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왜 일회용컵·비닐만 가지고 그러나
입력 : 2022-11-28 06:00:00 수정 : 2022-11-28 08:20:54
“왜 프랜차이즈 카페, 일회용컵만 가지고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배달 시키면 일회용품이 얼마나 나오는지 다 아는데, 왜 배달용기는 못 건드리고 카페만 참여하라고 하나요. 다른 나라엔 이런 제도 없습니다”
 
최근 정부의 일회용품 감축 정책을 두고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가 하소연한 내용이다. 그는 최근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대한 질문과 토로를 점주들로부터 많이 받았다. 당장 내달부터 국내 일부 지역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오는 12월 2일부터 제주도와 세종시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된다. 일회용컵을 사용할 경우 음료 금액에 자원순환보증금액 300원을 부과하고 컵을 반납할 경우 이 금액을 현금이나 포인트 등으로 환급하는 게 이 제도의 핵심이다. 적용대상은 전국 100개 이상 매장(직영·가맹점 포함)을 운영하는 커피전문점과 베이커리, 패스트푸드업체다.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나 편의점 등은 대상이 아니다. 애꿎은 프랜차이즈만 참여해야하는 거냐는 불만이 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대신 편의점은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제한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4일부터 편의점 등 종합소매업체와 제과점에서 비닐봉투를 사용할 수 없다. 그간 편의점에서 비닐봉투를 사용할 경우 100원의 비용을 내고 사용했는데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편의점업계는 그간 생분해성 비닐봉투를 사용해왔는데, 생분해성 비닐봉투는 2024년 말까지 예외적으로 허용하면서 한숨을 돌렸다. 다만 2025년 이후부터는 사용이 불가능해진다.
 
문제는 포장, 배달 등은 모두 일회용품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겠다는 게 목적인데 정작 일회용품을 많이 사용하는 포장과 배달은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편의점주와 가맹점주들만 규제하는 것 아니냐는 역차별 주장이 나오는 대목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기 위해 국내 주요 배달앱들이 다회용 배달용기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서비스에 나섰지만 이 역시도 역부족이다. 시행 초기인 만큼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당장 감축 효과를 보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은 지난 8월 다회용기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정부의 정책 목표가 일회용품 감축인 만큼 일회용품을 가장 많이 쓰는 부분부터 해결해 나가야한다. 역차별이라고 느끼는 주체들이 많아진다면 정책 참여도는 떨어지고 정책 효과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일부 프랜차이즈업체는 제주·세종 지역 매장에 한해 자체 다회용컵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기도 전에 업체들이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유승호 산업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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