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지급서비스 개방 땐 금융소비자 후생 증가…예금자 보호는 필요
빅테크 등 지급서비스 사업자 선불충전금 잔액 1조 돌파
비은행 금융회사 지급 개방…'전금법 개정안' 1년째 계류
결제성 예금 1% 감소, 예금금리 0.29%감소…예대마진↓
"예금자보호·별도예치 등 소비자 보호 보완방안 마련 필요"
입력 : 2022-04-12 15:56:50 수정 : 2022-04-12 15:56:50
[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국회에서 1년 넘게 계류 중인 디지털 금융 기본법인 '전자금융거래법'이 통과될 경우 은행의 대출·예금이자 마진이 줄어드는 등 금융소비자 후생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금법 개정안은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과 신용카드사 등 비은행 금융회사에 지급서비스를 허용하는 방안으로 은행과의 경쟁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다만 지급서비스를 개방할 경우 이용자가 충분히 보호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예금자 보호 등의 보완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2일 공개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이 금융소비자에 미치는 영향과 보완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KDI가 2010년~2020년 국내은행의 분기자료를 분석한 결과, 결제성 예금이 1% 감소하면 예금금리는 2분기 동안 0.29%포인트 상승한다.
 
결제성 예금이 1% 감소한 후 1년간 대출금리 상승폭은 0.17%포인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예금금리 상승폭에 비해 0.1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 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토스·코나아이 등 '빅테크' 4곳의 선불충전금 잔액은 1조48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3월(7835억원)보다 28% 늘어난 규모다. 잔액 규모가 가장 빠르게 불어난 곳은 네이버파이낸셜로 지난해 3월 559억원에서 같은 해 말 914억원으로 63% 증가했다.
 
하지만 전금법은 2006년 제정된 이래 특별한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어 최근의 핀테크·빅테크 출현 등 중대한 변화를 제도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계류중인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빅테크 등 지급서비스 사업자와 은행이 결제성 자금 시장의 경쟁으로 은행 예금금리가 상승하는 등 예금자의 후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금법의 전면 개정안은 2020년 11월에 발의됐으나 국회 계류 중인 상태다. 전금법 전면 개정안의 핵심 사안은 빅테크 기술기업과 카드사 등 비은행 금융회사도 지급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급서비스는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 서비스로 현금입출금, 급여이체, 국내외송금, 대금결제, 공과금 납부 등을 포함한다. 즉, 지급서비스는 은행의 수시입출식 월급통장을 통해 할 수 있는 모든 서비스다.
 
황순주 KDI 연구위원은 "예금금리가 인상되면 대출금리도 인상될 것이나 은행은 대출시장에서 별도의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므로 대출금리를 크게 올릴 수 없어 예대마진이 하락하고 소비자의 후생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개정안에 따른 이용자 자금의 별도관리 의무에도 불구하고 이용자가 충분히 보호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전금법 개정안은 이용자 자금을 '예금'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예금자 보호가 적용되지 않는다.
 
대신 지급서비스 사업자는 이용자자금의 0~100%를 고유재산과 분리해 제3자 은행 등에 별도 예치해야 한다. 이를 유용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급서비스 시장이 발전된 영국에서는 이 같은 별도 관리 의무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사업자가 파산 후에 이용자 자금을 상환하지 않는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최근 파산한 6개 사업자 중 1개 업체만 이용자 자금을 상환하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지급서비스를 개방하되, 이용자 자금을 예금으로 인정하고 예금자 보호를 적용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황순주 연구위원은 "(예금자 보호를 적용할 경우) 이용자 자금에 대한 이용자의 인식과 실제가 일치하게 되고 가장 효과적인 보호수단이 적용됨에 따라 금융소비자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예금자 보호를 적용하더라도 이용자 자금 별도예치의 필요성은 여전히 요구되는 대목이다.
 
황 연구위원은 "일부 사업자는 이용자가 예금자 보호를 믿고 맡긴 자금을 유용하거나 위험자산에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따른 손실은 대부분 예금보험공사가 변제해야 하고 이는 국민적 부담으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2일 공개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이 금융소비자에 미치는 영향과 보완과제'에 따르면 빅테크 등 지급서비스 사업자와 은행이 결제성 자금 시장에서 경쟁하면 은행의 예금금리가 상승한다. 사진은 빅테크 사업 업체 중 한 곳인 네이버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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