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경찰·노동부, 'SPC사망사고' 경영자 엄중 책임 물어야"
노동계 "20대 꽃다운 청년 황망하게 생 마감"
"일주일 전에도 유사사고…회사, 병원도 안 데려가"
"사고 후 안전 확보됐다면 사망 사고 막을 수 있었다"
입력 : 2022-10-17 16:31:01 수정 : 2022-10-17 23:51:46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지난 15일 경기 평택 SPC 계열 제빵공장에서 한 20대 '소녀 가장'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노동·청년·시민사회단체가 수사당국의 철저한 원인 조사와 경영 책임자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파리바게트공동행동'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는 17일 오전 평택 팽성읍 추팔산단 SPL 평택공장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견된 사고로 20대 꽃다운 청년이 황망하게도 생을 마감했다"며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이번 중대재해에 대해 철저한 원인 조사를 통해 경영자에게 책임을 물어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15일 SPC 계열 제빵공장 SPL 사업장에 근무 중인 A(23) 씨는 높이 1m가 넘는 배합기에 식자재를 넣어 샌드위치 소스를 만드는 작업을 하다 상반신이 배합기 내부 기계에 끼이는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현장에는 A씨 외 직원 1명이 더 있었지만, 이 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가 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SPL 그룹 정규직으로 입사한지 3년도 되지 않은 사회 초년생이었다. 특히 어머니와 고등학생 남동생과 지내며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는 소녀 가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앞서 일주일 전에도 SPL 사업장에서는 유사한 끼임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평택공장에서는 지난 7일 노동자의 손이 기계에 끼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병원에 즉시 데려가지 않았고, 사고가 있던 공정라인에서 근무하던 노동자들을 집합시킨 뒤 30분 간 훈계를 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대응 조치가 미흡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경기 평택시 SPC 계열 제빵공장 앞에서 '파리바게뜨공동행동'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여성 근로자가 숨진 사고에 대한 철저한 원인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규혁 화섬식품노조 SPL 지회장은 "이번 사고에 앞서 지난 7일 있었던 유사 사고에서 관리자들은 3개월 계약직 직원이 다치자 약 30분간 세워놓고 사고의 잘잘못을 따지면서 방치한 뒤 의무실로 옮겼다"며 "우리는 안전교육도 받지 못한 채 한 달 치 교육 이수 서명을 허위로 하면서 안전하지 못한 곳에서 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SPL 사업장 본사인 SPC가 전 계열사의 노동환경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2030 정치공동체 청년하다'와 '경희대학교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등 총 33개 청년 단체들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SPC그룹 본사 앞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 일주일 전, 같은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가 기계에 손이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기에 이번 사망 사건의 충격이 더욱 크다"며 "사고 이후 현장에 SPC측의 안전한 노동환경이 보장됐다면 20대 청년 여성 노동자는 죽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사망사고 이틀만에 SPC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이날 사과문을 통해 "사업장에서 발생한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라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분들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SPL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업장이다. 고용노동부는 작업 중지를 명령한 후 사업장 측의 재대재해법,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A씨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A씨의 시신 부검을 의뢰할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정확한 사고 경위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는 없었는지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SPC 본사 앞에서 열린 '제빵공장 청년노동자 사망사건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청년단체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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