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별건 수사 중 확보한 내용, 유죄증거로 사용 못해"
뺑소니 조사 중 지명수배내역 유출 증거 확보
"뺑소니는 유죄, 공무상비밀누설은 무죄"
입력 : 2022-07-17 09:00:00 수정 : 2022-07-17 09:00:00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뺑소니 후 이를 무마하기 위해 평소 알던 한의사로부터 허위진단서를 발급받아 제출한 경찰관에게 대법원이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경찰 재직 기간 지명수배자에 대한 수배내역 등 공무상 기밀을 지인에게 누설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위계공무집행방해죄와 공무상비밀누설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2심을 확정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에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라며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 2013년 7월25일 밤 11시20분쯤 인천시 미추홀구에서 운전 중 도로를 건너던 B양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B양은 전치 2주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지만, A씨는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도주했다.
 
이후 A씨는 B양에 대한 뺑소니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이를 모면하기 위해 평소 알고 지내던 한의사로부터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아 제출했다. 해당 진단서에는 우측 안면신경마비로 급하게 한의원에 왔고, 우측 눈꺼풀 마비로 앞을 볼 수 없다는 등이 적혀 있었다. A씨는 수사 기관에도 “오른쪽 안면마비를 느끼던 중 교통사고를 냈고, 이후 심한 안면마비로 인해 지인에게 사고처리를 맡기고 바로 병원으로 갔다”고 진술했다. 자신에 대한 징계가 진행 중이던 안전행정부 소청심사위원회에도 이 같은 내용을 제출됐다.
 
수사기관은 이 사건으로 A씨의 휴대전화를 조사하던 중 A씨가 2015년 지명수배내역을 휴대전화로 사진 찍어 지인에게 보낸 정황을 우연히 포착했다. 이에 검찰은 A씨에게 허위 진료기록부를 제출해 조사를 방해했다며 위계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하고, 지명수배내역을 무단으로 전송한 것에 대해 공무상 비밀누설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1심 재판부는 "경찰 공무원임에도 뺑소니 사고를 낸 뒤 허위진료기록부를 제출해 사건을 조작하려 했고 엄격히 관리돼야 할 개인의 지명수배 내역을 외부에 누설하는 등 경찰 공무원에 대한 시민 신뢰를 저해해 그 죄질이 불량하다"라며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위계공무집행방해죄는 인정하면서도 “압수·수색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혐의사실과 무관한 별개의 증거를 압수하였을 경우 이는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공무상 비밀누설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징역 8월과 2년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과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2심판결을 확정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조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