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제국, 영광의 이면②)성장 신화에 가려진 노동자들
온라인 플랫폼 빠른 성장했지만…처우개선은 변화없어
독과점폐해·불공정행위 등 부작용, 노동환경에도 고스란히 배어
"공공이익보다 플랫폼이익 우선시한 결과…노동권 위한 최소한의 법적 조치 필요"
입력 : 2022-10-20 06:05:19 수정 : 2022-10-20 06:05:19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갈수록 플랫폼 영향력은 커지는데 노동자들의 처우는 제자리 걸음입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온라인플랫폼들은 생활의 필수 서비스로 자리매김하며 덩치를 키워왔지만 플랫폼 노동자들 사이에선 근로조건은 전혀 변화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례를 계기로 그간 플랫폼 기업들이 성장에만 관심을 두면서 기본적인 사회적 책임은 등한시 했다는 비판론이 또 다시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라이더유니온, 민주노총 배달플랫폼노조 소속 쿠팡이츠 조합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쿠팡이츠 본사 앞에서 파업 행진을 앞두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플랫폼은 웹사이트나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두 개 이상의 이용자 집단을 중개하는 서비스고, 플랫폼 노동은 이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일하는 것을 지칭한다. 배달, 택시, 웹툰 등과 같이 수요자와 공급자가 있는 시장을 기본으로 하며, 특정 플랫폼 내에서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나는 방식으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일반 기업의 노동자와 달리 플랫폼 노동자의 경우 현 노동법 체제 안에선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 미국,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선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이들을 최대한 노동자로 인정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국내에선 노동법의 테두리 안에 넣을지 말지를 놓고 갈피조차 못잡고 있는 상황이다. 
 
플랫폼 노동환경을 둘러싼 문제는 꽤 오래 전부터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카카오를 중심으로 촉발된 플랫폼 독과점 문제를 비롯해 불공정행위, 골목상권 침해 논란까지 각종 부작용이 심해지면서 국정감사의 주요 이슈로 꼽혔다. 올해 역시 이러한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고, 최근 카카오 먹통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독과점 폐해 문제가 다시 한번 부각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플랫폼 노동자들의 처우를 중심으로 한 이슈도 다시 한번 재점화될 조짐이 보인다.
 
앞서 지난 9월 라이더유니온, 전국대리운전노조, 공공운수노조택시지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웹툰작가노조 등이 모인 '플랫폼노동희망찾기'는 국감을 앞두고 여의도 국회 앞에서 플랫폼 노동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담은 대정부 5대 요구안을 선포한 바 있다. 
 
올해 국감엔 배달 플랫폼 이슈와 관련해 '배달의민족' 관계자가 불려나가 높은 배달수수료 문제, 개인정보 관리 등에 대한 질타를 받았다. 배민의 경우 올해 초 단건배달 수수료 개편을 통한 중개수수료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배달 라이더들과는 기본 배달료 인상 여부를 두고 갈등 중이다. 지난 18일 쿠팡이츠 배달라이더들은 기본 배달료 인상을 촉구하며 3000여명 규모로 파업에 돌입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택시업계에선 지난 주말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로 호출요청을 받지 못해 직격탄을 맞은 것에 대한 영업손실 배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주요 택시4단체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택시호출 시장에 95% 이상의 독점적 지위를 가진 카카오가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으로서 기업윤리에 반하는 행동을 지속해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회적 역할 수행을 비롯해 독점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행위를 해왔다는 것이다. 
 
또 이번 먹통을 계기로 '가맹호출을 중심으로 불공정배차가 이뤄지고 있다'는, 택시업계의 콜 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공정위의 향후 판단이 더욱 관심을 받게 됐다. 더 나아가 공정위가 추진해온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도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 6일 열린 국정감사에선 카카오모빌리티의 과도한 수수료 부과 의혹, 프로멤버십과 플러스 호출 상품 등과 관련한 배차 알고리즘 공정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웹툰업계에선 웹툰·웹소설 창작자들의 건강권 문제가 주요 안건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연재하던 인기 웹툰작가의 사망 소식을 계기로 고강도 근로문화에 대한 변화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웹툰 근로자들의 사회 안전망 확보를 위해 별도 웹툰법 제정까지 추진되고 있다. 
 
노동문제연구소 '해방'의 오민규 실장은 "공공이익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플랫폼 기업의 이익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풀고 있어 (이와 같은) 문제가 생기는 것"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수단방법 안 가리고 돈을 벌려고 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심야 노동은 몇시간 이상은 못하도록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한데 사실상 방치한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현 정부의 자율규제 방침에 대해선 기업이 갑이고 노동자가 을인데, 이들간 알아서 합의를 하라고 하는 식으론 제대로 된 합의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 실장은 "알고리즘 공개 부분에 있어서도 노동조건과 관련한 부분만 알려달라는 것이다. 이것조차 안 주고 있어 기업에 근로 처우 개선을 위한 요구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공공이익을 위한 부분에선 정부차원에서의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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