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쌍방울 의혹 닮은꼴’ 빗썸 조준
빗썸 본사 압수수색·강씨 남매 소환 불가피
입력 : 2022-10-14 06:00:00 수정 : 2022-10-14 06:00:00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시장교란 세력에 대한 금융당국 조사와 검찰 수사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쌍방울에 이어 빗썸을 타깃으로 한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채희만)는 지난 7일 비덴트와 인바이오젠, 버킷스튜디오 등 빗썸 관계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빗썸은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망은 빗썸 실소유주를 향해 좁혀가는 모습이다. 
 
빗썸은 가상자산 거래소 중 지배구조가 가장 복잡하다. 그간 수차례 경영권 분쟁을 거치며 주인이 연달아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회사 구조는 계속 얽히고설켜 내부 직원들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지면서 그 안에 숨겨진 주주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김성태 회장이 실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쌍방울 구조와 비슷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빗썸(올 6월 말)과 쌍방울(2017년 말 기준) 지배구조 비교. (참고=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쌍방울의 2017년 당시 지배구조를 뜯어보면 현 빗썸 구조와 비슷한 면이 많다. 당시 쌍방울 지배구조는 ‘김성태 회장-베스트마스터 1호 투자조합-나노스(현 SBW생명과학), 광림-쌍방울-나노스’ 등으로 요약된다. 현재 쌍방울 지배구조는 이전과 많이 바뀌었고, 빗썸 구조와도 달라 2017년 말 기준으로 단순 비교해본 것이다.
 
또 그해 초 나노스는 주식 6000만주로 바꿀 수 있는 3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쌍방울과 광림을 상대로 발행했다. 당시 쌍방울과 광림은 150억원 규모(3000만주)의 CB를 ‘제우스1호투자조합’에 되팔았다. 제우스1호투자조합도 김 회장이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조합이다. 김 회장은 이 조합에 특수부 검사 출신 변호사 등 별도 ‘VIP 명단’으로 구분해 관리했다고 한다.
 
현재 쌍방울 자금 흐름은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가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베스트마스터1호 투자조합 최대주주 김성태 쌍방울 회장. (출처=2017년 말 금감원 전자공시)
 
빗썸의 경우 현재 표면상 지배구조 최정점에 강지연 이니셜 대표가 있다. 현 빗썸 지배구조는 ‘강지연 대표-이니셜 1·2호 투자조합-버킷스튜디오-인바이오젠-비덴트-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등으로 이어진다. 이 가운데 버킷스튜디오는 오징어게임의 주연배우 이정재 소속사인 아티스트 컴퍼니 지분 15%를 보유한 회사다.
 
버킷스튜디오는 올해 초 초록뱀미디어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컨소시엄을 꾸리는 등 동맹 기조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특히 여기서 기업사냥꾼으로 불리는 원영식 초록뱀그룹 회장이 빗썸 지배구조에 조금씩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원 회장은 2017년 W홀딩컴퍼니 회장으로 있던 때 시세조종꾼들과 홈캐스트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바 있다. 1심에선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나, 그가 홈캐스트 재무적투자자(FI) 지위에 있었을 뿐이라는 주장이 인용돼 2020년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 받았다.
 
원 회장의 뒤에는 강종현씨가 있다는 얘기가 업계에서 흘러나온다. 지난달 디스패치는 강씨가 비덴트, 인바이오젠, 버킷스튜디오, 빗썸라이브 회장이라고 적힌 명함을 가지고 다녔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에 빗썸 측은 “사실 무근” 입장을 냈지만 법조계와 가상자산 및 금융투자업계 등에선 강씨를 빗썸의 숨은 대주주로 보고 있다. 강씨가 원 회장과 손잡은 것도 경영권 분쟁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아두기 위함이란 분석이다.
 
실제 지난 8월 금융감독원은 강 대표뿐 아니라 강씨까지 불러 조사한 뒤 관련 내용을 검찰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빗썸과 쌍방울 등과 같은 코스닥 상장사들의 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활용한 무자본 인수합병(M&A) 의혹에 대해 “유념해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조만간 빗썸 본사를 압수수색한 뒤 강씨 남매를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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