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한국은행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입력 : 2022-04-06 06:00:00 수정 : 2022-04-06 06:00:00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됐다. 이 총재 후보는 조만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이주열 전 총재의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임 이주열 총재는 2기에 걸쳐 재임했지만 막판에는 코로나19 전염병 사태로 인한 경제침체를 막기 위해 분투하느라 세월을 보내고 말았다. 모든 국민이 비명을 지를 때 그 해결책으로 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 코로나19 전염병 사태로 인한 경기 침몰을 막기 위한 것이었지만, 그 결과 심각한 금융 불균형을 초래했다.
 
다만 이 전 총재는 지난해 과단성 있게 움직였다.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머뭇거리고 있을 때 과감하게 금리 인상에 시동을 건 것이다. 이제 그 후속 작업은 새로운 총재의 몫으로 남았다. 금리를 정상 궤도로 되돌려놓고, 심각한 금융 불균형을 치유해야 할 책무가 새 수장에게 주어졌다.
 
사실 지금까지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 많은 부작용이 생겼고, 정부는 행정력 혹은 관치로 부작용을 틀어막으려고 부단히 시도했다. 그리고 대부분 무리했기에 실패했다. 얼핏 성공했다고 보이는 정책도 보이지 않은 희생과 부작용을 초래하곤 했다.
 
가장 가까운 예로 지난해 하반기 금융위원회가 대형은행의 대출을 노골적으로 억눌렀다. 대출 총량을 정해놓고 그 한도를 지키라고 요구했다. 농협은행 등 몇몇 은행은 이미 한도를 넘어섰기에 연말에는 신규대출을 아예 중단하다시피 했다. 금융자금을 정부가 사실상 배분하던 1960~1970년대식 금융규제의 복사판이었다. 게다가 LTV 등 각종 유식한 용어를 끌어들여 은행들의 대출을 통제했다. 이 때문에 많은 선량한 실수요자가 필요한 대출을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부동산 규제도 마찬가지이다. 한은의 초저금리로 말미암아 시중 자금이 풍부해진 결과 부동산 투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이를 억제하고자 정부는 28차례나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을 내놓았고, 임대차 3법까지 무리하게 강행했다. 그렇지만 정부와 집권여당의 목표와 계산은 번번이 빗나가고 집값과 전월세 시세는 뜀박질했다. 보유세 인상과 양도세 중과세도 비슷한 의도에서 출발해 비슷한 결과를 낳았다.
 
이 모든 것이 정부여당의 의도가 사악해서 발생한 것은 아니었다. 애초 의도는 분명히 선량했다. 가계대출이 너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대출 규제를 들여왔고, 부동산 투기를 통한 불로소득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정의감이 규제만능주의를 유발했다. 그렇지만 이런 무리한 정책과 부작용의 저변에는 극단적인 저금리가 깔려 있다.
 
이제나마 그런 무리한 정책들을 원상태로 돌려놓으려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은행의 대출 규제는 약해지고, 부동산 양도세 중과와 임대차 3법도 수술대 위에 놓이게 됐다.
 
그런 규제 완화를 또 다른 부작용 없이 진행하기 위해서는 금리가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만약 그런 규제가 다 없어지고 금리마저 낮다면 투기는 다시 기승을 부릴 것이다. 간신히 불길이 잡힌 가계대출도 재차 타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재건축 규제 완화를 시사하자 서울 시내 재건축단지의 아파트값이 오름세를 보인다.
 
그렇기에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는 한국은행의 향후 행보에 시선이 쏠린다. 앞으로 한국은행이 해야 할 일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다. 금융시장이나 시중 자금 동향을 살펴보고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판단될 때 머뭇거리지 않고 올리면 된다. 중앙은행으로서 원칙에 입각해서 필요한 조처를 하면 되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그렇게 원칙에 충실할 때 정부는 그 상황에 맞는 정책으로 적응해야 한다. 금리가 올라 금융시장과 부동산 경기가 너무 침체하면, 정부는 규제를 더 적극적으로 해체해야 한다. 반대로 정부가 규제를 너무 풀어 거품이 다시 부풀어 오르면 한국은행이 즉시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 정부규제라는 인위적 도구 대신에 금리라는 가격의 여신이 일하게 하는 것이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가 얼른 말하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규제 완화와 금리 인상 가운데 무엇이 더 먼저인지 쉽게 말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한국은행과 정부가 제각기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행이 책임감을 느끼고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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