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울리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1잔당 최소 11.4원 손해”
"영업제한 끝나니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발목"…불만 폭증
환경부, 지원 방안 마련 검토 중…이르면 이번주 발표
입력 : 2022-05-16 15:12:39 수정 : 2022-05-16 15:12:39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다음 달 10일부터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시행되면서 자영업자들의 부대비용이 늘어나게 됐다. 다른 비용을 제하고 자영업자가 감당해야 하는 라벨 비용과 처리지원금만 단순 계산해도 1잔당 최소 11.4원의 손해가 발생한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 라벨 비용. (사진=독자 제공)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는 커피전문점 등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 일회용 컵에 300원의 자원순환보증금을 부과하고, 소비자가 사용한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그대로 돌려주는 제도다. 자원재활용법 개정에 따라 시행되며 환경부 산하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COSMO)에서 보증금과 라벨 등을 관리한다. 매장 수 100개 이상인 사업자가 대상이며 스타벅스, 파리바게뜨, 맥도날드 등 음료를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도 포함된다.
 
소비자가 보증금 300원을 내면 자영업자가 모두 돌려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선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바코드가 부착된 라벨을 컵에 붙여야 한다. 해당 바코드를 통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라벨 1장당 가격은 6.99원으로, 1000장이 들어있는 1롤당 가격은 6990원이다. 이 라벨의 가격은 모두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한다. 6롤 이하로 주문할 경우 배송비도 부과된다. 여기에다 회수된 컵을 수거하는 비용은 한 컵당 부가세 포함 4.4원인데 이 처리비용도 일회용 컵을 사용한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한다. 카페 자영업자가 일회용 컵으로 음료를 판매할 때 한 잔당 최소 11.39(6.99+4.4)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일회용 컵 보증금을 반영한 비용. (사진=독자 제공)
 
카페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1롤로는 수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넉넉하게 쟁여두려면 그만큼 선납하는 금액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보증금제를 시행하는 데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서라도 컵 보증금을 선납해야 하는 상황이다. 1롤당 컵 보증금 300원이 더해지고(300원x1000개), 여기에 처리비용과 수거비용까지 합해져 최종 구매가는 표준 용기의 경우 31만1390원, 비표준 용기는 31만7990원이다. 가령 10롤을 주문할 경우 선납으로 300만원대를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코로나19로 빚이 누적된 자영업자의 경우 선납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추가적으로 소비자가 카드로 보증금이 포함된 음료 값을 결제할 경우 보증금에 대한 카드수수료도 자영업자가 물어야 한다. 최소한의 직원으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이들의 경우 인건비도 걱정해야 한다. 일회용 컵에 일일이 라벨을 붙이는 것부터 컵 세척과 보관 업무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보증금 제도에 따르면 컵 반환은 여러 매장에서 가능한데, 이 때문에 다른 카페의 쓰레기까지 처리해야 하느냐는 불만도 크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홈페이지 Q&A 카테고리에 자영업자들이 일회용 컵 보증금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홈페이지 캡처)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홈페이지에는 카페 자영업자들의 원성이 가득하다. 자영업자들은 Q&A 게시판에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혼자 카페를 운영하며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힘들게 버티고 있는데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때문에 사람을 한 명 더 구해야 한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는 “영업제한이 끝나니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걸림돌”이라며 “곧 성수기인 여름이 다가오는데 점주들은 무슨 잘못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형평성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일회용품은 카페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배달 전문점과 배달플랫폼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카페 자영업자들은 팔 때마다 손해가 발생하게 되는데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는 배달 플랫폼이 환경기금이나 상생기금 등을 출현해 이 비용을 보전해주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카페 자영업자들이 계속해서 환경부에 항의하고 있는 가운데 환경부도 관련 문제점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환경부도 자영업자들이 부담하는 비용을 보조해 주는 방안 등 자영업자의 손해를 보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현재 마무리 단계”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이번 달 말에는 지원방안을 검토해 발표할 예정이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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