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푸르밀,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입력 : 2022-11-15 06:00:00 수정 : 2022-11-15 06:00:00
“45년 전 창업 초심으로 돌아가 재도전하고자한다. 부디 회사에 대한 미움을 거두고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 달라”
 
신동환 푸르밀 대표이사가 지난 10일 사업종료 철회를 선언하며 발표한 호소문에 담긴 내용이다. 신 대표가 ‘재도전’이라고 언급한 만큼 매각보다는 경영 정상화를 통한 사업 영위로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 신 대표는 조직 슬림화 카드를 꺼냈다. 현재 직원 수 대비 30%를 감원하는 등 구조조정을 하겠단 것이다. 이를 통해 확보한 효율성으로 경영 정상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신 대표의 결정을 비판하고 싶지 않다. 회사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인원 감축 등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만 인력만을 줄여 지금 쏟아지는 비를 피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한다. 푸르밀이 적자 구조 등 경영난에 빠져있는 건 직원들의 문제가 아니다. 유가공사업 외에 수익을 창출할만한 신규 사업을 발굴하지 못한 오너 경영 실패가 원인이다.
 
푸르밀은 2018년 15억원의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2019년 89억원, 2020년 113억원, 2021년 124억원 등 지속적으로 적자를 냈다. 유제품 소비 감소, 원재료비 및 유류대 상승 등 대외적 경영환경 악화가 겹친 탓이라는 게 푸르밀 경영진의 설명이다.
 
하지만 유제품 소비 감소는 오늘 하루아침에 발생한 일이 아니다. 한국낙농육우협회에 따르면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000년부터 감소해왔다. 노조 역시 이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시대의 변화되는 흐름을 인지하지 못하고 소비자들의 성향에 따른 사업다각화·신설라인 투자 등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했으나 안일한 주먹구구식의 영업을 해왔다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새로운 캐시카우 마련이 필요하다. 인원 30% 감축 구조조정이 완료되면 기존 사업 정상화 과정과 동시에 캐시카우 발굴에 나서야한다. 이번 푸르밀의 논란은 사업 다각화 없이는 유업계에서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우려를 현실적으로 보여준 예다.
 
유업계에 있는 경쟁 업체들은 현재 유가공 사업에서 단백질 제품, 식물성 음료,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사업 중심을 옮기며 차세대 먹거리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업 재도전을 국민들 앞에 선언한 만큼 푸르밀은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캐시카우 발굴 전략을 수립돼야한다.
 
3년 전 신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가공 사업 이외에 수익을 내는 신규 사업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볼 때 신 대표는 신규 사업 발굴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푸르밀의 ‘재도전’에서는 신 대표의 그 ‘생각’이 반드시 보여야한다.
 
유승호 산업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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