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문 대통령 공약이행률 18%…경제민주화·중기육성·지방분권에 중점
문재인미터 자료 결과, 887건 중 159건 공약 이행…파기된 공약 53건
'농산어촌' 공약 이행률 가장 높아…정치개혁·주거안정·통일 공약 이행률 낮아
공약 이행률 전반적으로 낮게 나타나…"국정자문위서 대선 공약 수정 영향"
입력 : 2022-04-08 17:28:11 수정 : 2022-04-10 18:29:05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한 달여 남은 상황에서 대선 공약 이행률은 대략 18%로,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40% 안팎의 안정된 국정운영 지지율과 제1당의 집권여당을 둔 것에 비해 성과가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행된 공약을 살펴보면 주로 경제민주화와 중소·중견기업 육성, 지방분권·균형발전 등 정부가 주요 과제로 중점을 뒀던 정책들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현실화됐다.
 
8일 문재인정부의 공약 이행 정도를 점검하는 대선 공약 체크 사이트인 '문재인미터'에 따르면, 공약 이행률은 17.93%였다. 887건의 공약 중 159건의 공약을 완료했다. 진행 중인 공약은 434건이었고, 파기되거나 변경된 공약은 각각 53건, 34건이었다. 또 공약 이행이 지체된 경우는 159건, 평가가 안 되는 경우는 48건이었다.
 
'완료' 평가를 받은 공약들을 분야별로 보면 적폐청산, 권력기관 개혁, 정치·선거제도 개혁, 경제민주화, 일자리 창출, 노동존중 사회 실현, 미래성장동력 확충, 중소·중견기업 육성, 살기좋은 농·산·어촌, 주거 문제 해소, 사회적 차별 해소 및 약자 지원, 국민휴식권 보장, 평화통일 등 총 26건의 항목으로 나뉘어져 있다. 각 항목의 세부 공약을 모두 합하면 총 159건이 된다.
 
분야별로 보면 살기좋은 농산어촌을 위한 공약이 총 18건 이행되며 가장 많이 현실화됐다. 주로 농업 활동을 계속 진행하기 위한 지원 방안과 청년·여성 농업인 지원 계획에 대한 공약들이 많이 이행됐다. 다음으로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공약이 총 15건으로 뒤를 이었다. 중소벤처기업부 신설, 중소기업들에 대한 공동사업 지원, 범정부 차원의 '을지로위원회' 구성이 대표적이다. 이어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들이 총 13건이었다. 각종 불공정행위 및 갑질 근절 추진,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제 도입 등의 공약이 이행됐다. 아울러 지방분권 강화 및 균형발전에 관한 공약이 총 10건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을 통한 자치와 분권의 법적 기반 확보,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와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세종시 이전 등이 주목할 만한 공약으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11월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1 K-박람회’ 중소벤처기업부 홍보관을 찾아 청년창업기업의 제품 시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농산어촌 발전을 비롯해 경제민주화, 중소기업 육성, 지방분권 강화 및 균형발전 관련 공약은 문재인정부의 대표적인 국정과제라는 점에서 반드시 이행해야 할 공약에 힘을 실어 추진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트실천본부 사무총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대선 공약과 소속 정당의 정강정책의 방향이 같으면 이행률이 높을 수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보면 경제민주화라든지 지방분권, 중소기업 육성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추구했던 강령이라는 점에서 그럴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적폐청산 분야와 관련해 이행된 공약은 대표적으로 법령의 근거 없이 민간기업에 대한 기부금 징수 행위 금지, 역사교과서 국정화 금지 등을 꼽을 수 있다. 이행이 완료된 권력기관 개혁 공약으로는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전국 확대, 국정원의 수사기능 폐지 등이 꼽힌다. 정치·선거제도 개혁의 경우, 18세로 선거연령을 내린 점이 성과다. 성평등한 대한민국 공약과 관련해서는 정규직 근로자 중심의 일·가족 양립 정책을 개선한 점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
 
또 경제민주화 공약에서는 대기업과의 공정교섭을 위한 중소기업 단체의 교섭력 강화, 공정위의 조사역량 강화 등이 중요 성과로 꼽힌다. 청년구직 촉진수당 도입, 노인일자리 80만개까지 확대 등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공약도 이행됐다.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해 '한국형 사회적 대화기구'를 설립한 점도 성과다. 중소·중견기업 육성 공약의 경우, 중소벤처기업부 신설과 자영업 대상 사회보험료 지원·창업지원 등을 확대한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지방분권 강화 및 균형발전 공약에서는 지자체 주민참여예산제를 확대한 점이 성과다. 이외에도 대통령의 임시공휴일 선포 적극 추진,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국가책임 확대, 병사복무기간 18개월로 단축한 점도 눈에 띄는 성과로 분류된다.
 
파기된 공약 중에는 정치·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정책이 가장 많았다. 총 53건 중 15건이었다. 대표적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와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제 도입, 투표시간 연장으로 인한 국민의 투표권 보장,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등이 꼽힌다.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청사로 이전하겠다는 광화문 시대 공약 또한 지켜지지 못했다. 다만 청와대를 둘러싼 북안산과 인왕산은 전면 개방을 통해 약속을 지켰다.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공직에서 배제하겠다는 약속도 임기 내 해결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거문제 해소에 대한 공약 이행이 더딘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총 10건의 주거문제 해소에 관한 공약 중 2건만 완료됐고, 나머지는 진행형이다. 집값 상승으로 인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대응하다 보니 기존 대선 공약을 그대로 이행하는 것이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세형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팀장은 "수십차례에 걸쳐 정책을 올렸음에도 실기했다는 부분이 크다. 정책 타이밍을 놓친 것이 크지 않았나 싶다"며 "그 시기에 집값이 오른 것도 사실이고, 이로 인해 서민들에게 좌절감을 줄 수 있었으니 결과론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 역시 부동산 정책을 가장 아픈 손가락으로 꼽는 등 실패를 자인했다. 
 
정부가 임기 5년 내내 집중했던 통일 관련 공약 이행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총 20건 중 생활 밀착형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에 관한 공약 단 1건만 이행됐다. 북한 핵 문제 해결,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실행, 남북 경제협력 추진, 남북기본협정 체결 등 큰 틀의 남북 문제 해소를 위한 공약도 이행되지 못했다. 이외에 2020년까지 노인일자리 수당 월 40만원, 최저임금 시급 1만원 인상과 본인부담 100만원 상한제 등도 이번 정부에서 임기 내 해결하지 못한 대표적인 공약으로 꼽힌다.
 
문재인정부 임기 내 대선 공약 이행률이 낮은 데 대해서는 여러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정책 추진에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역량을 코로나19 방역에 쏟을 수밖에 없었던 만큼, 다른 부문에 있어서 다소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또 문재인정부의 인수위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국정과제를 정리하면서 기존 대선 공약을 많이 수정했기 때문에 현 정부의 공약 이행률이 낮다는 분석도 있다.
 
이광재 사무총장은 "(문재인정부에서)선거 때 공약 중에 국정과제로 채택 안 된 부분이 굉장히 많다"며 "대선 때 내놓은 공약과 인수위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최종적으로 내놓은 과제가 차이가 있다. 선거 이전의 공약과 선거 이후 과제가 다르게 되면 대선 공약 이행률이 상당히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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