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챗GPT 서점가 열풍 "글쓰기 분야 혁신-자유롭지 못한 표절 문제"
관련서 판매 94.5배 증가했지만 "관심 오래 못 갈 것" 반론도
"저작권 침해 같은 사회 문제 대비…인간 노동 완벽히 대체 못해"
입력 : 2023-03-14 17:23:36 수정 : 2023-03-14 17:51:1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역사상 가장 똑똑한 것으로 평가받는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 열풍이 서점가에도 거셉니다. 챗GPT를 이용해 저술이나 학술 활동의 도움을 받으려는 이들이 급증하면서, 출판계에서도 맞춤형 서적들을 그야말로 쏟아내고 있어서입니다.
 
챗GPT는 대화 형식으로 인간이 AI로부터 질문의 답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된 언어모델(챗봇)입니다. 이 기술을 두고 '인류사의 중대한 사건'(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으로 멋진 신세계를 열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첨단기술 표절기'(세계적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라 폄하하며 인류 도덕관을 해칠 것이란 반박도 나옵니다.
 
의사, 변호사 시험을 통과하고 의회에 제출할 법안도 만들고, 법원의 판결문도 작성하고, 그럴듯한 언론 기사도 작성하는 단계까지 와 있습니다. 출판계에서도 작가들을 위협할 챗GPT의 베스트셀러작들에 대한 기대감과 경계감이 동시에 존재하는 모양새입니다.
 
역사상 가장 똑똑한 것으로 평가받는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 열풍이 서점가에도 거세다. 사진=뉴시스
 
인터넷서점 예스24에 따르면 뇌과학자 김대식 KAIST 교수가 챗GPT와 나눈 대화를 엮은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를 비롯해 최근 두 달간 챗GPT 관련 도서가 17종이 출간됐습니다. 3월달에도 '챗GPT 사용설명서', '챗GPT: 세계미래보고서' 등 10여 건이 출간을 준비 중입니다.
 
챗GPT가 답할 수 있는 영역에는 자칫 한계가 없어 보입니다. 수능 문제도 풀어주고, 복잡한 코딩도 대신 해줍니다. 학술논문이나 시(詩)의 대필 뿐 아니라, 그림 그리기까지 가능합니다. 사랑·정의·죽음 같은 인류의 철학적인 질문에 대한 답도 내립니다.
 
서점가에서는 클릭 몇 번만으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술이라 상대적으로 일반 독자들에게까지 큰 열풍이 됐습니다. 관련 서적들의 판매량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예스24에 따르면 1월 챗GPT 관련 도서 판매량은 전월(2022년 12월)에 견줘 3.4배 늘었는데, 2월 판매량은 1월보다 94.5배 급증했습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소장은 "컴퓨터 프로그램 암호를 풀어내는 식으로 인간이 할 수 없는 영역까지 챗GPT가 스며드면서 출판계에서도 활성화되는 분위기는 분명 있는 것 같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저작권 침해 같은 사회 문제가 축적될 것이고, 이에 대해 경각심 가지고 준비해야 하는 단계이기도 하다"고 짚었습니다.
 
실제로 서점가 챗GPT 열풍에 정부와 출판단체를 중심으로 성명서 내거나 논의를 시작하는 흐름이 일고 있습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각 회원사에 ‘AI의 출판저작물 사용 대응 관련 위임 승인서 요청’ 공문을 발송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에 따른 저작권 제도 개선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기구인 워킹그룹을 발족했습니다. 9월까지 8개월간 운영할 예정입니다.
 
 
아직은 완전하지 않은 단계의 기술이기 때문에, 내용의 부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법적 제도 마련과 저작권 침해 방지 장치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백원근 소장은 "하나의 기술이기 때문에 순기능과 역기능이 모두 있을 것이란 점은 분명하지만 이제막 논의가 시작된 단계"라며 "저작권 준칙을 잘 지킨다면 역기능이 최소화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할 것이다. 창작과 제작 관련해서 출판 모델에 맞는 이용룰이 나와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봤습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직접 영어와 일본어 등을 사용해보니 '공부를 많이 한 우등생'인 것 만은 확실하더라”라며 “알려진 정보를 요약하거나 문법 등의 교열, 그리고 역사적 사실을 정리한다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글쓰기 분야를 혁신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짚었습니다.
 
다만, 장은수 대표는 “문장 자체가 100% 짜깁기라는 점, 따라서 표절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 글 중 팩트가 아닌 게 많다는 점은 우려”라며 “근본적으로 인간의 노동을 완벽히 대체한다는 데는 동의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미국 백인 중산층이 심어놓은 객관적이지 못한 세계관도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될 것이다. 출판계로 한정해서 보면 메타버스나 NFT처럼 대중적 관심이 빠르게 식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습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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