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무너진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입력 : 2022-11-11 06:00:00 수정 : 2022-11-11 06:00:00
 "최근 채권시장 위기와 관련해 정부의 대응을 보고 있으면 '만시지탄'의 느낌이 강합니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에 이어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둘러싼 금융당국의 늑장 대응을 두고 한 시장 전문가의 말이다. 말 그대로 '시기가 늦어 기회를 놓친 것이 원통해서 탄식이 나온다'는 일침이다.
 
지난달 말 정부가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악재에 50조원 자금 풀기로 대응에 나섰지만 '뒷북 대응',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여기에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 결정 번복까지 겹치면서 시장의 신뢰 추락은 물론, 금융당국의 책임론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는 이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징후가 몇 달 전부터 감지되고, 이번 사태에 단초를 제공한 2050억원 규모의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부도 처리된 지 20일 가까이 지났는데도 손 놓고 있다가 뒤늦게 대응에 나서면서 문제가 됐다. 안일한 대응으로 실기해 사태를 키웠다는 점에서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흥국생명 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흥국생명이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에서 행사로 결정을 반복하기까지 금융당국의 대응은 미흡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일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미이행하겠다고 했을 때 "이를 인지하고 있었고, 문제가 없다"고 입장문을 냈지만, 과연 제대로 인지하고 있었는 지도 의문일 뿐더러 사전에 알고 있었음에도 이로 인한 파장을 예상하지 못했는 지는 더욱 궁금하다. 결국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의심하게 할 뿐이다.
 
이 같은 지적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이어졌다. 정무위는 "금융당국이 시장 상황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 아니냐", "사전에 조치할 수 있었던 지점이 분명히 있었을 텐데 금융당국은 계속 뭉개는 모습이다. 이 같은 태도가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등의 질타가 쏟아졌다.
 
이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레고랜드 등 최근의 자금시장 경색과 관련해서 저희가 대응이 부실하고 늦었다는 비판은 겸허하게 받아드린다"며 "지적을 깊이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크레딧 시장은 신뢰가 생명이다. 한번 훼손된 시장 신뢰는 쉽게 회복하기 어렵다. 이는 13년 전 우리은행 콜옵션 미이행 사례 등 역사가 고스란히 보여준다. 레고랜드와 흥국생명에서 촉발된 이번 사태로 인해 해외 시장에서 한국 금융 신뢰는 급격히 추락했다. 금융당국의 반성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두 번의 실기는 없어야 한다.
 
박진아 금융부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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