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4일에 1명 취재 과정서 살해 당해”
국제검사협회-유네스코, ‘언론인 대상 범죄’ 대응
“‘언론인 살해’ 90%는 사법처리 없이 사건 종결”
입력 : 2022-03-27 13:27:46 수정 : 2022-03-27 13:27:46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국제검사협회(IAP)와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가 전 세계 언론인들을 상대로 한 범죄 대응역량 강화에 나섰다.
 
두 국제기구는 지난달 14~18일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13개국 23명의 검사들을 상대로 ‘언론인에 대한 범죄 수사·기소 및 표현의 자유 보호에 관한 국제교육과정’을 공동으로 개최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27일 밝혔다.
 
교육과정에서는 몰타 언론인 살해 사건 등 실제 사건 수사사례 등에 관한 강의가 실시됐다.
 
몰타의 탐사보도 기자 다프네 카루아나 카리찌아(Daphne Caruana Galizia)는 몰타 정치인과 고위관료들의 부패 연결고리 및 조세피난처 등을 취재하다가 2017년 10월16일 자동차 폭탄테러로 사망했다. 현재까지 4명이 살해 혐의로 기소돼 그 중 1명은 징역 15년형이 선고됐다. 여기에 몰타 총리가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며 그는 2019년 12월 사임했으나 범죄와의 직접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이번 교육에서는 이 사건 수사책임자가 두 기관 교육과정에 참석해 수사와 기소 과정 전반을 소개하고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 구체적 수사기법을 강의했다.
 
황철규 IAP 회장은 개회식 환영사에서 “언론인에 대한 범죄 대부분이 불처벌 상태인 현실을 타개하고 죄의 중대성에 상응하는 엄정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대처하기 위해 IAP, 유네스코 및 시라쿠사 국제연수원이 긴밀히 협력해 이번 교육과정을 개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황 회장은 “언론인 범죄에 대한 특성상, 수사·기소·재판 과정에서 검사들이 고도의 전문성을 갖출 필요가 있고, 최근 관련 범죄가 초국가범죄의 형태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효과적인 국제공조 또한 수사와 기소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전 세계적으로 평균 4일에 1명꼴로 1200여명이 넘는 언론인들이 취재 과정에서 살해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언론인에 대한 중상해·납치·실종·감금 등이 지속 증가해 왔으며 다수의 범죄가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대형 부패사건 등을 취재하는 중에 발생했다.
 
지난 1월에는 멕시코에서 언론인 5명에 대한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벨라루스 반정부 언론인 탑승 비행기 강제착륙 및 체포 사건과 2018년 사우디 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쇼기(Jamal Khashoggi) 살해 사건 등도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언론인 대상 살해 범죄 10건 중 9건은 아무런 사법처리 없이 종결된 것으로 파악되며 개별 국가에서 범죄 발생 초기부터 실효성 있는 형사사법절차를 실행할 수 있는 대응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IAP와 유네스코는 2020년 12월 언론인 상대 범죄 대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IAP-유네스코’ 검사 업무가이드라인을 공표해 실시했다.
 
‘IAP-유네스코’ 검사 업무가이드라인은 검사가 직접 수사하거나 지휘, 자문하는 업무 등에 필요한 △해당 범죄와 취재활동 등과의 연관성에 대한 분석 △사법처리에 필요한 입증과 공익상의 필요 진단 △취재원 보호 △피해자, 증인, 협력자 등 보호 △국제형사사법공조 범죄인인도 활용 △언론인 상대 성범죄 등 대응 △체제전환국 등에서의 관련 범죄 대응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국제검사협회(IAP)와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가 지난달 14~18일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13개국 23명의 검사들을 상대로 ‘언론인에 대한 범죄 수사·기소 및 표현의 자유 보호에 관한 국제교육과정’을 공동으로 개최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사진=국제검사협회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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