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가슴 쓸어내린 검찰, '윗선·권력층' 수사 탄력
'대장동 4인방' 중 3인 구속…"정영학도 영장 검토 대상"
법원, 배임죄 소명 인정…'공모지침' 관련 의혹 수사 주목
김만배 1차 영장 적시 '곽상도 뇌물' 수사도 속도 낼 듯
입력 : 2021-11-04 03:00:00 수정 : 2021-11-04 15:00:52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핵심인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와 천화동인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가 한고비를 넘겼다. 
 
서보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4일 오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 혐의를 받는 김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결과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구치소에서 대기 중이던 김씨는 1차 영장 기각 후 21일만에 구치소에 수감됐다.
 
문성관 영장전담부장판사도 같은 이유로 남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청구는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이날 영장심사에서 핵심쟁점은 김씨 등 3명에게 적용된 배임죄에 대한 소명을 법원이 받아들일 것인지 여부였다. 
 
이들 3명의 배임혐의는 앞서 구속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공모관계다. 천화동인6호 소유주이자 '수사 협조자'인 정영학 회계사도 포함된다.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 중의 한명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찰은 김씨 등에 대한 구속영장에 "유 전 본부장 등 5명은 공모해 2015년 경 민관 합동 대장동 개발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화천대유 등 특정민간 업체에 유리하도록 공모지침 자체를 결탁해 작성하고 그 업체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도록 불공정하게 배점을 조정했다"고 적시했다.
 
또 "이들은 화천대유 등이 막대한 개발 이익을 얻도록 사업협약과 주주협약 등 개방리익 분배구조를 협의하면서 공사는 확정수익만 분배받도록 하되 분배대상인 예상 택지개발이익을 평당 1500만원 이상에서 1400만원으로 축소하고, 화천대유가 직영하는 5개 블록상의 아파트·연립주택 신축, 분양이익에 대해 공사의 이익환수를 배제하는 등 각종 특혜를 주는 방법으로 최소 651억원 상당 택지개발 배당이익과 상당한 시행이익을 특정 민간업체에 취득하는 동시에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가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김씨는 이를 부인했다. 그는 전날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법정에 들어서기 전 기자들과 만나 "저희는 행정 지침을 보고 한 것이기 때문에 시가 내놓은 정책에 따라 진행했다"고 말했다. 같은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남 변호사와 정 변호사는 침묵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은 이들의 범죄소명을 위해 사활을 걸었다. 특히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에 화천대유 측에 유리한 조항이 들어가도록 하고 이를 대가로 뇌물을 건네거나 약속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성남시의회 의원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했다는 내용도 강하게 주장했다.
 
반면, 김씨는 정 회계사가 사업 전반을 설계했을 뿐 본인은 개입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영장심사를 마친 뒤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기 전 만난 기자들에게 "정영학이 설계하고 축성한 성을 정영학과 검찰이 공격하고 있는데 제가 이걸 방어해야 하는 입장에 섰다"고 말했다. 
 
법원이 밝힌 김씨 등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사유에는 배임죄에 대한 소명이 인정됐는지는 여부가 나와 있지 않다. 이들 사이에 오간 뇌물액수만도 수억원대이기 때문에 충분히 구속영장 발부가 가능하다.
 
그러나 뇌물죄는 대가성을 전제로 성립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원이 '범죄소명' 인정을 영장발부 사유로 밝힌 만큼 배임죄에 대한 검찰의 주장을 어느정도는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김씨와 남 변호사를 구속하며서 탄력을 받은 검찰 수사는 크게 배임액의 추가 규명과 '윗선 수사' 등 두갈래로 뻗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번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배임액을 651억원으로 영장에 적시했으나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기 위해 보수적으로 산정했다. 게다가 유 전 본부장과 김씨 등의 배임햄위 피해자인 성남도시개발 공사가 밝힌 배임피해 금액만도 1793억원이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곽상도 의원이 지난달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아들의 '화천대유 퇴직금 50억 원' 논란과 관련 의원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뉴시스)
 
'윗선'과 권력층 인물에 대한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도 관심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지난 1일 공개한 '판교 대장 도시개발사업 대응 방안에 대한 보고서'에서 공모지침상 초과이익 환수규정 삭제 의혹과 관련해 “이번 사건은 도개공의 대표자(직무대행) 및 담당 직원들의 업무상 배임행위에 상대방인 민간사업자 측이 이런 행위를 적극 요청 내지 권유하는 형태로 적극 가담하는 방식의 업무상 배임죄의 공동정범에 해당한다”며 “그러나 도개공 내 자료가 없고 담당자의 진술을 확보할 수가 없어 구체적으로 누가 이러한 의사결정에 참여하였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이는 수사기관의 수사에서 밝혀질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건이 불거지면서 야권이 가장 먼저 지목한 '윗선'은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 성남시장으로 재직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다. 최근에는 이 후보의 측근들도 거론된다. 일부 언론에서는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이 중도 사퇴한 데에는 유 전 본부장의 압력과 이 후보의 묵인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다만, 이 후보 측은 물론 김씨 등 대장동 특혜의혹 핵심인물 모두 이 후보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이 때문에 권력층 인물에 대한 수사가 더 빨리 진행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검찰은 김씨의 첫 구속영장에 곽상도 무소속 의원에 대한 뇌물혐의를 적시했다. 화천대유 직원으로 일했던 아들의 퇴직금 명목으로 곽 의원에게 50억원을 건넨 혐의다. 그러나 이번 영장에는 빠졌다. 보강수사가 더 필요하다는 게 검찰 입장이지만, 화천대유를 AMC로 참여시킨 하나은행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는 데 곽 의원이 개입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정 회계사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 회계사는 대장동 개발사업의 판을 짠 인물로 지목된다. 법조계에서는 정 회계사가 이번 의혹의 키를 쥐고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검찰은 그동안 정 회계사를 수사협조자로 인정하고 사실상 수사에서 배제했다. 김씨 등 핵심인물들에 대한 조사의 밑바탕도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음·녹취파일이 밑그림이 됐다. 그러나 수사팀은 정 회계사가 공범으로 적시된 만큼 구속영장 청구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김씨 등이 구속되면서 검찰이 덜게 된 가장 큰 부담은 특별검사 도입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법리적으로 배임죄에 대한 혐의 적용이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할 때 남 변호사는 물론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가능성도 점쳐졌다. 이렇게 되면 검찰은 '수사력과 의지 부족'이라는 치명타를 맞게 되고 자연스럽게 '특검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대장동 4인방' 중 정 회계사만을 뺀 3명을 모두 구속했고, 형사소송법상 구속기간을 고려하면 이번달 중 검찰은 김씨와 남 변호사를 구속기소해야 하는 만큼 '특검 도입'의 필요성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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