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현대차…재계 2위 탈환 속도낸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실적 올라 현금자산 증가세
반도체·에너지 부진 SK그룹과 상황 역전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등 기업공개 여부가 자산 순위 변수
입력 : 2023-04-06 16:55:12 수정 : 2023-04-06 16:55:12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전기차 동력을 꿰찬 현대차그룹이 자산 성장의 하이웨이를 질주하고 있습니다. 신사업 인수합병(M&A) 등 공격투자를 앞세운 SK그룹에 지난해 재계 2위를 내줬지만 전기차와 반도체 실적 대비 만큼 작년 하반기부터 상황이 반전되고 있습니다. 올 1분기 국내 기업집단 중 현대차의 실적이 독보적일 것으로 예상돼 2위 탈환 시점도 멀지 않아 보입니다.
 
현대차, 호실적 타고 자산 성장세
 
6일 각 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4월말 발표된 자산총액 기준 SK와 현대차 순위가 바뀐 데는 재작년 반도체 매출 증가, 물적분할에 따른 신규설립, 석유사업 성장 등이 배경이었습니다. 반도체 매출 증가로 SK하이닉스 자산이 21조원 성장했고 SK온, SK어스온, SK멀티유틸리티 분할 설립으로 7조원 정도 추가됐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사업 매출증가로 6조원 정도를 더 보탰습니다. 현대차그룹도 총 11조원 정도 증가했지만 SK그룹이 무려 52조원이나 폭증했습니다. 2021년말 기준 SK그룹 자산총액은 291조원으로, 257조원을 기록한 현대차그룹과 34조원 차이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상황은 역전됐습니다. 현대차가 전기차를 앞세워 매출과 이익 성장이 가파릅니다. 반면 SK는 하이닉스와 이노베이션 등 주력 계열사의 실적이 하락 반전됐습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국내 전체 상장사 중 작년 순이익 상위 20사에는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SK,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이 포함됐습니다. 순이익은 실적을 거둬 실제 회사에 남게 되는 현금인 만큼 자산 성장에 필수적입니다.
 
증감 수치를 보면 현대차가 작년 순이익이 전년보다 2조 증가했습니다. 또 기아가 1조 성장했습니다. 현대모비스는 거의 변동이 없습니다. 반면, SK는 2조 감소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7조나 줄었습니다. 작년 4분기 영업적자 전환한 SK이노베이션은 연간으로는 1조 정도 순이익이 올랐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들 현대차 계열 3사가 작년 현금을 3조 더 벌어, 8조 줄어든 SK 계열 3사와 격차를 11조 정도 좁혔습니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도 이같은 실적 상승세에 고무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투자형 지주 SK도 만만찮아
 
다만 현금이익 외 각종 자본 수치와 부채가 포함되는 자산 순위는 투자형 지주회사인 SK의 성장세가 멈추지 않아 현대차가 따라잡기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현대차의 작년 자산총액은 255조로 전년 233조원보다 22조원 올랐습니다. 기아는 같은 기간 66조원서 73조원으로 7조원 늘어났습니다. 현대모비스는 51조원서 55조로 4조원 올라 이들 3사 자산이 총 33조원 증가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을 종속회사로 인식하는 SK도 165조서 194조로 29조나 증가했습니다. SK하이닉스도 96조서 103조로 7조 커졌습니다. 양사가 총 36조원 성장해 앞서 현대차 계열 3사보다 3조원 더 자산 증가분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올들어 1분기 SK하이닉스의 당기순손실이 3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현대차가 실적 격차를 벌리고 있어 자산 추격 속도는 빨라지고 있습니다.
 
올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가능성이 있고 SK는 SK온 상장을 미루고 있어 기업공개(IPO) 계획이 향후 자산 순위에 변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SK가 2위를 차지했던 2021년, 현대차는 IPO가 전무했지만 SK는 SK스퀘어, SK리츠,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바이오사이언스를 잇따라 상장시켜 외부 자금을 대거 받아들였습니다. 올해는 현대차그룹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등으로 반격에 나설 수 있습니다.
 
지난 4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서울모빌리티쇼'를 방문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물론 SK 역시 계열사 수를 늘리는 확장 기조가 이어집니다. 올 2월1일 기준 SK그룹 내 회사 수는 201개, 현대차그룹은 59개로 각각 186개, 57개였던 2021년말에 비해 SK그룹의 확장성이 두드러집니다. 결국 반도체 및 정유, 석유화학 업종 부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가 그룹 순위에도 관건입니다. 벌어오는 영업현금이 줄어들거나 적자로 바뀌면 SK그룹도 마냥 확장 투자를 고수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의선 회장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현대차를 성장궤도에 끌어올렸습니다. 기존 내연기관차의 글로벌 지위에 연연하지 않고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경쟁에 뛰어들어 과감한 승부수를 던진 게 적중했다는 평가입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5월 현대차와 기아를 통틀어 2030년까지 전기차 공장 신증설에 2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도 있습니다. 투자가 완료되면 생산력은 4배 정도 커집니다. 매출이 늘어나면 당연히 자산도 성장하게 됩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집단 내 성장체질을 바꾸기 위한 확장형 투자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전기차 신사업 부문의 높은 성과를 내는 현대차가 미래 성장 비전을 밝힌 측면이 고무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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