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사라진다②)"꿈의 터전 잃은 학생들, 어디로 가야 하나"
폐교한 모교…학생들, 편입·자퇴로 내몰려
재정지원 대학, 학식·장학금 지원도 어려워
"기껏 공부했는데"…학과 통폐합도 늘어
입력 : 2022-04-04 06:00:00 수정 : 2022-04-04 06:00:00
 
[뉴스토마토 이승재·전연주 인턴기자] 입학할 학생이 없어 결국 폐교에 이른 한려대학교 정문이 자물쇠로 허술하게 잠겨있다. 학교로 들어가니 관리가 안돼 무성하게 자란 잔디가 보인다. 건물 바닥은 학생들이 두고 간 자료집과 강의에 사용했던 물품으로 어질러져 있어 쓰레기장을 연상케 한다.
 
지난 2월 28일 전남 광양시의 유일한 4년제 대학교 한려대학교가 폐교했다. 법원은 지난해 10월 한려대 법인인 서호학원에 파산 결정과 해산을 선고했다. 이로써 1995년 3월 개교 이래 27년의 역사가 막을 내렸다.
 
지난 2월 폐교한 한려대 강의실. (사진=이승재·전연주 인턴기자)
 
문 닫은 학교…학생들, 편입 또는 자퇴
 
폐교 후 한 달간 학생들의 발길이 끊긴 지난달 28일, 한려대 정문은 자물쇠로 허술하게 잠겨 있었다. 먼지 낀 유리문을 열고 건물에 들어가 가까운 강의실에서 목소리를 내보니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렸다. 강의실 칠판에는 분필로 써진 강의 내용이 아직 지워지지 않은 채 흐릿하게 남아 있었다. 
 
운동장의 하얀색 농구골대는 산화 돼 페인트가 벗겨지고 녹슬어 덩그러니 있었다. 운동장을 둘러싼 벚나무 몇 그루만이 봄볕을 쬐고 있었다.
 
한려대는 학령인구가 줄면서 학생 충원율 부족이 심각한 곳이었다. 여기에 설립자의 교비 횡령까지 겹치며 재정은 계속해서 악화했다. 학교가 부실해지자 학생들은 더욱 입학을 꺼리게 됐고 최근 신입생 충원율은 30% 수준에 그쳤다.
 
결국 문을 닫게 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학생들이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은 지난해 12월 한려대 재적생 470명(휴학생 포함)을 위해 특별편입학 모집을 시작했다. 약 30개 인근 대학교가 편입학 공고를 냈고 한려대 재적생들은 새로운 대학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다만 여건이 여의치 않은 학생은 자퇴를 선택하기도 했다.
 
한려대 간호학과에서 이달 인근 대학교로 편입한 송모씨(22)는 입학 직전 교육과정 차이로 유급 돼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했다고 한다. 송 씨는 "편입학한 학교와 전 학교가 교육 과정이 맞지 않으면 1년을 더 추가로 배워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들렸다"며 "편입학에 실패하면 수능을 다시 봐야 하는지 어떻게 되는지도 불확실해 불만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폐교한 한려대의 식당문이 굳게 닫혀있다. (사진=이승재·전연주 인턴기자)
 
지방대, 학생 줄자 재정도 바닥
 
한려대처럼 폐교까지는 가지 않았더라도 교육부가 '한계대학'으로 분류한 학교는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 정부의 재정지원 제한으로 학생들에게 국가장학금을 주지 못하고 재정도 열악해 학생복지시설도 운영할 수 없다.
 
그리고 이는 대학의 저조한 충원율로 직결된다. 대학 재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등록금 수입이 줄면 이는 열악한 교육환경으로 학생들에게 다시 전가된다.
 
2018년 이후 4년 연속 한계대학으로 분류된 광양보건대학교에서 만난 3학년 재학생 조모씨(22)는 "도서관, 매점(학식), 축제 이런게 하나도 안 된다"며 "학생복지가 개선되면 좋겠는데 재정이 어렵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 2학기부터는 학교에서 주는 장학금도 전부 다 폐지돼서 학생들 불만이 많은 상황"이라고 했다. 
 
한때 1000여명 가까운 재학생이 다녔던 전남 광양보건대의 올해 신입생은 40여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정원 내 신입생 충원율 역시 11.7%로 나타났다. 
 
한계대학이 아닐지라도 지방대학교들은 이미 충원율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북 익산시 원광대학교는 지난달 14일 인문대학 철학과, 자연과학대학 빅데이터·금융통계학부, 화학과, 반도체·디스플레이학부 등 총 4개 학과의 폐과 입법예고를 했다.
 
갑작스런 소식에 학생들의 혼란은 커졌다. 김태민 원광대학교 빅데이터학과 학회장은 "학교는 신입생 충원율 산정과정 자체의 문제로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는데, 그렇다면 작년부터 미리 학생들과 회의를 통해 결정을 해야 했다"면서 "학생들과 의사소통이 하나도 안된 상태에서 학과 통폐합이 진행됐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폐과로 인해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불이익도 우려했다. 김 학회장은 "1·2학년에 현재 학과 과목을 배웠는데 3·4학년 때 타과 과목을 공부한다면 성적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며 "다들 걱정을 많이 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승재 인턴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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