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걷혔다"…건설사 해외수주, 하반기 반등 시작
하반기 들어 53억7815만달러 수주…전년비 9배↑
원화약세·오일머니 효자…중동지역 발주액도 증가
입력 : 2022-08-08 08:00:00 수정 : 2022-08-08 08:00:00
건설사 공사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건설사의 해외공사 수주가 하반기 들어 반등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하방 압력이 존재하는 상황 속에서도 원화약세를 기반으로 대형 수주에 성공하면서 발주를 늘린 결과로 풀이된다.
 
8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이달 4일까지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 규모는 총 53억7815만7000달러(한화 약 6조984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동기(5억9825만7000달러)에 견줘 9배 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수주건수는 32건에서 54건으로 69% 늘었다. 지난 상반기 건설사 수주액이 120억3972만4000달러로 1년 전(147억4677만달러)보다 18.4% 감소하며 부진했던 것에서 반등한 것이다.
 
하반기 수주액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연초부터 이날까지 집계된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은 174억1788만달러로, 전년 동기(153억4502만달러)와 비교해 13.51% 뛰었다. 수주액이 17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8년(188억5640만달러·동기기준) 이후 4년 만이다. 특히 지난달 해외건설공사 계약액(53억6596만달러)은 지난 2013년 이후 최근 10년 간 월별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여기에는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10원을 터치하는 등 원화가치 약세 움직임이 나타나고 유가 상승으로 발주 여건이 개선된 가운데 미국·아시아, 유럽 등 진출 국가를 다변화한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 해외 수주전에서 입찰가를 낮추는 등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데다 해외공사 잔액이 많은 건설사의 경우 기성액을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환차익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7월부터 8월4일까지 건설사 해외수주 현황.(표=뉴스토마토)
발주 환경이 개선된 가운데 대형 수주를 확보한 점도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삼성물산은 19억달러 규모의 미국 테일러시 반도체제조공장(FAB)1 신축공사를 수주하며 업계 1위에 올라섰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삼성물산의 수주액은 작년보다 55.7% 늘어난 49억9922만달러로 전체 건설사 수주액의 28.7%를 차지하고 있다.
 
상반기까지 삼성물산의 수주액은 8조6000억원으로 해외 부문은 3조4510억원에 달한다. 해외 수주잔고는 작년보다 21% 뛴 16조3700억원으로, 여기에는 미국 테일러 FAB 1 신축공사(1조원)과 베트남 발전 프로젝트(6000억원) 등이 포함됐다.
 
지난달 8900억원 규모의 말레이시아 가스 플랜스 사업을 수주한 삼성엔지니어링의 누적 공사액 23억9482만달러로 2위를 기록했으며 현대엔지니어링(15억4373만달러)과 롯데건설(14억2330만달러), 현대건설(10억5797만달러) 순으로 뒤를 이었다.
 
한편 오일머니 강세 전환에 따라 중동지역 발주 증가에 대한 기대감도 존재한다. 특히 국내 건설사의 주력 시장인 중동의 경우 올해 하반기 8억6780만달러 1년 전보다 14배 가량 증가했다. 지난 상반기 중동지역 수주액은 32% 내린 28억583만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밖에 아시아 지역의 수주액은 3억8751만달러에서 13억2952만달러로 240% 급증했으며, 북미·태평양지역은 26억3828만달러 하반기 전체 수주액의 절반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 수주액은 각각 4억7963만달러, 5680만달러로 작년보다 4배가량 늘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건설사 해외 수주는 고유가 환경 하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회복될 개연성이 높다”면서 “풍부해진 재정을 활용한 국가 발전을 꾀하려는 시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글로벌 EPC(설계·조달·공사)의 재무구조 약화와 국내 EPC업체들의 플랜트 인력 감축 등을 감안할 때 수주 경쟁 강도가 약해진 것도 긍정적”이라면서 “사우디아라비아 네옴 시티 개발 등 국가의 미래 이익을 위한 도시 개발과 에너지 수급에 대한 대응을 위한 발전 설비 확보 등이 주목된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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