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인권투쟁' 투투 대주교 별세…바이든·오바마도 애도
입력 : 2021-12-27 10:06:36 수정 : 2021-12-27 13:56:50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남아공의 극단적인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 철폐에 앞장서 ‘아프리카 인권 운동의 정신적 지주’로 불리는 데즈먼드 투투(90) 대주교가 세상을 떠났다.
 
26일(현지시간)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이날 투투 대주교의 별세를 알리며 “우리에게 해방된 남아공을 물려준 위대한 세대와 작별하는 또 하나의 장이 넘어갔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와 CNN방송 등 외신은 투투 대주교가 1997년 전립선암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해왔으며, 이날 수도 케이프타운 요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가난한 교사의 아들로 태어난 투투 대주교는 고교 교사를 지내다 신학교에 진학, 1961년 사제가 됐다. 영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 요하네스버그 주임 사제, 남아공 교회협의회 사무총장을 지내며 반(反)아파르트헤이트 투쟁의 최전선에 섰다. 그 공로로 1984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당시 노벨위원회는 “인간의 존엄과 우애,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남아공의 모든 개인과 단체에 보내는 세계의 격려”라고 밝혔다. 1986년에는 케이프타운 대주교로 임명됐다. 남아공 성공회 최초의 흑인 대주교였다.
 
1994년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당선돼 평화적 흑백 정권교체가 이뤄진 뒤 ‘진실·화해위원회(TRC)’ 위원장으로 갈등 봉합에 나섰다. 그는 원한이나 차별 없이 함께 살아가는 다인종 사회인 ‘무지개 국가’를 제안하고, 화합을 호소했다. 1996년 은퇴 후에는 분쟁 지역과 빈곤층, 동성애 등 억압받는 사람들의 인권 보호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투투 명예 대주교의 선종 소식에 성명을 내고 “그의 유산은 국경과 세대를 초월해 울려 퍼질 것”이라고 애도를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의 용기와 도덕적 투명성은 남아공의 억압적인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바꾸려는 우리의 약속을 고취하는 데 도움이 됐다" 또 "가난과 뿌리 깊은 인종차별 속에서 태어난 그는 더 낫고, 더 자유롭고, 더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영적인 소명을 따랐다"며 "그의 유산은 국경과 세대를 초월해 울려 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성명을 내고 "(고인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의 멘토이자 친구, '도덕의 잣대'였다"고 추모했다.
 
 
데즈먼드 투투(90) 대주교.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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