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명이 한강에 모였다…글로벌 히트 중국 게임에 열광
(한중게임, 기울어진 운동장①)
중국, 판호 발급 '가뭄에 콩 나듯'…출시해도 흥행 장담 못해
중화권 수출 비중 '절반'…'시장성'에 포기 어려워
입력 : 2022-08-24 06:00:00 수정 : 2022-08-24 06:00:00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의 온도차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에서 '한한령'이 내려진 지난 수 년 동안 중국 게임 시장에서 한국 게임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지에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판호 발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등 유무형의 장벽이 존재하고 있는 까닭이다. 반면 국내에서 중국 게임의 활동은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자국 시장의 문은 걸어잠근 채 한국 시장에서 큰 매출을 올리고 있는 중국에 대해 게임 업계에서는 불공평한 처사라는 불만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K-콘텐츠를 키우겠다는 구호는 열심히 외치고 있지만 주력 수출 콘텐츠인 게임 산업은 여전히 홀대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1. 지난달 28일부터 일주일간 서울 반포 한강공원 인근 '세빛섬'에는 매일 수 십미터의 줄이 늘어섰다. 중국 게임 개발사 호요버스의 오픈월드 RPG '원신'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한 국내 최대 규모 이벤트 '원신 2022 여름축제'에 참여하려는 인파 때문이다. 당시 한 낮 온도가 섭씨 35도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한창이었지만 행사에 참여하려는 이들의 열기에는 미치지 못했다. 주최측에 따르면 행사에 다녀간 인원은 약 3만명에 달했다. 
 
#2. TV를 틀면 유명 아이돌 그룹이나 인플루언서를 앞세운 게임 광고가 쏟아진다. 그 중 대부분은 중국 게임사의 게임들이다. 이 같은 트렌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특히 두드러지는데, 자국에서의 게임 광고에 연예인을 기용하지 못하게 되자 마케팅 역량을 국내로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때마침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 게임이 늘고 있는 분위기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유명 연예인 모델을 대거 활용한 게임들은 대체로 앱마켓 일 매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소지섭, 강호동, 제시 등을 광고 모델로 기용했던 '기적의 검'의 개발사 4399코리아는 2020년 한 해 동안 광고홍보비로만 1166억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이는 전체 매출액(2395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인데, 이 덕분인지 기적의 검은 출시 3주년이 다가오는 지금도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20위권에 들고 있다. 
 
앞선 두 사례는 '짝퉁 게임' 혹은 '낮은 퀄리티 게임'으로만 인식됐던 중국 게임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방증한다. 그 중에서도 '원신'이 대표적인 성공작으로 꼽힌다. 원신은 모바일 게임 중 가장 짧은 기간인 출시 6개월 만에 10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 나이언틱이 만든 '포켓몬고'의 9개월 기록을 세 달이나 앞당겼다. 개발력 등에서 한 수 아래라고 평가했던 중국 게임이 자체 개발력과 IP로 흥행에 성공한 점은 국내 게임 업계에도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세빛섬에서 열린 온라인 게임 행사 '원신 2022 여름축제'에 입장하기 위해 팬들이 줄지어 서 있다. (호요버스 제공, 연합뉴스 사진)
 
중국 게임이 이처럼 한국 시장에서 승승장구 하는 동안 중국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중국 내에서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는 '판호' 발급이 막혀 신작 출시가 무기한 미뤄지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PC게임으로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던전앤파이터'의 모바일 버전 '던파 모바일'이 중국 출시를 포기하고 국내에서 우선 출격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현재 국내 게임 중 가장 마지막으로 판호를 발급 받은 작품은 지난해 6월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이다. 펄어비스는 판호 획득 10개월 만인 지난 4월 정식 출시를 했지만 출시 초반 '반짝 흥행'을 기록한 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펄어비스는 흥행 실패의 원인을 '통신 장애로 인한 이용자 유입 문제'로 지목하면서 신규 업데이트와 대규모 마케팅으로 매출 반등을 모색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까지 성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게임 업계 일각에서는 이미 출시된 지 4년이 넘은 검은사막 모바일이 중국 유저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미 게임을 즐길 이용자들은 우회 경로로 접해 기대가 크지 않았을 것이란 설명이다. 
 
펄어비스의 대표 모바일 게임 '검은사막 모바일'은 중국 정부의 판호를 발급받은 지 10개월 만인 지난 4월 중국에 정식 출시됐다. (사진=펄어비스)
   
이 때문에 게임 업계에서는 정부가 나서 중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수 년째 공허한 외침에 그치고 있다. 그 사이 중국은 되레 '게임 심사 채점 세칙' 등을 앞세워 장벽을 더 높이고 있다. 한한령이 '사드 사태'에서 촉발됐던 것을 감안하면, 쿼드·칩4 가입 등 산적한 현안은 중국이 무형의 울타리를 높일 만한 유인이 되기 충분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판호 신청은 받아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상황이 완화가 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전히 결정권은 중국이 쥐고 있다"고 현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게임 업계가 지속적으로 중국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시장성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1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중국은 여전히 국내 게임 수출의 3분의1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대만과 홍콩까지 포함하면 수출의 절반을 중화권이 책임지고 있다. 아울러 2020년 말 기준 중국 게임 시장은 2786억위안(약 50조원) 규모를 형성했다. 같은 기간 국내 게임 시장(약 17조원)의 세 배에 가까운 규모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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