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부모 마음은 다 똑같을까?
입력 : 2022-04-21 06:00:00 수정 : 2022-04-21 06:00:00
모든 부모가 그렇다고 말할 순 없지만, 끊임없이 줘도 아쉬운 게 부모 마음이 아닐까 싶다. 서른이 넘은 기자의 부모는 여전히 기자에게 용돈은커녕, 작은 선물을 받는 것도 꺼린다. 짐승이라고 다를까? 단장지애(斷腸之哀), 창자가 끊어질 듯한 슬픔이라는 이 사자성어는 자식이 잡혀가는 걸 본 어미 원숭이가 슬픔에 울부짖어 창자가 끊어져 죽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얼마 전 발달장애인을 둔 부모 500여명이 도심 한복판에서 삭발식을 거행한 것도 자식을 위하는 마음에서였다. 여느 평범한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그들이 언론의 질문 세례를 온전히 다 받고, 부끄러움에도 후레시가 팡팡 터지는 카메라 앞에서 민머리를 내보인 것은 이들이 요구하는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가 자식의 생사가 걸린 문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시위 참가자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 서비스 및 정책 부족으로 부모가 발달장애 자녀를 살해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건은 매년 여러 차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모라는 안전망을 제거하면 발달장애인은 어떤 위험에 노출될지 모른다. 오죽하면 이들의 공통된 소망이 ‘자녀보다 하루만 더 사는 것’일까?
 
극소수의 부모는 자식을 위한답시고 비뚤어진 결과를 낳기도 한다. 실제 범죄를 저지른 자녀를 대신, 부모 자신이 행한 일인 양 꾸미다가 적발된 사례가 언론에 드러난 적도 있다. 영화 <마더>에서 어머니 역할을 맡은 ‘김혜자’는 자식의 범행을 감싸주려다 사람을 죽이는 등 광기에 휩싸인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김혜자는 “넌 엄마도 없니?”라는 말을 하는데, 모든 엄마라면 자신처럼 행동할 것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사람을 죽이는 범행을 저질러 놓고 자식을 위한다는 이유로 이를 정당화 한 것이다.
 
끊임없이 논란이 되는 고위 공직자 자녀의 ‘입시 비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최근 한 고위공직자 자녀가 의대에 특혜 편입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아직 법정에서 명확하게 잘잘못이 판정되기 전이지만 의혹만으로도 국민 반감이 크다. 이미 다른 고위공직자의 ‘자녀 입시 비리’ 잘못이 명백하게 드러난 적도 있거니와, 믿었던 ‘공정’에 대한 배신감이 크기 때문일 거다.
 
내 자식을 위하는 마음은 모든 부모가 같겠지만, 내 자식만 위하는 마음은 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이기심이다. 정부가 채워야 할 지점은 모든 부모의 자식들이 공정한 사회에서 구성원으로 역할을 다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자식을 위해 삭발을 감행한 이들과 ‘입시 비리’를 저지른 이들의 마음은 같다고 볼 수 없다. 국민 정서가 어디를 향해 있는지 보고 복지 서비스의 방향과 인사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조승진 사회부 기자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조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