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불매' 톺아보기③)'안전경영위' 만든다고 소비자 돌아올까
전문가들 "기구 설치보다 현장 근무자 의견 수렴이 우선"
"외부 감사·관리해도 현장 변화 없으면 소용 없어"
"SPC 사과문, 내부 현장 직원들에 대한 존중 없었다"
입력 : 2022-11-16 06:00:00 수정 : 2022-11-16 06:09:54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경기 평택 SPL 제빵공장 사건이 발생한지 한 달여간의 시간이 지나자 SPC그룹은 '안전경영위원회'를 출범했다. 외부위원 4명과 내부위원 1명으로 구성된 이 조직은 허영인 회장이 대국민을 상대로 한 약속인 안전관리 개선책 수립의 일환이다. SPC그룹 전 계열사 사업장의 산업안전·노동환경·사회적 책임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감독, 권고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경영학계에서는 SPC그룹의 안전경영위원회 출범 등 대외적으로 안전관리 개선 상황을 보이는 것보다 현장 직원들의 고충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행위가 첫 번째라고 조언한다. 위원회 인원이 다수의 외부위원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노동환경을 명확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해당 위원회에서 어떤 활동을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기업의 안전관리 개선을 위한 첫번째 스텝은 노동, 생산 등 현장에서 근무하는 일선 직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이를 토대로 직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안전이 향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허 회장의 당시 재발방지 대책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마찬가지인데, 외부 인사 위주로 구성된 조직이 아무리 현장의 산업안전을 파악하고, 조치, 개선할지라도 미흡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에서 안전개선 노력을 하더라도 작업 당사자의 의견이 충분히 담기지 않는다면 종합적인 개선이 아니라는 것이다. 독립된 기관의 감사와 진단, 산업안전보건 전담 인력 확충 등 그럴싸한 경영보다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선의 의견없이 안전관리에 대한 표면적인 경영 활동이 이뤄진다면, 계획대로 안전관리를 하고 있다는 경영진의 주장과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현장 근로자들의 주장이 엇갈릴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불매운동의 세력을 키우는 국면으로 빠지기 쉽상이다.     
 
과거 하청공장 노동착취로 전 세계에서 불매운동 주요 타깃이 됐던 나이키의 사례를 보면 어렵지 않게유추가 가능하다. 나이키는 1996년 당시 동남아시아 하청공장에서 일하는 소년에게 한 시간당 6센트를 지급하고 있다는 기사가 게재되면서 미국 시민들로부터 비판의 표적이 됐다. 나이키는 하청공장을 소유·경영하지도 않아 책임이 없다고 발뺌했지만 이는 불매운동에 기름을 붓는 결과만 낳았다. 
 
불매운동이 심해지던 다음해인 1997년 나이키 기업 내부 자료로 작성된 감사보고서가 유출됐는데, 보고서는 나이키 하청공장 노동자들이 발암물질에 노출돼 77% 호흡기질환을 겪고 있고 평균 주당 65시간 노동에 10달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나이키 대변인은 "감사보고서가 제출된 뒤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계획을 수행하고 있다"며 "독립된 기관의 감사를 통해 노무관리가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여전히 나이키의 하청공장이 안전하지 않다는 폭로가 이어졌으며 결국 불매운동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감사와 관리 등을 통한 계획이 수행되도 현장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지난번 SPC측 사과문과 재발방지 대책은 시간적 로드맵이 구체적이지 않은 추상적인 내용이었다"며 "특히 내부 현장직원들에 대한 존중이 없었다"고 질타했다.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SPC그룹 본사 앞에서 여성노동단체 관계자 등이 SPL평택공장 노동자 사망사고 관련 추모 기자회견을 마친 뒤 SPC그룹을 규탄하며 계열사 로고를 찢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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