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세계 축제 달구는 한국 대중음악…“꾸준히 지평 넓혀”
블랙핑크, 코첼라 간판출연진 “글로벌 팬덤·셀럽·차트 성적 동시 작용”
뉴진스 프로듀서 DJ 250 올해 3월 SXSW…살라만다는 6월 프리마베라
K팝 아이돌 넘어 록·R&B·힙합 다장르 주목 “팬데믹 후 음악 초국성 심화”
입력 : 2023-01-19 14:31:29 수정 : 2023-01-19 14:31:29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코로나 팬데믹 빗장이 풀리면서 한국 대중음악이 세계 유수의 페스티벌 무대를 달굴 채비 중입니다. 별의별 글로벌 뮤지션들이 수천건의 공연을 벌이는 음악 난장(亂場)으로의 입성입니다. K팝 아이돌 뿐 아니라 록, R&B·힙합 등 한국의 다 장르의 음악들이 올해 세계 각지 팬들의 심박수를 높일 예정입니다.
 
그룹 블랙핑크는 북미의 세계적인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코첼라)'에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진)로 출연합니다.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가수가 이 축제의 간판 출연진으로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올해 축제는 미국 캘리포니아 인디오 엠파이어 폴로 클럽에서 4월 14과 21일, 15과 22일, 16과 23일로 나눠져서 열리는데, 블랙핑크는 15과 22일 헤드라이너 무대로 오릅니다.
 
그룹 블랙핑크. 사진=YG엔터테인먼트
 
1999년부터 시작한 코첼라는 매년 20만~30만명의 관객이 참가하는 세계적인 음악 축제입니다. 음악뿐 아니라 패션·라이프 스타일 등 문화 전반의 트렌드를 교류하는 장이기 때문에 '꿈의 무대'로도 통합니다.
 
간판 출연진 역할은 해당 음악 축제에서 가장 무게감이 있는 팝스타에게 주어지는 예우입니다. 지난해 이 축제에서는 해리 스타일스와 빌리 아일리시 같은 세계적인 팝스타들이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선 바 있습니다. 올해 블랙핑크는 인기 라틴팝 래퍼 배드버니, R&B 스타 프랭크 오션 같은 세계적 스타들과 함께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번 블랙핑크의 헤드라이너 출연은 K팝의 글로벌 팬덤 영향력 등을 현지 관계자들이 의식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2019년 코첼라 서브 무대에 선 그룹 블랙핑크. 사진=YG엔터테인먼트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블랙핑크의 헤드라이너 출연은) 글로벌 팬덤의 영향력도 분명 봤겠지만, 패션과 예술을 중시하는 축제의 성격 상 ‘셀러브리티(셀럽)’인 측면도 무시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2019년 서브 무대의 헤드라이너로 섰을 때의 반응과 상징성, 최근 빌보드 메인 음반 차트(빌보드200) 1위 등의 효과까지 복합적 요소들이 겹쳤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습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블랙핑크가 지난해 음악 시장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며, 다른 헤드라이너들과 마찬가지로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며 “북미 시장에서 블랙핑크 인기는 이미 기성 팝스타들에 준하는 위치까지 상승했다고 생각한다. 코첼라 경험도 있는 만큼 화제와 의미 둘 다 선택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봤습니다.
 
지난해 서울 종로구 국일관에서 열린 '퓨처관광메들리'에서 뉴진스 작곡가로도 활동하는 DJ 250이 만국기 아래 공연하고 있는 모습. 사진=에이씨예스(acs.kr)
 
올해는 세계 대중음악 공연업계가 한국 음악의 새로운 얼굴들을 발굴하는 데도 주력하는 모양새입니다. K팝 아이돌 그룹 외에 다양한 장르 음악가들도 세계적인 페스티벌에 많이 초청되는 분위기입니다. 
 
코첼라에는 블랙핑크 외에 래퍼 DPR라이브, R&B 싱어송라이터 DPR이안, 한국계 미국인인 DJ예지등이 서브 무대 출연을 확정 지었습니다. 그룹 뉴진스의 프로듀서이자 본인의 솔로(‘뽕’) 모두 성공시킨 DJ 250은 래퍼 빈지노, 한국계 프랑스 뮤지션 스필 탭 등과 함께 올해 3월 미국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무대에 설 예정입니다.
 
특히 250의 경우, 국내부터 해외에 이르기까지 평론업계를 연일 달구고 있습니다. 뉴진스 곡들은 물론이고 고속도로 메들리나 캬바레풍 트로트를 세련된 현대 전자음악으로 해석한 솔로작 ‘뽕’으로, 한국 대중음악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난해 9월 독일 함부르크의 ‘리퍼반 페스티벌’에서도 해외 관계자들의 이목을 일찌감치 끌어낸 바 있습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최근에는 세계가 아이돌 중심의 K팝 만이 아닌, 한국 대중음악의 다양성에도 관심을 갖는 흐름이 있다고 본다”며 “피치포크 같은 해외 음악전문지에서 원맨 포스트 록 밴드 ‘파란노을’에 주목한 점만 봐도 그렇다”고 설명했습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세계적으로 음악 페스티벌이 다양한 국가의 아티스트들을 초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그 일환으로 한국 대중음악 아티스트들이 주목을 받고 무대에 오르는 것 같다”며 “코첼라의 경우 일찍이 88rising과 함께 무대를 선보인 바 있고(DPR 등), SXSW는 한국의 다양한 장르 뮤지션들이 자신들의 음악을 알리는 장으로 활용해왔다. 꾸준히 지평을 넓혀왔기에 오늘날 세계 각국 페스티벌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봤습니다.
 
지난해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무대 아래 힙합 크루 바밍타이거와 BTS RM, 밴드 혁오의 오혁. 사진=바밍타이거 인스타그램 캡처
 
국경 이동이 불가능했던 팬데믹 시대를 관통하며, 한국 음악에 대해 누적됐던 ‘기갈(飢渴)’이 한꺼번에 터진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밴드 실리카겔을 비롯해 이날치, 힙합 크루 바밍타이거는 올해 3월 홍콩 클라켄플랍 무대에 섭니다. 특히 이중 이날치는 팬데믹 기간 세계적인 밴드 콜드플레이와 협업한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와의 합작품 ‘범 내려온다’ 영상으로 일찌감치 글로벌 관계자들이 점 찍어 둔 밴드입니다.
 
전자음악 듀오 살라만다는 그룹 레드벨벳과 함께 올해 6월 스페인 프리마베라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살라만다는 지난해 피치포크에서 먼저 주목한 팀입니다. 슈퍼밴드1에 출연한 김우성이 프론트맨으로 있는 밴드 더로즈는 3월 24일 콜롬비아 보고타의 에스테레오 피크닉에서 열리는 '롤라팔루자 남미' 무대 출연을 최근 확정 지었습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팬데믹 기간 오프라인 음악 신(Scene)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거나 축소된 반면, 온라인상에서는 새로운 팀들이 큐레이션이나 알고리즘 기반으로 부상한 흐름도 있었다. 음악의 초국적 성격이 더 심화된 셈”이라며 “더욱이 기술이 발달하면서 대중 페스티벌 역시 데이터 기반으로 성격에 맞는 팀들을 고르는 현상도 심화된다. 음악시장의 거시적 관점에선 향후 예측 불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지난해 미국 음악전문지 피치포크에서 주목한 전자음악 듀오 살라만다. 사진=네이버 온스테이지 캡처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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