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한국, 전기차 생산 허브 되려면
입력 : 2022-07-13 06:00:00 수정 : 2022-07-13 06:00:00
현대차가 12일 국내에 전기차 공장을 짓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노사와 합의된 사안으로 내년부터 착공에 들어가 2025년 완공이 목표다.
 
현대차 노조가 최근 임금협상 중 파업을 운운하며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이뤄진 합의인 만큼 업계에선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다. 노조가 파업을 벌이면 조 단위의 손실이 불가피해 사측이 대승적인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지난 5월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강성 노조를 피해 해외투자를 확대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점유율이 크게 오르며 안정적인 물량공급을 위해 현지 공장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국내에선 '혼류 생산'에 의존하고 있다. 내연기관차를 만드는 울산1공장에서 아이오닉5, 코나 전기차를 생산하고, GV60는 울산2공장에서 제네시스 내연기관 모델들과 생산되고 있다. 기아 EV6(오토랜드 화성) 역시 마찬가지다. 다음달 출시되는 아이오닉6도 아산공장에서 생산된다.
 
하지만 전기차 생산에 투입할 인원수 합의 문제로 생산 차질이 발생할 정도로 지금 있는 생산 라인도 온전히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더 지어달라는 것은 과도한 요구로 여겨졌다.
 
이번 합의와 관련해 현대차는 "국내공장 미래 비전과 고용 안정을 중심으로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국내 사업장이 글로벌 전기차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노사 관계 정립이 필요하다. 전기차 전환에 따라 현재 인력의 30~40%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2030년 전기차 비중이 33%에 도달할 경우 약 3만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제는 노조다. 시대 급변에 따른 변화가 매우 취약하다. '해외에 전기차 공장을 짓지 말고 국내에 지으라'는 조건이나 '인력 충원 및 정년을 연장해 달라'는 요구를 한다. 세상이 변해도 우리 목소리만 들어주면 된다는 논리다.
 
전문가들은 "현대차 노조가 수용하기 힘든 주장을 계속하게 된다면 국내 산업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노사 협상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전기차 전환에 따른 노사 갈등을 우려하고 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같은 시스템을 갖춰 놓고 수십 가지 전기차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흑자 플랫폼'으로 불린다. 전기차 전용 공장을 통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처럼 전기차도 수십만 수백만 대를 찍어내는 모델들이 상당히 많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 경쟁력은 상품성이 아니라 생산성이란 얘기다.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생존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불확실성 중 가장 핵심인 노사관계가 흔들린다면 기업 생존에 치명적이다. 국내 전기차 공장이 지어진 이후에도 노조의 변화가 없다면 앞으로 현대차가 국내에 투자할 이유는 없다.
 
황준익 산업1부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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