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굳게 입 다문 이재명…7년 만에 '당대표 취임 100일' 회견 생략
김용·정진상 등 최측근 검찰 수사에 일단 '침묵'…"윤석열정부, 민생 포기 야당 파괴만"
입력 : 2022-12-05 17:13:24 수정 : 2022-12-05 20:47:27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5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하지만 민주당은 통상 진행했던 당대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도 열지 않고 비교적 간략한 메시지만 내는 데 그쳤다. 검찰이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이어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잇달아 수사하면서 찬물을 끼얹은 탓이다. 민주당 대표가 100일 기자회견을 건너뛴 것은 7년 만이다. 
 
게다가 검찰이 정 실장을 기소한 뒤 이 대표와의 연관성 입증에 주력, 이달 중으로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제출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민주당은 더욱 궁지에 몰렸다. 이 대표는 일단 침묵을 통해 사법 리스크를 관리하는 한편 민생 관련 메시지에 집중했다. 
 
지난 8월28일 취임한 이 대표는 별도의 기자간담회를 열지 않고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간단한 메시지만 냈다. 애초 민주당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검찰이 김 전 부원장과 정 실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이어가자 회의적 시선이 강해졌다. 김 전 부원장과 정 실장에 대한 기소 등에 대한 현안 질문이 주를 이루면서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민주당 대표가 100일 취임 기자회견을 패싱한 것은 2015년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체제 이후 처음이다. 당시 그는 5·18과 날짜가 겹친다는 이유로 100일 취임 기자회견을 생략했다. '사법 리스크에 침묵했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민주당은 내년 초 신년 기자간담회를 여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민주당은 취임 100일 자축보다는 검찰발 칼끝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분수령은 이 대표 최측근인 정 실장의 구속 여부다. 민주당에서는 정 실장의 구속 만료기간 만료인 오는 11일이 주말인 점을 들어 9일에 검찰이 기소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게다가 검찰이 정 실장을 기소한 뒤 본격적으로 이 대표를 겨냥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당내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검찰이 이들 측근의 혐의에서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찾지 못하더라도,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 등 성남시 사업의 최종 결재권자였던 만큼 민간업자들에게 특혜를 제공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성남시와 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를 적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때문에 당내에서는 이달 내 검찰이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측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인한 분당 가능성을 언급하고, 반명(반이재명계)·비명(비이재명계) 등이 잇따라 물밑에서 세력 규합에 나서면서 한층 더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검찰의 정 실장 기소 여부를 본 뒤 자연스럽게 이 대표의 입장을 표명하는 형식의 긴급 기자간담회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 대표는 검찰이 또다른 최측근인 김 전 부원장의 구속영장이 청구하자 지난 10월21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 실장 역시 최측근인 만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유감 표명 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 차원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여야 협상에 따라 예산안 처리, 민생 법안 처리 등을 위해 임시국회 소집이 불가피하지만 여권이 ‘이재명 방탄용’이라고 규정, 벌써부터 공격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은 12월 9일 정기국회가 끝나면 12월 임시국회를 다시 열고 연말까지 이상민 장관 탄핵으로 정쟁을 이어갈 심산”이라며 “민주당은 민생을 위한 예산안 처리,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를 내팽개치고 ‘이재명 방탄’을 위해 정쟁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법 리스크에 침묵한 이 대표는 이날 “지난 100일 동안 국민 우선, 민생 제일주의 실천에 매진해 왔다고 자부한다”며 민생 메시지를 내는 데 주력했다. 
 
이 대표는 민생 제일주의 실천에 대한 성과로 △가계부채 3법(불법사채 무효법, 금리폭리 방지법, 신속 회생 추진법) 추진 노력 △금융·주거 취약계층과 한계상황에 처한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 등에 대한 3대 민생 회복 긴급 프로그램 추진 노력 △초부자 감세, 비정한 특권 예산에 맞선 따뜻한 민생 예산 관철 노력 등을 열거했다. 
 
동시에 이 대표는 윤석열정부가 민생과 민주주의 파탄의 주범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이 정권은 무능, 무책임, 무대책으로 민생경제 파탄, 국민안전 위협, 민주주의 퇴행, 한반도 평화위기를 자초했다”며 “정부여당에 경고한다. 국민과 역사를 두려워하라”고 규탄하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자신과 문재인정부, 당 소속 의원 등을 향한 검찰의 수사를 염두에 둔 듯 “(윤석열정부는) 민생을 포기하고 야당 파괴에만 몰두 중”이라며 “질식하는 민주주의를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다짐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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