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SKB 2심 내년 3월 본격 시작
변론준비기일에 본안 다루지 못해…재판부 "준비서면 30페이지로 맞춰야"
내년 3월16일 1차 변론…망 이용 대가의 형태·부당이득 인정 여부 등 쟁점
입력 : 2021-12-23 16:28:09 수정 : 2021-12-23 16:28:09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망 대가를 놓고 열린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2심 재판이 내년부터 본격 진행될 예정이다. 변론준비기일에 제출한 준비 서면의 형식 문제로 재판부가 변론을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망 이용 대가 및 부당이득 기준 등 본안과 관련된 주요 쟁점은 내년 3월 첫 변론기일에 다뤄질 전망이다. 
 
 
서울고등법원 제19-1 민사부는 23일 열린 넷플릭스의 한국 법인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와 SK브로드밴드의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 항소심 첫 변론기일에 "변론 준비 서면을 30페이지로 맞춰 오라"고 요구하며 앞서 제출된 서면 다수를 채택하지 않았다. 양측은 오는 2022년 3월16일로 예정된 첫 변론기일에 형식에 맞춰 재제출해야 한다. 해외 콘텐츠 사업자의 망 사용료 부담 문제를 놓고 정부와 국회 모두 관심 높은 사안인 만큼 공개 구술 변론을 중심으로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2심의 주요 쟁점은 '망 이용 대가의 형태'와 '부당이득 인정 여부' 등이다. 이날 열린 변론준비기일에 본안 관련 내용을 다루지는 못했지만, 양측은 서로가 준비한 서면과 논리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망 이용 대가의 형태'와 관련해 넷플릭스는 '기술'이 망 이용 대가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는 1심에서 주장한 "접속은 유료 전송은 무료" 논리를 2심에 가져오지 않았다. 대신 망 이용 대가가 발생하더라도 망 트래픽을 줄여 비용을 줄여주는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오픈커넥트(OCA)'로 망 이용대가를 충분히 지급했다고 말한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트래픽 경감에 가장 효과적인 것이 증명된 OCA를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며 "콘텐츠사업자(CP)와 ISP가 각자의 소임을 다하며 함께 협력해 공동의 소비자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ISP 상호 간의 정산 방식인 'Bill and Keep'에 따라 망 비용 정산이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Bill and Keep'은 서로 연결된 ISP 쌍방이 교환하는 트래픽이 비슷하다는 전제하에 망 비용을 정산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OCA를 통해 본사에서 망 비용을 내는 미국의 통신사와 SK브로드밴드가 간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망 이용 대가를 지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OCA는 망 비용 대가 될 수 없기에 '금전적 대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OCA를 설치하더라도 그 공간 및 전기료 등 운영 비용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SK브로드밴드는 아울러 Bill and Keep 정산 방식은 이 사건에서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강조한다. SK브로드밴드 측 법률대리인인 강신섭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트래픽 교환량이 비슷하면 돈을 안 내겠지만 교환량이 어느 수준을 넘으면 돈을 받는 것이다"며 "Bill and Keep을 이 사안에서 주장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쟁점은 '부당이득 반환청구권' 인정 여부다. 2심이 시작되면서 SK브로드밴드 측이 법원에 제출한 반소가 바로 이 내용이다. 지금까지 대가를 내지 않고 망을 이용한 넷플릭스가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고 있다며 이를 반환해 달라는 것이 SK브로드밴드의 논리다. 1심 재판부는 부당이득 반환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SK브로드밴드 측은 2심에서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는 "부당이득이라는 것은 법률적으로 아무런 원인이 없는데 상대방이 이득을 취한 것을 말하는데, 1심 판결에서 재판부가 망 이용대가를 합의하라고 했지, 부당이득은 아니라고 했다"며 "SK브로드밴드가 1심 법원에 반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이어 "1심 판결문에도 나와 있는데 2016년 넷플릭스가 처음 한국에 들어올 때 SK브로드밴드와 합의를 진행한 내용이 이메일로 남아있는데, 이제 와서 돈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부당이득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SK브로브밴드 측은 부당이득 반환청구권 존재 여부를 증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강 변호사는 "여러 민법 교수들에게도 자문을 했다"고 설명하며 "1심 심리가 너무 빨리 끝난 것도 심리 미진성이 있지 않냐 등을 따져 항소심에서 심리를 계속한다면 충분히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1심 재판은 지난 6월 넷플릭스의 패소로 끝이 났다. 넷플릭스는 지난 2020년 4월 SK브로드밴드와 '망 대가 관련 협상'을 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당시 재판부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의 망 사용료 협상 중재를 요청하는 재정을 거부할 수 없으며, 망 사용료를 낼 의무가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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