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은행 ‘금리횡포’ 해결 시급하다
입력 : 2022-04-13 06:00:00 수정 : 2022-04-13 06:00:00
시중은행들이 요즘 이상하다. 시장금리는 오름세를 보이는데 대출금리를 낮추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 정부가 대출 총량 억제에 나선 틈을 이용해 금리를 앞다퉈 올리더니 이번에는 뜻밖에도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민은행이 지난 5일부터 주담대 및 전세 대출 금리를 최대 0.55%포인트 낮췄고,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이 뒤따라 인하했다. 우리은행도 우대금리를 통해 금리 인하 효과를 제공한다고 한다. 하나은행은 신용대출 금리를 낮춘 데 이어 주담대 및 전세 대출 금리 인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들이 이렇게 갑자기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은행 대출이 3개월 연속 상당히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올 1월부터 감소세다. 1월 1조3643억원, 2월 1조7522억원, 3월 2조7346억원으로 감소폭도 계속 커졌다.
 
정부의 대출 억제 정책을 이용해 금리를 너무 올린 탓에 초래된 반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최근 과도하게 오른 것이 사실이다. 연 6%를 넘어선 것은 물론이고 7%대까지 바라볼 정도로 치솟았다. 그 사이 한국은행 금리가 오른 것도 사실이지만, 은행의 금리 인상 폭은 훨씬 크다.
 
이에 비해 예금금리는 거의 오르지 않았다. 한은 기준금리가 오를 때마다 찔끔찔끔 오르는 데 그쳤다. 일부 금융사는 거의 기준금리 수준의 이자만 지급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예대마진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벌어졌다.
 
덕분에 은행들은 전례 없는 수준의 이익을 누리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국내은행들이 이자로 벌어들인 수익이 약 46조원에 달해 전년보다 4조8000억원(11.7%) 늘어났다. 지난해 한국의 경상성장률의 2배가량 되는 증가율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시름에 잠긴 사이에도 전례 없는 호황을 즐긴 셈이다.
 
그러나 은행들이 이렇게 금리를 조금 내린다고 해서 충분히 내렸다고 하기는 어렵다. 다시 말해 내릴 만큼 내렸는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은행 금리에 대한 감시와 검증이 거의 없다.
 
이를테면 카드사를 비롯한 여신금융사들은 카드 수수료 조정과정에서 당국이 개입하게 돼 있다. 카드 수수료 체계는 지난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이 개정되면서 적격비용에 기반해 운영되고 있다. 그 이후 3년마다 적격비용 재산정 작업을 통해 카드 수수료 개편방안을 마련 오고 있다. 올해도 금융당국과 업계와 소비자단체, 가맹점 단체 등이 참여하는 팀을 구성해 오는 10월까지 적격비용 산정방식을 재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말하자면 카드사 수수료 결정 과정에는 정부가 거의 완벽하게 끼어든다.
 
이에 비해 은행 대출금리는 이런 체제가 전혀 없다. 때문에 은행들이 마음대로 우대금리니, 가산금리니 하면서 고무줄처럼 올렸다 내렸다 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라는 감시·감독기구가 있지만,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은행들의 경쟁도 부족하다. 최근 몇몇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출범해서 자극이 된다고 하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금리인하 요구권이라는 것도 유명무실하기는 매일반이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을 개정해 여신금융사의 금융사별 금리인하 요구권 운영실적을 비교 공시하도록 명시했다. 그렇지만 은행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은행에 적용하는 것이 더 시급한데도 말이다.
 
은행들에는 참으로 많은 특혜가 주어지는 셈이다. 그렇기에 한국의 은행 고객은 그 누구의 조력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은행들이 내미는 청구서에 사실상 끌려다니기만 한다.
 
요즘 시장금리가 오르고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또다시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경제의 흐름이 그렇게 요구한다. 그렇다고 해서 은행들이 일방적으로 대출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것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윤석열 당선인은 이번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과도한 은행 예대마진 해결을 공약했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과도한 격차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를 위해 예대금리차 공시제도를 도입하고, 필요할 경우 시중은행 가산금리의 적절성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은행끼리 담합하는지도 점검하겠다는 약속도 들어갔다.
 
그런 공약만이라도 제대로 이행한다면 은행들의 일방적인 소비자 갈취는 상당히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 공약이 과연 허언으로 끝나지 않고 실행될지 지켜봐야겠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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