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노무현' 외친 윤석열…5·18 묘지 참배는 '또' 좌절(종합)
5·18묘역, 시민 항의에 참배 대신 묵념…강정마을서 노무현 언급하며 울컥하기도
입력 : 2022-02-06 18:16:56 수정 : 2022-02-06 18:16:56
[제주·광주=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호남·제주를 찾아 통합과 민주주의 정신을 수차례 언급하며 자신이 정권교체와 정치 통합의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이 배출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언급하며 존경의 마음을 표했다. 그러나 전두환 미화 망언의 아픔이 가시지 않은 광주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며 또 다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윤 후보는 6일 광주시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를 방문하며 1박2일의 제주·광주 마지막 날 일정을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전두환 미화 논란 이후 이곳을 찾았지만, 당시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추모탑에 가지 못하고 묵념으로 대신했다. 이번에도 오월어머니들과 대학생단체 등 시민들이 윤 후보 도착 전부터 추모탑과 5·18민주묘지를 막아섰다. 윤 후보는 끝내 추모탑에서 떨어진 장소에서 묵념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윤 후보는 묵념 이후 기자들과 만나 "5월 정신이 자유민주주의와 국민 통합의 정신이라 생각한다"며 "광주를 공식적으로 방문할 때는 꼭 민주묘역을 찾아 자유민주주의와 국민 통합의 상징에 예를 갖추고 다시 한 번 마음가짐을 바로잡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맞는 도리라 생각한다"고 광주에 대한 예를 표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6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방문해 묵념에 앞서 대기하고 있다. 윤 후보 뒤로 후보의 전두환 미화발언을 비판하는 피켓이 보인다. 사진/김동현 기자
 
앞서 윤 후보는 지난 5일 제주 강정마을에서 정치 통합 메시지를 강조하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기도 했다. 강정마을은 노 전 대통령이 진보진영 내 반대에도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결정한 곳으로, 이 과정에서 제주도민과 찬반세력들 등의 갈등이 극심했다. 이후 갈등을 봉합하고 치유하는 과정 속에서 통합과 평화의 상징이 된 곳이기도 하다.
 
윤 후보는 이를 의식한듯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뇌와 결단을 가슴에 새긴다"며 "더 이상 이곳을 정쟁이 아닌 통합과 평화의 상징으로 저와 국민 모두가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할 때는 울컥한 모습을 보이며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윤 후보는 강정마을 주민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노 전 대통령은)본인을 지지하는 정치세력에서 극구 반대하는 것을 국익이라는 한 가지 원칙에 입각해 해군기지 건설이라는 결단을 내리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독한 결정이었을까, 잠시 노 전 대통령의 당시 입장을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 5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 해오름노름길에서 통합·화합의 메시지를 던졌다. 사진/김동현 기자
 
윤 후보는 또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해 참배하며 양민의 무고한 희생에 대한 넋을 기렸다. 그는 4·3으로 희생된 "유족을 보듬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도리이자 의무"라며 "우리 인권과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입각해 평화와 국민 통합을 이루는 길"이라고 했다. 이 역시 국민 통합 이미지를 의식한 행보로, 이준석 대표는 4·3 특별법 제정을 약속하는 등 보수의 반성적 측면에서 제주를 계속해서 찾았다.
 
이날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 선대위 필승결의대회에서는 고 김대중 대통령을 언급하며 의미를 부여했다. 윤 후보는 "대한민국을 바꾸고 광주를 바꾸는 시작의 출발을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갖게 된 것 자체도 큰 의미"라며 "호남이 낳은 우리나라의 걸출한 정치·국가 지도자인 김대중 대통령을 기념하는 컨벤션센터에서 광주 시민들께 약속한다. 광주를 확실하게 바꿔놓겠다"고 했다. 필승결의대회에 앞서서는 광주 신축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을 찾아 유족을 위로하는 등 국민을 보살피는 모습을 보였다.
 
제주·광주=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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