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걸음치는 연금개혁안…'초안' 마련도 실패
연금특위 자문위, 결론 없는 보고서 제출
입력 : 2023-03-29 15:39:18 수정 : 2023-03-29 18:30:30
 
[뉴스토마토 강석영·이강원 기자] 정부 예측대로면 국민연금 기금은 2055년 고갈됩니다. 연금개혁은 윤석열정부의 3대 개혁(노동·연금·교육)의 한 축이기도 한데요. 29일 국회는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자문위원회로부터 연금개혁 방안을 보고받았습니다. 하지만 연금 전문가들도 하나의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구체적인 수치 제시 없이 보험료율과 수급개시 상향 보고에 그쳤습니다. 초안 마련에 실패한 셈입니다. 
 
수치 제시도 못한 보고서개혁동력 걷어찬 민간자문위
 
국회 연금개혁특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자문위로부터 지난 2개월간 논의한 연금개혁 정책과제를 보고받았습니다. 자문위가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뚜렷한 대안이 없습니다. 자문위는 활동 평가에서 "민간자문위는 지난해 12월부터 2개월 넘게 연금개혁 관련 정책과제에 대해 발제와 협의를 진행했으나 명시적으로 연금개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강기윤 국민의힘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여당 간사와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야당 간사가 지난 2월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회의실에서 김용하·김연명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연금개혁 초안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가장 쟁점이 된 부분은 소득대체율입니다. 2055년 기금 소진을 막기 위해서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앞서 연금특위 위원장인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자문위가 보험료율을 15%로 올리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얼마를 받을 것인지 결정하는 소득대체율 인상을 놓고 입장이 엇갈렸습니다. 현행 40%인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는 안과 50%로 인상하는 안을 두고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자문위는 보고서에서 "소득대체율 인상을 주장하는 입장과 소득대체율 인상 불가를 주장하는 입장이 대립됐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보험료율 인상에 대해서는 양측이 동일한 입장이지만, 소득대체율 인상을 전제로 한 보험료율 인상과 소득대체율 인상이 없는 보험료율 인상 주장이므로 보험료율 인상에 대해서 의견이 일치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자문위는 또 연금을 받는 나이와 연금을 낼 수 있는 나이에 대해서도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자문위는 가입연령 상한 조정과 수급개시연령 조정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연계, 퇴직연금의 활용 등 구조개혁도 여러 방안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마크롱 뚝심이 없다"정부로 다시 넘어간 연금개혁안
 
초안부터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오는 10월 정부가 최종 개혁안을 제출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연금 개혁 반대 시위대가 쓰레기통에 불을 지르고 있다. 헌법 조항을 이용해 하원을 건너뛴 정부의 연금 개혁 강행 처리로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전역에서 또다시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사진=뉴시스)
 
우리보다 앞서 연금개혁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나라가 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정년 2년 연장을 골자로 한 연금개혁안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하원 표결을 건너뛰는 헌법 특별조항을 발동하는 등 강경책까지 사용했습니다. 노조가 주도하는 시위에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프랑스 전역은 불바다가 되기도 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정치생명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의회를 건너뛰는 등 마크롱 대통령의 방법이 옳다고 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연금개혁을 해야겠다는 절박함은 엿보입니다. 연금개혁의 시급성은 우리나라도 뒤지지 않습니다. 연금개혁 소진 시점은 5년 전과 견줘 2년이나 앞당겨졌습니다. 예상 출산율은 낮아지고 기대수명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모처럼 불붙은 연금개혁 논의가 이대로 사그라들 것 같은 한국과 프랑스의 상황은 비교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오는 10월 최종안을 만들지 못한다면 윤석열정부 국정동력까지 타격을 줄 전망입니다. 대선 공약으로 3대 개혁 중 가장 먼저 논의된 연금개혁이 좌초한다면 다른 개혁안 역시 줄줄이 밀려날 것으로 보입니다. 
 
강석영·이강원 기자 ks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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