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서태지·BTS…한국 대중음악사 정리 '아카이브-K’
산울림 김창훈·박학기·크라잉넛 무대 "지금 이 순간도 아카이브"
다매체 시대의 한국 대중음악 대백과…육성 심층 인터뷰도
입력 : 2023-06-09 00:00:00 수정 : 2023-06-09 00: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들국화, 시인과촌장, 조동진, 김민기...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생각하니, 수십년 전 이태원 앞 라이브 무대 위에 섰던 날 그 기분이 떠오릅니다. 하덕규(시인과촌장) 선배가 갑자기 불러냈는데, 지금처럼 조율도 안된 기타줄 들고 '아기'라는 생각으로 그냥 막 올라갔었지요. 진흙탕 속에 바짝 엎드려 '음악 토양'을 만든 그분들 발자취를 따라 우리가 지금까지 건너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재즈 클럽 '올댓재즈'에서 열린 '아카이브-케이(K)' 오프닝 행사 무대에 오른 포크 가수 박학기가 말했습니다. '계절은 이렇게 내리네', '이미 그댄'과 같은 그의 명곡들 역시 선인(先人)들로부터 이어져 온 '통시적(通時的) 증축'의 산물 아녔을까. 다음 순서로 무대에 선 산울림의 김창훈은 기타줄을 튕기며 정현종의 '방문객'을 낭독했습니다. 서로의 과거를 끌어안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이야기. 객석에 있던 크라잉넛은 예고된 순서가 없었음에도 급한대로 악기를 빌려 무대에 오르더니, 어쿠스틱 악기들로 펑크록을 연주했습니다. "오늘 지금 이 순간도 아카이브가 되겠죠?"
 
음악콘텐츠기업 일일공일팔(11018)이 최근 론칭한 온라인 형태의 아카이빙 플랫폼 '아카이브-케이(K)'. 사진=아카이브-케이
 
한국대중음악사 자료들을 한데 모으는 아카이빙 실험이 본격적인 '닻'을 올렸습니다. 음악콘텐츠기업 일일공일팔(11018)이 온라인 형태의 아카이빙 플랫폼 '아카이브-케이(K)'를 론칭한 겁니다. 일일공일팔은 2021년 SBS에서 방영한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 제작사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방송에서 보여주지 못한 한국 대중음악사의 주요 순간들을 다룸으로써, 편중된 대중음악 기록사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입장입니다.
 
최정윤 일일공일팔 대표는 "그간 국내외 음악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음악 청취환경은 다양화 됐지만, 정작 그 속의 소비자와 음악 애호가들이 직접 교류하며 한국대중음악에 대해 알아갈 장이 많지 않던 게 현실"이라며 "아카이브K가 잘 뿌리 내린다면 의미있는 대중음악 아카이브이자 최대 규모의 음악 커뮤니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아카이브K는 미8군쇼의 살아있는 전설들부터 조용필과 서태지와 아이들, 방탄소년단(BTS)과 하이브 방시혁 의장까지, 한국대중음악사를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해나갈 방침입니다. 다매체 시대의 새로운 한국 대중음악 대백과 시대를 연 것. 홈페이지 문을 새롭게 열면서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 K'를 통해 일부 공개했던 방탄소년단 인터뷰 전체를 공개했습니다.
 
최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재즈 클럽 '올댓재즈'에서 열린 '아카이브-케이(K)' 오프닝 행사.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K팝이 글로벌 인기를 누리는 시대에 정작 국내에선 대중음악사의 전문적인 자료를 볼 수 없다는 아쉬움에서 출발한 프로젝트인 만큼, 다양한 자료와 증언을 수집해갈 계획입니다. 그간 불확실한 정보가 난무했던 대중음악인들의 전기(Biography)와 상세 프로필 내용을 바로 잡고, 교차검증된 이들의 발자취를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도 함께 진행합니다.
 
아카이브K가 매해 독점 연간 기획으로 공개해 나갈 '한국대중음악실록'은 국내 대중음악계에서 파격적인 시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주로 '명반'이나 '명곡' 또는 레전드 아티스트들의 '이름값'을 기준으로 집필해 왔던 기존 국내 대중음악사 관련 저서나 칼럼들과는 다른 양상으로 꾸려집니다. 현역 뮤지션, 작가, 영화평론가 등 전문 필진들을 중용함으로써 다소 평론가적 시선에 치우쳤던 기존의 방향과도 차별화를 모색합니다.
 
특히 첫 기획으로 선보일 '한국 대중음악 이슈 100'은 명반과 명곡의 탄생 비화를 비롯해 미8군 창설, 방탄소년단 '다이너마이트'의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 1위 등극 등 한국 대중음악사의 희로애락의 순간들을 조명합니다. 
 
최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재즈 클럽 '올댓재즈'에서 열린 '아카이브-케이(K)' 오프닝 행사 무대에 오른 산울림 김창훈.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선정위원과 필진에는 평론가와 음악전문기자 외에도 싱어송라이터 김현철, 디제이(DJ) 소울스케이프 등 현역 뮤지션들을 포함 선정위원 30명이 참여했습니다. '가왕' 조용필 탄생의 순간부터 신중현과 엽전들의 '미인',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 같은 음악사를 넘어 2002 한일 월드컵, 싸이월드 탄생 같은 한국 사회가 음악에 미친 영향까지 조명합니다. 60년대부터 10년 단위별로 특색있는 글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현진영과 와와의 '야한여자(1990)'처럼 그간 평단의 시선으로부터 배제된 음반들까지도 조명 아래 올려 둡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겸 일일공일팔 콘텐츠본부장은 "현진영의 댄스가 가져다준 대중문화사적 영향력이 의미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한국 대중음악 이슈 100'은 KBS 창사를 기념하는 대하 드라마 같은 스케일의 기획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카이브K는 원주LP박물관과도 콘텐츠 업데이트 제휴를 맺었습니다. 5만장에 이르는 국내 대중음악 LP 음반 음원과 관련 정보들부터 디지털 데이터 형태의 자료로 선보일 계획입니다. 대중음악강연과 청음회, 오프라인 음악소모임, 특히 구하기 힘든 음악 굿즈들을 거래할 수 있는 마켓 기능들을 함께 기획 중입니다. BTS, 트와이스 같은 최전선의 아이돌 그룹부터 음악 전문 소극장 '학전' 대표이자 국민 대중 가요 '아침이슬'의 작곡자 김민기 등 한국대중음악사의 산 증인들의 육성을 직접 담은 심층인터뷰들도 순차적으로 공개합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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