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양극화②)고사 위기 놓인 신생·중소 VC
모태펀드 가뭄에 자금력 적을수록 소외되는 구조…빈익빈 부익부 악순환
입력 : 2022-10-13 06:00:55 수정 : 2022-10-13 06:00:55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자금줄이 마르면서 벤처캐피탈(VC)업계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 규모에 따라 펀드출자자(LP) 모집 여력이 달라지면서, 결국 기존에 자금이 풍부했던 곳에 신규 자금이 몰리는 쏠림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8월3일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들이 3일 서울 서초구 한국투자벤처에서 열린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벤처투자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12일 벤처기업계와 VC업계에 따르면 신생·중소 VC들은 글로벌 경기 하방 위험이 심화하면서 그 여파를 가장 크게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VC들이 투자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펀드를 조성해야 하는데 신생·중소 VC들은 펀드 조성의 벽조차 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P들이 위험 요인이 적은 대형 VC를 선호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올해 2분기까지는 VC 숫자와 신규투자 모두 증가세를 이어갔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중소기업 창업투자회사는 2018년 말 133개사에서 2019년 149개사, 2020년 165개사, 지난해 197개사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올해의 경우 지난 6월 기준 등록된 중소기업 창업투자회사는 총 220곳이다. 제2벤처붐이 불고 그간 정부가 막대한 지원을 하면서 VC들도 덩달아 늘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제2벤처붐을 증명하듯, 신규투자 역시 2018년 약 3.4조, 2019년 4.2조, 2020년 4.3조, 2021년 7.6조, 올해는 6월까지 4조원의 투자를 기록했다.  
 
다만 하반기부터 암울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VC는 늘어났는데, 재원은 줄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VC 입장에선 정부출자금인 모태펀드 예산의 삭감이 뼈아프다.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 각 부처의 내년 모태펀드 자금은 도합 7045억원 수준으로, 전년비 25% 가량 삭감됐다. 
 
모태펀드 전체 규모가 줄면 신생·중소 VC들의 경우 모태펀드를 받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별다른 이력이 없는 신생·중소 VC들의 경우 감소한 예산만큼이나 모태펀드 심사에서 뒷순위로 밀리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LP들 역시 어려운 때일수록 회수 실적이 좋고 믿을 만한 VC를 찾는다. 실적이 없어 모태펀드를 받지 못하고, 모태펀드를 받지 못해 실적을 쌓을 기회를 얻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셈이다.
  
나수미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생·중소 VC의 경우 모태펀드가 간절할 텐데 모태펀드를 심사받을 때도 기존 경력 등을 살피게 돼 아무래도 신생·중소 VC들은 선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LP들은 투자 포트폴리오나 회수실적 등을 더 살펴본다. 이런 LP들의 출자 이력이 있어야 VC도 모태펀드를 받기가 수월한데 신생·중소 VC들의 경우 계속해서 악순환을 겪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는 "요즘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 있다"며 "내년도 모태펀드 예산이 올해보다 40%(중기부 기준) 정도 감축된 데다 외부적인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신규투자는 이뤄지지 않고 후행투자만 겨우 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신규VC들의 경우 대형VC들에 비해 포트폴리오가 빈약해 LP들이 투자를 꺼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쇄적인 악재 속, 자금 여력까지 없는 신생·중소 VC들의 경우 답보상태에 머무르다 결국 고사하게 될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김세연 UTC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대형 VC들도 투자에 대해 보수적인 상황에서 신생·중소 VC들은 펀드 조성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결국 곳간에 돈이 남아있느냐 아니냐가 VC의 생사를 가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힘든 상황이 오면 체력이 약한 곳부터 몸에 와닿는 고통이 크다"며 "중소 VC들이 그런 상황이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 VC들은 몸집이 가볍기 때문에 위기를 잘만 극복하면 기회가 있을 수 있다"며 "정부가 지원책 등을 통해 체력적으로 열위에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변소인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