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조선업계, 시장선점 속도 붙은 2단계 자율운항
아비커스, 돌발상황 대처 수월한 2단계 자율운항 상용화
삼성중공업은 연내, 대우조선은 2025년 상용화 목표
‘무인 조종’ 3단계 기술 있지만 국제법상 선원 승선 필수
입력 : 2022-08-24 06:00:10 수정 : 2022-08-24 06:00:1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국내 기업들이 미래 조선시장 주도권을 좌우할 자율운항선박(MASS)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금은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으로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기술표준이 무주공산인 자율운항선박 시장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과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042660) 등은 2~3단계 자율운항 기술 개발·상용화로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어큐트마켓리포츠에 따르면, 자율운항선박과 관련 기자재 시장이 연평균 12.6%씩 성장해 2028년 2357억 달러(약 31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HD현대 아비커스가 하이나스 2.0을 탑재한 대형상선의 자율운항을 하는 모습. (사진=HD현대)
 
HD현대(267250) 자율운항 전문 회사 아비커스는 최근 SK해운, 장금상선 등 국내 선사 두 곳과 대형선박용 자율운항 솔루션인 ‘하이나스(HiNAS) 2.0’의 수주계약을 맺었다. 컨테이너선과 LNG선 등 현대중공업그룹이 건조하고 있는 대형 선박 23척에 내년 8월부터 탑재된다.
 
하이나스 2.0은 인공지능(AI)이 날씨와 파고 등 주변 환경과 선박을 인지해 실시간으로 선박의 조타 명령까지 제어하는 2단계 자율운항 체계다. 대형선박(상선)과 소형선박(레저보트)을 통틀어 2단계 솔루션을 상용화한 사례는 아비커스가 세계 최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자율운항선박을 4단계로 구분한다. 1단계는 AI의 인지·판단으로 일부 자동화 기능을 선원에게 제공하는 의사결정 지원 단계다. 2단계는 선원이 승선한 상태에서 원격제어를 할 수 있다.
 
3단계부터 선상에 선원 없이 육지에서 원격제어한다. 4단계는 선박 스스로 결정하고 운항하는 완전 자율운항이다.
 
하이나스 2.0은 속도제어와 충돌회피 등 다양한 돌발상황에 선박 스스로 대처할 수 있어 3단계에 가깝다. 하지만 아비커스는 국제법상 선박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점과 일부 보완할 기능을 감안해 2단계 솔루션으로 상용화했다.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 조약 94조는 각 선박에 적합한 자격을 가진 선장과 선원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자율운항선박 솔루션은 그룹 내 조선사들의 선박 수주 경쟁력을 끌어올릴 전망이다. 솔루션 개별 판매보다 신규 수주 선박 탑재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수주 방식 다변화로 신조선 뿐 아니라 운용중인 선박에서도 선박 리트로핏(개조) 하면서 탑재하는 경우가 일부 있다”며 “대부분은 신규 수주할때 계약하고 일부는 건조 중 선주가 탑재하기로 결정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도 연말까지 2단계 자율운항 체계 '삼성 자율 선박(SAS)'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개발하고 있다.
 
SAS에는 레이다, 범지구 위치결정 시스템(GPS), 자동식별장치(AIS)와 360도 열화상 카메라, 충돌 회피를 위한 엔진 자동 제어 기술이 탑재됐다. 2025년 이후 부분 자율항해선박 주요 항해장비로 승격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20년 이 기술로 300톤급 예인선을 반경 1㎞ 내 선박과 장애물을 피해 5㎞ 떨어진 목적지에 보냈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 자율운항선박 간 충돌 회피 기술 실증에 성공했다.
 
삼성중공업은 SAS의 판로를 다각도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새로 짓는 선박의 기본사양 또는 옵션 적용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하반기 자율운항 시험선 '단비(DAN-V)'의 단계별 운항 시험을 시작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지금 3단계 수준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국제법상 선원 승선이 필수인 점 등을 고려해 2025년 2단계 수준으로 상용화할 예정이다.  내년 초 선급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단비에 대한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원격조종 등 자율운항과 안전운항 관련 기술 시험을 마쳤다.
 
정부도 지난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사업비 1603억여원을 들여 조선사들과 자율운항 핵심 기술과 국제 표준화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대양 항해의 경우 3단계, 연안 항해는 2단계 기술 확보가 목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자율운항선박 시장은 조선업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선박 운항의 경제성과 안전성을 제고할 수 있는 자율운항 솔루션 고도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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