소속된 일명 '월급쟁이'마저 치솟는 물가에 외식비조차 부담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광주에 사는 60대 남성 권모씨는 "살기가 너무 힘들다.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외환위기 때도 이만큼 힘들진 않았던 것 같다"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는 '맞춤 지원'은 그저 환상 같은 존재일 뿐 내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아 막막하기만 하다"고 털어놨습니다.
자영업자라고 밝힌 충청도에 사는 60대 여성 정모씨는 "옷 가게를 하고 있는데, 장사가 너무 안된다"며 "연휴 때 혹시나 싶어 문을 열었지만 손님은 거의 없었고, 반품 보내는 일만 반복하고 있다. 올해처럼 이렇게 명절 분위기 안 나기도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라남도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김모씨는 "장흥에서 근무하는데 주변 사람들 모두 경기가 안 좋다고 얘기한다"며 "장흥이나 광주나 비어있는 상가가 너무 많다. 명절이라고 과일을 좀 사려고 하니 전년보다 너무 올라서 엄두가 안 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청주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문모씨는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친척이 자영업자를 하는데, 장사가 안되니까 계속 대출을 받게 된다"며 "정부도 추가 대출 연장 등의 지원을 많이 하는데, 이건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내수경기 회복에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3일 인천 남동구 남촌농산물도매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선물 및 제수용 과일을 구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빈부격차 점차 커져"…실질경기 체감 '심각'
일부는 치솟는 물가에 외식마저 힘들다고 하는데요. 목포에 거주 중인 30대 남성 이모씨는 "물가가 많이 올라 외식 한 번에 10만원은 쉽게 쓰게 된다"며 "과일이나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식재료 값도 생각보다 많이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이어진 폭염으로 천정부지로 오른 채솟값에 시름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60대 여성 여모씨는 "매번 추석마다 나물 반찬을 했는데, 이번에 시금치가 한 단에 9000원이 넘어가 고민하다가 포기했다"며 "알배추 하나도 5000원, 배추 3포기에 만원이 넘어가는 등 물가가 심각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여행을 가려다 포기한 사람도 있었고, 물가가 폭등하다 보니 빈부 격차가 커지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인천에 사는 40대 남성 곽모씨는 "해가 지나갈수록 수입은 그대로인데, 물가가 너무 오른다"며 "경기가 안 좋아지니 있는 사감과 없는 사람의 격차도 심해지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서울에 사는 40대 남성 이모씨는 "해외여행을 다녀올까 했는데, 금전적으로 여유롭지 않아 포기했다. 그러나 국내 여행이라고 저렴하진 않았다. 그나마 괜찮다 했던 건 떨어진 유가로 주유비가 유일했다"고 말했습니다.
대표적인 보수 지역으로 꼽히는 울산에서도 힘들다는 목소리는 같았습니다. 울산에 거주하는 60대 남성 김모씨는 "길거리에 나가면 문 닫은 자영업자가 엄청 많다"며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든 것이 지금의 현실이 아닌가 싶다. 점심 사 먹는 게 무서울 정도다. 보수 정권에 대한 기대는 경제 살리기인데, 진보 정권 때보다 더 힘들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진하·김진양·박주용·한동인·유지웅 기자 jh3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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