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별 "육아와 가수 병행, 데뷔 20년의 궤적"
정규 6집 음반 'Startrail'…"하고 싶은 음악할 것"
입력 : 2023-01-11 17:00:00 수정 : 2023-01-11 17: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아이 셋을 낳고 육아에 전념하다보니, 14년이 새하얀 여백이 돼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티비를 보면서 꿈을 꿨거든요. '가수가 돼 무대에 서야지.' 이미 데뷔도 했고, 앨범도 냈는데, 그때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요. TV에 나온 동료들을 보면서. '언젠가 다시 설 거야.'"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카페에서 만난 가수 별은 따끈 따끈 갓 나온 정규 6집 '스타트레일(Startrail)' CD를 내밀며 후련한 표정을 지어보였습니다. "오래 쉰 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도,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다"는 그는 인터뷰 매 답변마다 연신 '꿈만 같다', '14년 만', '정규 앨범이라니..' 같은 말을 반복했습니다.
 
'왜 이렇게 음반 활동이 길어졌냐'는 질문에 "나는 완벽하지도 못한 주제에 완벽하려고 애쓰는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다 준비되고 제가 다 잘 할 수 있을 때만 용기가 나거든요.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음악 활동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했어요. 이왕 다시 시작한 거, '한 곡 한 곡 모두 타이틀곡처럼 만들어보자' 했어요. 오래 쉰 만큼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요."
 
14년 만에 정규 음반으로 돌아온 가수 별. 사진=콴엔터테인먼트
 
지난해 데뷔 20년을 넘었음에도 "사실은 20대 때 10년 간의 활동에 그친다"며 스스로를 낮춥니다. 본작에 10곡을 꾹꾹 눌러담은 이유도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20년 차라는 면목이 설 수 있게.
 
음반 제목 '스타트레일'은 '별의 궤적'이라는 의미. 지난 20년, 그리고 앞으로 그려갈 궤적에 관한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타이틀곡 '오후'는 그 특유의 장기인 곱지만 단단한 미성이 돋보이는 발라드입니다. "이게 별이지, 별이 돌아왔구나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직접 작사한 '노래'와 '나이'에는 각각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과 고마움,  '나이 먹는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들로 세공했습니다. 직접 작곡도 한 마지막 수록곡 '그때의 난'은 힘든 시간을 홀로 견뎌온 20대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노래입니다.
 
"정말 하고 싶었던 게 노래였고, 무대에 서는 것이었거든요. 그런데 아버지가 오랫동안 아프시면서 점점 '노래하는 기쁨'이 사라져갔어요. 내가 행복하지 않고 내 마음이 힘든데, 다른 사람 앞에서 기쁨을 줘야한다는 게... 그 어린 나이에는 정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거든요. 그렇게 상황에 의해 무대에서 멀어져보니, 그 기회가 너무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마지못해 노래를 했던 시간도 있었지만, 이제는 부끄럽지 않은 음악을 하고 싶어요."
 
14년 만에 정규 음반으로 돌아온 가수 별 6집 음반 재킷. 사진=콴엔터테인먼트
 
초등학교 시절 전국노래자랑 '인기상' 출신. 이후 JYP 개최 경연대회에서 박진영 대표의 눈에 띄어 본격 가수로 데뷔했습니다. 2002년 데뷔곡 '12월 32일'이 대중적으로 알려지자, 별이란 활동명은 대중들 입에서 유성우처럼 쏟아졌습니다.
 
“그 곡을 부를 당시 저는 스무살이었어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감정을 알지 못하던 애송이였고요. 그런데 오히려 진영 오빠는 그런 순수한 느낌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이번 앨범에서도 억지로 감정이 과잉 되지 않도록 노래하려고 했어요. 테크닉도 거의 없고. 하루 12시간씩 마음에 들 때까지 녹음했습니다.”
 
앨범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대중음악계 인재들을 대거 수혈한 점이 돋보입니다. 015B 정석원부터 정석원,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영준 같은 베테랑부터 죠지 같은 신예까지 참여했습니다. 1000곡 가량을 받고 이를 추려 내는 데 1년 반 가량이 걸렸습니다.
 
작곡과 작사, 녹음 과정에서는 육아와 병행하느라 “스위치를 딱딱 바꿔야” 했다고도 합니다. “현실이라는 것이 녹음을 하다가도 아이 학원선생님의 전화를 받아야 하고,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엄마로서 챙겨야하는 일을 해야하고요.” 그는 “익숙해지기까지 그래서 10년 정도가 걸린 거 같다”며 “여전히 자신 없어 하고, 골골대고, 힘들어하지만 결국 제 삶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그것이 결국 음반 작업으로 이어졌다”고 했습니다.
 
14년 만에 정규 음반으로 돌아온 가수 별. 사진=콴엔터테인먼트
 
김건모와 신승훈, 성시경, 김동률, 이적 등의 노래처럼 “시간이 지나도 변함 없이 좋은 노래”를 말들고 싶다는 그입니다. 힙합과 아이돌 음악도 평소 즐겨 듣는 만큼 앨범의 장르에서도 R&B 등의 색감을 입혔습니다. “발라드를 연기로 치면 신파 같은 것이라고 보거든요. 슬플 준비가 안돼 있는 사람을 앞에 두고 절절하게 노래를 억지로 쥐어짜듯 부르는 그런 느낌은 지양했습니다. 노래에서는 자극적인 표현을 하고 싶지가 않아요.”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것은 깊은 강에 아주 큰 돌다리를 스스로 놓으며 건너는 일과 같다는 어느작가의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고, 또 쪼개고, 엄마는 제가 그만 둘 수 없는 역할이니요. 언젠가 하하(남편) 씨가 그러더라고요. ‘넌 이미 많은 것을 했어'. 맞아요. 그냥 나이만 먹지는 않은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음악과 나를 바라보는 예쁜 아이들, 그리고 옆에 있는 나의 사랑하는 사람과.”
 
14년 만에 정규 음반으로 돌아온 가수 별 6집 뮤직비디오. 사진=콴엔터테인먼트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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