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압수수색 통제" 대 검찰 "수사 밀행성 해쳐"
대법 "광범위한 압수수색으로 사생활 침해·별건 수사 우려"
대검 "영장 청구 사실 공개 자체가 범죄 대응 방해"
법조게 "제도 도입 취지 공감하나 절충안 필요"
입력 : 2023-05-15 06:00:10 수정 : 2023-05-15 06:00:10
 
 
[뉴스토마토 윤민영·김수민 기자]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 제도' 도입 추진을 두고 법원과 검찰 간 충돌이 계속될 전망입니다. 법원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이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은 이를 '수사 방해'로 보고 반대하고 있습니다.
 
압수수색 영장 심문 제도는 판사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 수사기관이나 사건 관계자를 불러 대면 심문하도록 하는 내용의 대법원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입니다. 대법원이 지난 2월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법원이 이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분별한 압수수색으로 인한 개인정보 노출을 막기 위한 취지입니다. 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압수수색 영장 청구는 39만6671건으로 2011년 10만8992건에 비해 3.6배가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영장 발부율은 87.3%에서 01.1%로 증가했습니다. 영장 발부는 10건이 청구되면 9건은 통과되는 셈입니다. 법원은 검찰이 과도한 압수수색으로 영장 청구를 남발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법원 "사생활 침해·별건 수사로 부당 압박될 수 있어"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1항에는 "검사는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지방법원판사에게 청구하여 발부받은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구체적인 압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범위 내에서 압수수색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영장상 '본건과 관련성' 문구 또한 압수 범위에 대한 철저한 선별이 어렵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형사소송규칙 일부개정안을 보면 대면심리절차 도입 외에도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진행 시 '전자정보가 저장된 매체'가 아닌 '전자정보'를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개인용 PC 등의 '저장 매체'에는 범죄 혐의와 관련이 없는 개인의 사생활이나 기업 정보 등 광범위한 정보가 담겨있는데, 이는 피의자에 대한 '별건 수사'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집니다.
 
별건 수사의 예시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개인 비리 사건으로 진행된 압수수색에서 파생된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들 수 있습니다.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수사의 경우도 곽상도 전 의원이 뇌물 혐의와 관련해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자, 검찰이 추가 입건을 위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을 적용해 또 압수수색을 벌인 것을 두고 별건 수사 논란이 있었습니다.
 
수도권 소재의 한 부장판사는 "현 제도 하에서는 사실상 압수수색 범위가 제한되지 않아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법원 또한 검찰 측에서 우려하는 수사 정보 유출과 증거 인멸 가능성에 대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 서초구 대검찰청. (사진=뉴스토마토)
 
검찰 "압수수색 특성 이해 못한 수사 방해 제도"
 
검찰은 법원이 수사기관의 활동을 통제해 수사를 지연시키는 제도라고 반발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의 기밀이 누출되고 이는 증거인멸의 우려까지 낳는다는 주장입니다. 최근 10여년 간 영장 발부 건수가 증가하게 된 원인도 영장을 발부 받아야 압수수색을 할 수 있는 증거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특히 영장 발부 단계에서 판사가 대면 심리를 하더라도, 실제 압수 현장에서 정보가 저장된 위치와 방식을 미리 예측하기 힘들고 전자정보의 압수 범위를 제한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모호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면 심리 과정에서 수사 진행 상황이 누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압수수색의 기본 성격과 현장 실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개정안"이라며 "압수수색은 수사 초기 증거 확보를 위한 단계로, 신속성과 밀행성이 핵심이기 때문에 증거 대부분을 확보한 상태에서 하는 영장실질심사와 달리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8일 입장문을 내고 "압수수색 영장 청구 사실과 내용이 사전에 공개되고 사건 관계인들에 대해 심문 절차가 진행되면, 수사 기밀 유출과 증거인멸 등 밀행성을 해치게 되고 수사 지연 등 범죄 대응에 심각한 장애가 될 것"이라며 "생경한 절차를 도입하려면 국민과 관계 기관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협의와 숙고를 거쳐야 함에도 아무런 사전 의견 수렴이나 협의 없이 규칙 개정 절차가 진행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대면심리 제도 도입 취지는 이해하면서도 전자정보 저장매체의 발달이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어,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상훈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 제도는 무분별한 강제수사로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침해 문제를 제3의 중립적인 사법기관이 적절하게 제어한다는 취지"라며 "예전과 달리 개인정보가 너무 많이 담긴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개인의 기본권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해 파생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법원은 서류만 갖고 압수수색 영장 발부 심사를 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볼 경우 관계자를 직접 심문해 발부할만한 사안인지, 한다면 범위를 어디까지 하는 게 맞는지 심사하겠다는 것"이라며 "검찰이 대법원 규칙으로 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겠지만 법원도 검찰에서 우려하는 사안을 잘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 서초구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윤민영·김수민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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