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불매' 톺아보기②)진정성 없는 대국민 사과…불매 심리 '자극'
빈소에 장례품목으로 '빵' 두고 간 SPC…고인·유가족 배려 못해
SPC 계열 브랜드 리스트 퍼지며 온·오프라인 쌍방 불매 확산
회장 대국민 사과에도 '역부족'…편의점·대형마트서 효과 보여
입력 : 2022-11-16 06:00:00 수정 : 2022-11-16 06:00:00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경기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청년이 사망하는 사건 이후, 피해자를 애도하는 추모식도 곳곳에서 진행됐다. 노동계를 중심으로 마련된 SPC그룹 본사 앞 추모공간에 모여 시민들이 헌화하며 조의를 표했고, 추모의 글을 남기며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발길이 이어졌다.
 
SPC측의 비상식적 대처로 사회적 공분도 타오르는 상황이었는데, 또 다시 기름을 끼얹는 일이 벌어졌다. SPC그룹이 피해자와 유족이 있는 빈소에 경조사 지원 명목으로 SPC그룹 제품의 빵을 두고간 사실이 보도되면서다. 당시 SPC그룹은 "모든 임직원한테 보내는 장례품"이라며 해명했지만, 온라인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고인과 유가족을 배려하지 못한 행위라는 비판이 커졌다. 당시 유족도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답례품목이 부적절하다고 분노했다.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열린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희생자 서울 추모행사에서 참가자가 헌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태의 심각성을 똑바로 파악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사태를 수습하려는 행태가 이어지자 SPC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자는 분위기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다수의 커뮤니티 등에서는 'SPC 계열사를 이용하지 말자'는 내용의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왔는데, 파리바게뜨, 베스킨라빈스, 던킨, 삼립, 파리크라상, 샤니, 쉐이크쉑, 파스쿠찌 등 SPC 계열 브랜드 리스트도 함께 나열됐다. 
 
해당 게시물에는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기업'이라며 불매 동참을 권하는 글과 함께 참여하겠다는 댓글이 수없이 달렸다. 이후 바코드를 찍으면 SPC그룹 제품인지 판독해주는 '깜:빵집' 사이트도 등장했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를 주도로 전국 단위로 파리바게뜨 매장 앞 1인 시위가 이뤄지는 등 오프라인 불매운동도 활발히 진행됐다.  
 
결국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사고발생 엿새만에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허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라며 고인과 유족, 국민에게 머리를 숙였다. 또 향후 3년간 총 1000억원을 투입해 안전관리 개선으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에서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허 회장의 대국민 사과가 사회적 분노를 잠재우긴 역부족인 상황이다. 실제로 몇몇 편의점 업체와 대형마트 등에서는 SPC그룹 상품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A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15일 "지난 10월15일부터 이달 14일까지 SPC그룹 상품 매출은 전년대비 5% 가량 하락했다"고 밝혔다.
 
B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15일 "불매운동이 시작된 뒤 시기가 지날 수록 고객인지가 확산되고 있고, SPC공장에서 끼임 사고 등 관련된 기사가 지속적으로 보도되면서 불매운동 영향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장 가맹점주들은 SPC 상품을 빼고 다른 제품으로 상품구색을 마치는 등 방식을 변화해 매출을 보존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C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도 "통상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SPC그룹 제품같은 양산빵이 많이 나가지는 않지만, 삼립의 포켓몬빵 경우는 매출 감소세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출시 초반 입고 동시에 맞춰 고객들이 줄을 서서 구매했던 '오픈런' 소비도 줄었다. 그는 "시기적으로 수급이 원활해진 측면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 매장에 포켓몬빵이 입고됐을 때 고객들이 줄을 서서 구매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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