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자사고, 학교 서열화 부작용 인정"
인사청문회…"부족한 부분 보완 위해 새로운 틀 필요"
"'지방교부금' 입장 없어…소통으로 해답 찾을 것"
'김 여사 논문 표절' 질문에 "학문 윤리 최종 책임은 대학"
입력 : 2022-10-28 15:39:18 수정 : 2022-10-28 15:40:14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자신이 추진했던 정책의 문제점을 인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후보자의 과거 정책에 대한 지적과 함께 최근 이슈가 됐던 사교육업체와의 이해충돌 의혹, 자녀 관련 논란 등을 두고 집중 추궁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교육 정책을 비판하면서 이 후보자가 미래 정책 비전을 제시할 수 있도록 도왔다.
 
28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는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됐다. 인사청문회는 초반부터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의 공세가 이어졌다. 강민정 의원은 이 후보자가 참여해 만들어진 '대학설립준칙주의'가 오늘날 대학의 위기를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이에 이 후보자는 "당시 누구보다도 강하게 10년 후면 대학 인구가 급감한다고 주장했다"며 "'대학설립준칙주의'와 함께 대학 퇴출에 대한 제도적 기반도 만들어야 했는데 아쉽게도 이 부분이 정비가 안 됐다. 지금은 대학 수가 줄어들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대학 퇴출 정책이 빨리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학설립준칙주의' 도입 이후 다른 부서의 조치들과 조화롭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문제가 생겼다는 부분에 대해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대학설립준칙주의'는 교지·교사·교원·수익용 기본재산 등 4가지 최소 요건만 충족하면 대학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 후보자는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자격으로 김영삼 정부 대통령 직속 교육개혁위원회에 참여해 이 제도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이전에는 '대학설립예고제'에 따라 해당 4가지 요건은 물론 도서와 기숙사 등 보다 구체적인 기준을 준수해야 대학 설립 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 '대학설립준칙주의' 도입으로 대학 설립 요건이 완화되면서 신설 대학의 수가 크게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박광온 의원은 "자사고가 교육 격차를 악화시키는데 영향을 줬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시절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통해 자사고 확대에 나선 부분을 짚은 것이다.
 
이 후보자는 "많은 분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어떤 면에서는 학교 서열화로 이어진 부작용도 분명히 있었다"면서 "그런 부분을 계속 보완하고 이를 위한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고 자사고의 부정적인 면을 인정했다.
 
이 후보자의 개인적 자격 논란에 대한 질의도 쏟아졌다. 김영호 의원은 이 후보자가 과거 사단법인 아시아교육협회를 설립할 당시 사교육업체 대표가 출연금의 절반 이상을 냈던 것에 대해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서동용 의원은 "후보자의 딸은 이중국적자이고, 이 딸은 미래에셋으로부터 연간 5만 달러를 받는 장학생으로 미국 유학을 갔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도 거론됐다. 무소속 민형배 의원이 김 여사의 논문을 두고 표절인지 아닌지 묻자 이 후보자는 "학문 윤리의 최종 책임 기관은 대학"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이후 민 의원이 끈질기게 질의하자 "학문 윤리에 대해 전면 조사를 검토해 보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취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때 학력 격차가 커졌다고 주장하면서 반격했다. 김병욱 의원은 "이명박 정부와 비교했을 때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사교육비가 크게 증가했다"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교육 문제가 바로 학력 격차"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이 후보자는 "인공지능(AI)이나 에듀테크를 활용하면 학생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학력 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변했다.
 
이태규 의원은 "지역 대학에 대한 중앙정부의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대전환하는 등 파격적이고 획기적인 규제 개혁, 새로운 샌드박스 모델을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교육부의 좁은 테두리 내에서는 해결하기 어렵다. 타 부처와 적극 협력해야 한다"며 "수많은 벽이 있는데 그 벽을 다 허물고 지자체를 지원한다면 지역 대학이 회생 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유·초·중등교육 예산으로 쓰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가운데 일부를 고등교육에 지원하는 방식의 개편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교육계 일각에서 유·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에 투입되는 예산의 불균형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지금은 찬성·반대 입장이 없다. 장관에 임명되면 여러 분들과 소통해 해답을 찾겠다"고 했다.
 
아울러 "현재 유·초·중등교육이 격변기인 상황에서 많은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예산 역시 위축되면 안 된다"며 "꼭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만 끌어온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예산 부처를 설득해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학 설립 요건 완화와 자사고 확대 등 과거 자신이 추진했던 정책의 문제점을 인정했다. 사진은 이 후보자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도중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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