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회의, 공무원법상 금지된 집단행동 아니야"
잇따른 '검수완박' 반대 표명에 여당 "위법한 '집단행동'"
검찰 "적정한 의견 개진 필요…내부 규정에 근거 있어"
법조계 "논의와 의견 표명에 그쳐…위법행위 아니야"
입력 : 2022-04-13 06:00:00 수정 : 2022-04-13 06:00:00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를 강행하는 데 반발한 검사회의가 도마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공무원법상 금지된 '집단행동'이라는 비판도 나오지만, 법조계에서는 법안에 대한 관계기관의 의견 표명이라는 해석이 많다.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전국 지검장 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김오수 검찰총장과 박성진 대검 차장, 전국 지검장 18 등이 참석해 대면회의 방식으로 진행했다. (사진=공동취재사진·뉴시ㅅ)
 
전국 지검장들은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15층 대회의실에서 김오수 검찰총장 주재로 전국 지검장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 지검장들은 "검찰의 수사 기능을 전면 폐지하게 되면 사건관계인의 진술을 직접 청취할 수 없는 등 사법정의와 인권보장을 책무로 하는 검찰의 존재 의의가 사라지게 된다"며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 지검장 회의에 앞서 지난 8일 대검찰청이 법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개했고, 전국 고검장들도 대검과 뜻을 함께했다. 각 지역 검찰청도 연이어 회의를 열고 검수완박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구지검을 시작으로 수원지검, 인천지검, 법무부 검찰국 등이 지난 8일 검사회의에서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았고, 이후 제주지검, 광주지검, 춘천지검, 의정부지검 등 산발적으로 퍼져나갔다. 
 
여당에서는 검찰의 이런 움직임이 공무원 신분으로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무원의 정치 운동과 노동 운동,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한 정치 국가공무원법 제65조와 제66조를 언급하며 검찰이 공무원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요 며칠 사이 검찰이 집단 행위와 정치적 개입이 노골화하고 있다"며 "현행법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다. 국가공무원법 어디에도 검사들은 예외로 한다는 단서조항이 없다"고 했다. 
 
경찰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세월호 사태 여파로) 해경이 해체된다고 할 때 해경이 모여서 이렇게 검사장, 지방청장 회의하면서 반발한다는 이야기 들어본 적 없지 않으냐"며 검찰을 비판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1일 전국 지검장 회의 후 브리핑에 나선 김후곤 대구지검장은 "저희가 모인 것 자체가 (집단행동으로) 비치는 부분에 대해서 죄송한 부분도 있지만, 이렇게 가는 입법 과정의 절차적인 문제, 내용의 문제점 들을 어쨌든 국회에도 알릴 시점은 됐다는 측면에서 말씀을 드리는 것이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국회 입법권에 대해서 국민의 대표니까 누구도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며 "적정한 의견 개진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검사들이 회의를 열고 의견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참여정부 때인 2003년에는 서울지검 평검사들이 처음 모여 평검사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 방안을 논의했다. 이전인 1997년 대전법조비리 당시에는 전국 수석검사들이 모여 대처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2005년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일선 검찰이 반발했고,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이 사표를 낸 사례가 있다. 2011년에는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수사진행권을 인정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반발하며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이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2012년에는 한상대 검찰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일선 검사들의 의견 표명도 있었다. 2020년 이른바 '추-윤 갈등'으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감찰이 시도됐을 때에도 전국 59개청에서 평검사 회의를 열고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등 조치를 비판하는 입장을 낸 바 있다. 그러나 해당 행위로 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은 검사는 없다.
 
업무에 관한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평검사 회의의 경우 검찰 내부 규정으로 일반검사의 회의에 관한 규정에 근거하고 있다. 해당 검찰청의 평검사 중 최선임 검사가 소집하며 회의 전 진행 방식과 안건 등을 각 지검장에게 보고 하고 그 결과 역시 소속 지검장에게 보고하도록 내부 규정으로 정해 놓았다. 필요한 경우에는 공보체계를 통해 공보하도록 돼 있다.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서울중앙지검 평검사회의 운영준칙'을 두고 있다. 검찰사무 관련건의 및 개선사항, 의견수렴이 필요한 중요사건 처리, 기타 검찰 업무관련 주요현안 등이 논의 사항이다.
 
대검 관계자는 12일 "당시에도 검사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것에 대해 집단행동이라는 비판이 있었다"면서 "거리에 나가 시위하거나 파업하는 것이 아니라 모여 회의 하고 의견을 표명하는 것을 공무원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조계도 검사회의가 공무원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한다. 입법 과정에서 관계기관으로서 의견을 표현한 것이지, 법이 통과될 경우 어떤 행동을 하겠다고 선언하지는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이 논의 중인 검수완박 법이 검찰 공무를 위한 집단 행위이기 때문에 위법이라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학회장인 정웅석 서경대 교수는 "어떤 공무원, 특히 권력기관이 단체적 의사 표현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자기 조직에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이렇게 하면 좋겠다, 이에 대한 논의를 해달라는 정도는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위법적인 집단행동은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겠다는 것인데, 현재 (검사회의는) 이런 논의를 했고 이런 의견이 나왔다고 발표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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