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초대석)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금융사, 이자장사 중단하고 고통 분담해야"
'집단소송제·징벌적 손해배상' 도입해야
"무소불위 금융사 CEO…견제와 감시 필요"
입력 : 2022-12-13 06:00:00 수정 : 2022-12-13 06:00:00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최근 금리인상과 물가 상승, 경기침체로 인해 서민 경제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반면, 금융회사들은 이자 장사로 역대급 수익을 올리고 있다. 가계부채 부담은 급속도로 증가하며 금융 취약계층은 한계상황까지 몰리고 있지만 금융 공공성 수호에는 안중에도 없고, 고착화된 지배구조 틀 안에서 이윤추구에만 혈안인 금융회사에 꾸준히 경고하는 목소리가 있다.
 
지난 9년간 금융시장의 공정한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감시자로서 활동을 이어온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통해 자본지상주의가 만연한 금융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금융소비자 권익향상을 위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금융정의연대는 치솟는 대출이자로 인한 금융소비자들의 부담은 급증하고 있는 반면, 은행들은 앉아서 돈을 벌고 있는 불합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예대금리차 공개와 예금·대출금리 모범규준 정립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김 상임대표는 "지난 8월부터 매달 은행별 예대금리차가 정기 공시되고 있는데, 은행별로 평판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있기 때문에 마진율을 낮추기 위해 눈치는 보겠지만 궁극적으로 대출이자는 바로바로 올리면서 예금이자는 찔끔 올리는 은행들의 예대마진 폭리를 사전 예방할 수 있는 예금·대출금리 모범규준이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상임대표는 공정한 금융시장 질서를 해치는 주요한 요인으로 금융회사의 비효율적이고 보수적인 지배구조를 꼽았다.
 
그는 "재벌기업보다 막강한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행정혁신위원회에 다양한 제안을 했지만 금융지주 회장 3연임 금지 조항, 은행 대주주 처벌 강화 내용 등이 담긴 지배구조법 개정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금융시장에 대규모 혼란을 불러온 채용 비리,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등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금융지주 회장들이 아무런 경영상, 도의상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며 "반복되는 금융회사 모럴헤저드는 꼬리자르기식으로 실무자 몇 명만 처벌받고, 정작 CEO들은 연임에 성공하며 경영 최일선에 있는 것은 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금융적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이 고이면 썩는 것처럼 특정 CEO가 수년간 연임하며 자리를 지키는 것은 수많은 부작용을 발생시킨다는 것이 김 상임대표의 일관된 입장이다. 그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도 마찬가지로 경영상 실책이 있는 CEO들이 아무런 제재 없이 연임을 하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도 리스크를 떠안는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금융소비자에게 미친다"고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이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중징계받은 CEO 거취 등을 직접 거론하는 것에 대해 관치금융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구체적 사실관계, 발생한 결과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지난달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에게 지배구조의 핵심축인 이사회와 경영진이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구성·선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는 요구와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당부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연말 인사 시즌에 금융지주 회장, 계열사 CEO 인사와 관련해 낙하산 논란이 있음에도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외압이라는 해석이 있다.
 
이에 대해 김 상임대표는 "CEO 리스크 관리는 금융당국의 책무이고 금융회사에 대한 관리, 감독, 감시 권한이 있는 금융기관 수장으로서 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생각하지만, 고유권한을 넘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에게 내부통제에 대한 포괄적 책임을 인정하고 중대한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을 묻도록 내부통제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횡령 행위자에 대해서도 일벌백계로 책임을 묻어 금융권 전반에 경각심을 일깨워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상임대표는 "횡령한 직원이 변제만 하면 금융회사는 형사고발 없이 자체 징계로 쉬쉬하며 넘어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관행은 회사의 이미지 관리 때문에 횡령사고를 감추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횡령금을 변제했어도 금융회사가 반드시 형사고발까지 해야 대형 횡령 사고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이 금리산정과 운영에 개입해 시장의 자율성을 해친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적절한 시점에 은행들이 금리 경쟁을 못하도록 예금금리 인상에 제동을 건 것은 적절한 조치였다고 판단했다.
 
김 상임대표는 "은행들이 유동성 악화로 자금조달이 어렵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업권 간 예금경쟁은 금융시장을 교란시키고 역머니무브로 인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유동성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중은행으로 과도한 자금 쏠림현상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시장 불안은 계속될뿐더러 내년에는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라고 조심스레 전망하면서, 경기 불황에도 역대급 순이익을 올리고 있는 은행권에 고통 분담을 요구했다.
 
김 상임대표는 "전세대출 금리만 인하하지 말고,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이자감면, 원리금 상환유예도 폭넓게 이뤄져야 한다"며 "정상화가 가능한 취약차주에 대해서는 은행들이 선제적인 채무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정의연대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제도권 안으로 끌고 왔다. 금소법 시행의 순기능도 있었지만 여전히 곳곳에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아쉬운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김 상임대표는 금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가장 먼저 보완해야 할 점으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꼽았다.
 
금소법 제정 당시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가 핵심 사안으로 주목받았지만 금융사의 책임이 너무 커져 불합리하다는 반발에 부딪혀 결국 반영되지 못했다. 그 결과 현행 금소법은 근본적인 금융분쟁 해소와 금융소비자 보호에 한계가 있는 반쪽짜리 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는 "금융회사는 스스로 탐욕을 억제할 수 없다"며 "대규모 횡령사고나, 금융소비자들에게 고의로 막대한 피해를 입혔을 경우 금융회사에게 집단소송을 통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 확실한 패널티를 줘야한다"고 밝혔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가 9일 서울시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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