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변신…이승만·박정희 끌어안고 통합 대통령
이념적 태도 벗고 유연성 강조…'친노동' 치우치지 않게 '친기업' 이미지 구축
입력 : 2022-02-14 18:23:12 수정 : 2022-02-14 18:23:12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과거 이념적 태도를 벗고 유연한 태도를 보이며 '국민통합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5년 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참배를 거부했던 모습과 달리 진보·보수 진영을 가리지 않았다. 또 '친노동'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시절 추진했던 경제정책 등을 언급하며 '친기업' 모습도 부각시켰다.  
 
이는 이념·진영·세대 간 갈라치기를 통해 지지율을 끌어모으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차별화를 꾀하는 동시에 중도로의 외연 확장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동시에 이번 선거를 '무능' 대 '유능', '분열' 대 '통합'의 대결로 끌고 가면서, 코로나19 등 대전환의 위기 속에서 민생에 전념하는 '경제대통령' 이미지를 노렸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는 1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김대중·김영삼·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을 차례로 참배했다. 이는 5년 전 대선 경선 당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외면했던 모습과는 상반되는 행보다. 이 후보는 지난 2017년 성남시장 시절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면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 참배를 거부했다. 당시 이 후보는 "이 전 대통령은 친일 매국 세력의 아버지이고, 박 전 대통령은 군사 쿠데타로 국정을 파괴하고 인권을 침해했던 그야말로 독재자"라고 맹비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와 관련해 이 후보는 이날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제가 5년 전에는 경선하면서 내 양심상 독재자와 한강 철교 다리를 끊고 도주한 국민을 버린 대통령을 참배하기 어렵다고 말씀드렸다"며 "그러나 5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저도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저의 사회적 역할도, 책임감도 많이 바뀌고 커졌다"며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역사의 한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공은 기리고 과는 질책하되 역사의 한 부분으로 기억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국민의 대표가 되려면 특정 개인의 선호보다는 국민 입장에서, 국가 입장에서 어떤 게 더 바람직한지를 생각해야 된다"고 부연했다. 
 
이 후보는 장소를 명동으로 옮겨 통합정부에 대한 구체적인 정치 개혁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서울 명동예술극장 사거리에서 열린 정치교체·국민통합 선언 기자회견에서 "이념과 진영을 가리지 않고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며, 진정한 국민통합을 달성해야 한다"며 "정치교체와 국민통합에 동의하는 모든 정치세력과 연대 연합해서 국민내각으로 국민통합정부를 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통합정부를 위해 필요하다면 '이재명정부'라는 표현도 쓰지 않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국민통합정부를 위해 가칭 '국민통합추진위원회'를 시민사회와 정치권에 제안한다"며 "국무총리 국회추천제를 도입하고, 총리에게 각료 추천권 등 헌법상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고 했다. 또 "임기 내 개헌을 추진하겠다"며 "5·18민주화운동과 환경위기 대응 책임을 개헌에 명시하고, 경제적 기본권을 포함한 국민의 기본권을 강화하며 지방자치 강화, 감사원 국회 이관 등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도 분산하겠다"고 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 4년 중임제 등 개헌에 도움이 된다면 임기 단축을 수용하겠다"고 선언했다. 개헌 당시의 대통령은 개헌 헌법에 의한 출마가 금지된다. 아울러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통해 소수 정당의 국회 진입을 막았던 위성정당도 금지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이 후보는 유력한 경쟁 상대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무능', '이념적 편향', '정치보복' 등을 일일이 지적하며 차별화를 노렸다. 그는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국가 발전을 앞당기는 유능한 민주국가가 될지, 복수혈전과 정쟁으로 지새우는 무능한 검찰 국가가 될지가 결정된다"며 이번 대선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고 "정당한 촛불집회를 무법천지라며 표현의 자유를 부인하고, 과감한 정치보복과 검찰에 의한 폭압통치를 꿈꾸는 정치세력이 있다"고 국민의힘과 윤 후보를 겨냥했다. 
 
윤 후보의 위험한 안보인식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이 후보는 "북풍, 총풍에 이어 선제타격과 사드배치 주장으로 군사적 긴장을 유발하고 전쟁위기를 고조시켜 정치적 이익을 획득하는 안보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면서 "강력한 국방력 아래 공존공영하며 싸울 필요가 없게 만드는 평화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4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사거리에서 '위기극복·국민통합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울러 이 후보는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 경제인들과 소통하며 친노동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썼다. 이 과정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공약인 '살찐 고양이법'이 시장경제 원칙과 맞지 않다며 '친기업'의 면모도 보였다. '살찐 고양이법'은 국회의원 임금을 법정 최저임금의 5배, 공공부문은 10배, 민간기업은 30배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보수를 제한하면 유능한 경제 인재들이 다른 곳으로 다 가버릴 것"이라며 "전 세계가 동시에 막으면 가능하지만 그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적 가치, 이상,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 국민을 희생시키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사상가도, 시민운동가도, 사회운동가도 아닌 국민에게 고용된 대리인, 일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경제인 여러분께 보고드립니다!’ 대한상의 초청 경제인 정책 대화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장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