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소부장 국산화'…"일 기업 입주 때 '기술이전 옵션' 필요"
소부장 수입, 일본 수출규제 이후에도 여전
불화수송 등 국산화했지만…의존 품목 상당
"한국 기업 유리하도록 옵션 조항 넣어야"
입력 : 2023-04-19 05:00:00 수정 : 2023-04-19 05:00:00
 
 
[뉴스토마토 김지영·정해훈·조용훈 기자]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지속해 드러내고 있지만 국산화에 대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용인 반도체 산단의 일본 소부장 기업 유치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짙습니다. 일본 소부장 기업 유치로 국내 소부장 업계의 우려를 의식한 뒷북 정책이라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럼에도 일본 소부장 기업이 용인에 입주할 때 기술이전과 같은 옵션 조항을 붙이는 등 한국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토대 마련이 중요하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운영하는 종합포털 소부장넷에 따르면 올해 1~2월 소재·부품·장비산업 수입액은 396억5900만달러로 전년 같은 달(408억6200만달러)보다 2.9% 줄었습니다.
 
다만 수입액이 줄어든 것은 소부장 기술 국산화 성과보다는 경기 상황 등 다른 요인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일본 수출 규제 이전인 2018년 2083만9300만달러였던 소부장 수입액은 2019년 1929억2100만달러, 2020년 1976억3500만달러에 그치면서 줄어든 모습이나 이후 경기 회복으로 2021년 2483억2100만달러, 2022년 2639억400만달러 증가세를 보여왔습니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운영하는 소부장 종합포털 소부장넷에 따르면 올해 1~2월 소재·부품·장비산업 수입액은 396억5900만달러로 전년 같은 달(408억6200만달러)보다 2.9% 줄었습니다. 표는 소부장산업 무역통계. (그래픽=뉴스토마토)
 
우리나라의 소부장 수입 중에서는 일본 비중만 줄어든 셈입니다. 최근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업부로부터 받은 '연도별 반도체 관련 소부장 수입액' 자료를 보면 반도체 소부장 전체 수입액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138억달러에서 189억달러로 37%가량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간 일본에서의 수입액은 47억4200만달러에서 47억1000만달러로 줄었습니다. 수입액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34.4%에서 24.9%로 약 10%포인트 내려갔습니다.
 
2019년까지 수입 비중 1위를 지켰던 일본의 자리는 네덜란드에게 내줬습니다. 우리나라는 2019년 7월 일본이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불화폴리이미드 3개 품목의 한국 수출을 제한하면서 본격적으로 국산화에 힘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불화수소 등 자립화…갈 길 먼 국산화
 
일본의 수출 규제 전이었던 2018년 기준 이 3개 품목의 일본 의존도는 불화수소 41.9%, 불화 폴리이미드 44.7%, 포토레지스트 93.2% 수준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산업계는 일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수출 규제 발표 한 달 뒤 소부장 경쟁력 강화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예산 2485억원을 투입하고 이들 품목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R&D)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불화수소와 불화폴리이미드는 국산화에 성공했습니다.
 
2020년 1월 반도체 소재 기업 솔브레인은 12나인 순도의 불화수소 대량 생산 능력을 확보했고, 이를 통해 국내 수요 70~80% 대응이 가능해졌습니다.
 
같은 해 6월 SK머티리얼즈도 초고순도 불화수소 가스 양산을 시작했습니다. 동진쎄미켐도 2021년 3월 포토레지스트와 불화아르곤을 국산화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폴더블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불화폴리이미드의 경우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일본 수출 규제 이후 경북 구미시에 생산 설비를 갖추고 양산 중입니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운영하는 소부장 종합포털 소부장넷에 따르면 올해 1~2월 소재·부품·장비산업 수입액은 396억5900만달러로 전년 같은 달(408억6200만달러)보다 2.9% 줄었습니다. 사진은 디스플레이 소재. (사진=뉴시스)
 
이처럼 일본 수출 규제를 계기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국산화가 속도감 있게 추진해 성과를 냈지만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일본에 대한 반도체 소재 의존도를 낮춰 다른 국가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데 그쳤다는 것입니다.
 
실제 반도체 소재의 경우 한국의 상위 10대 수입국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87.6%에서 지난해 상반기 93.7%까지 높아졌습니다. 부품은 같은 기간 동안 83.5%에서 91%로 올랐습니다. 반도체 장비는 88.9%에서 96.6%로 확대됐습니다.
 
특히 네덜란드에 100% 의존 중인 노광 장비(빛을 쬐어 회로를 그리는 장치), 미국과 일본 수입에 각각 70.8%와 25.5%를 의존하고 있는 이온주입기 등이 공급망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한 소부장 업체 관계자는 "세계 공급망 무대로 이끌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며 "하지만 당장 일본 소부장 기업 유치로 인한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해 국내 소부장 업계의 우려를 의식한 뒷북 정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습니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운영하는 소부장 종합포털 소부장넷에 따르면 올해 1~2월 소재·부품·장비산업 수입액은 396억5900만달러로 전년 같은 달(408억6200만달러)보다 2.9% 줄었습니다. 사진은 제11차 소부장 경쟁력강화 위원회. (사진=뉴시스)
 
한일 공급망 협력 기류…한국 기업 유리한 기술 활용 '관건'
 
산업계와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공급망 불안이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국산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소부장의 경우 현재 중국 업체에도 경쟁력이 밀리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거의 고사 상태였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견기업 중에서는 이미 소부장 기술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대기업 수준의 생산 능력을 갖춘 곳들이 많다"며 "이런 기술력이 좋은 소부장 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들을 늘려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반도체 메가스터'에 일본 소부장 기업도 들어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인데, 입주 시 기술이전과 같은 옵션 조항을 붙여 한국 기업이 유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어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원가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외국산 소부장 제품만 쓸 것이 아니라 국산 제품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문태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정책팀 팀장은 "소부장은 현재 수출 지원이 가장 필요한 상황"이라며 "중국에서 기술 자립도를 높이면서 대중 수출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원재료 확보를 위한 공급망 관리와 함께 현지 진출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정부와의 협력 모델을 적극적으로 꾸준히 발굴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소부장 업계 관계자는 "소부장 품목 중 일부는 국산화를 해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에 일부러 국산화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전 세계가 자국 위주로 통상 정책을 재편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또한 소부장을 국산화하려는 노력은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세종=김지영·정해훈·조용훈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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