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비욘드 더 스토리', K팝 산업 전체를 비추다
23개국 언어로 출간…글로벌 중심으로 나아간 'K팝 변곡점'
입력 : 2023-07-12 06:30:19 수정 : 2023-07-12 06:30:19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제 기억으로는 저희가 데뷔했던 첫 주 방 PD(방시혁 하이브 의장)님이 '지금의 감정을 좀 기록해 놨으면 좋겠다. 곡으로 꼭 써 봤으면 좋겠다' 하는 얘기를 하셨어요. 시간이 지나면 이런 감정들이 기억이 안 날 거라고. 그래서 방송국에 있을 때 메모장에 가사를 썼어요."(BTS 슈가)
 
2013년 7월12일,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데뷔 후 공식 블로그에 공개한 첫 믹스 테이프 'Born Singer'는 이렇게 세상에 나왔습니다. 당시 좋아하던 미국 출신의 세계적 래퍼 제이 콜의 원곡 'Born Sinner'를 새롭게 재해석한 노래. '난생 처음 방탄이란 이름으로 선 무대/…내가 변했다고? (What?) 가서 전해/변함없이 본질을 지켜, I'm still rapper, man' 아이돌 출신 래퍼를 저평가하는 세상의 편견에 맞서 자작곡을 써냈고, 음원 플랫폼이 아닌 생소한 유통 경로로 발표했으며, 아미들(BTS 팬덤)의 연대 문화를 만들었던 BTS 지난 10년의 첫 시작이었습니다.
 
방탄소년단과 소속사 빅히트 뮤직이 최근 출간한 오피셜 북 '비욘드 더 스토리 : 텐 이어 레코드 오브 BTS(BEYOND THE STORY : 10-YEAR RECORD OF BTS)'. 사진=빅히트뮤직
 
방탄소년단과 소속사 빅히트 뮤직이 최근 출간한 오피셜 북 '비욘드 더 스토리 : 텐 이어 레코드 오브 BTS(BEYOND THE STORY : 10-YEAR RECORD OF BTS)'는 이처럼 데뷔 이래 지난 10년 간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BTS 이야기들을 새로운 조명 아래 올려 놓은 책입니다. 
 
다만,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연습생 시절부터 현재까지를 조망하는 책은 단순히 BTS 데뷔 10주년 기념에만 한정되진 않습니다. 'K팝의 변곡점'이라 할만한 BTS 멤버들의 속내를 프리즘 삼아, K팝 산업의 이면부터 한국 음악이 글로벌 현상으로 나아가기까지, 그 기원을 추적하는 책입니다. 3년 이상의 취재, 2년 이상의 멤버와 관계자들 인터뷰를 기반으로 500쪽이 넘는 두께와 23개국 언어로 완성됐습니다.
 
방탄소년단 오피셜 북 BEYOND THE STORY 단체 사진. 사진=빅히트뮤직
 
책은 2010년 12월 24일, 광주에서 상경한 제이홉(정호석)이 강남의 화려한 풍경에 잔뜩 위축된 채 숙소에 도착해, 슈가(민윤기)를 만나는 장면부터 시작됩니다. 이어 홍대 공연장에 서는 꿈을 꾸던 래퍼 RM부터 현대 무용을 배우던 예고 학생 지민 등 다른 멤버들이 차례로 합류하는 과정들을 묘사합니다. 리더 RM의 표현대로 “예전에는 우리가 아웃사이더이면서 한편으로 약간 아웃라이어 같았다면, 지금은 그때와는 또 좀 다른” 이들의 여정입니다.
 
아이돌 음악을 낮게 평가하던 다른 힙합 래퍼들의 인신공격을 당하고, 익명의 네티즌들로부터 '사이버 불링'을 감내해야 했던 이야기들은 '사회적 편견·억압을 막아낸다'는 '방탄(Bulletproof)'의 팀명과도 연결됩니다. RM은 책에서 BTS를 "'인정투쟁의 역사'였다. 인정 받고 싶었고 증명 받고 싶었다"고 얘기합니다. 
 
첫 앨범 ‘2 COOL 4 SKOOL’을 시작으로, ‘화양연화’, ‘LOVE YOURSELF’ 시리즈, ‘MAP OF THE SOUL’, ‘Dynamite, ‘BE’, ‘Butter’, ‘Proof’ 등 그간의 앨범 활동, 그리고 2022년 그래미어워드에서 한국인 최초로 단독 무대를 펼친 순간까지 멤버들의 솔직하고 구체적인 발언들을 토대로 꼼꼼히 기록했습니다. 단순히 댄스 음악 장르만 넘쳐나던 아이돌음악의 굴곡을 지나 힙합과 디스코, 라틴까지 경계를 확장한 BTS 음악이 점차 세계로 닿기까지 이야기들이 빼곡합니다. 
 
책 제목 '비욘드 더 스토리’는 2017년 BTS의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리뉴얼하며 팀명에 '비욘드 더 신(Beyond The Scene)'이라는 의미를 더한 데서 비롯됩니다. '눈에 보이는 것, 그 현실 너머'를 의미하는데, BTS와 음악으로 인해 아미를 넘어 개개인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연대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세상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이야기를 포괄합니다. "우리 음악을 듣는 사람들을 위해서든, 저 자신을 위해서든, '나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해서 할 말이 있어야 한다'라고 스스로를 다그쳤어요.”(RM) 책은 BTS가 K팝 산업의 전과 후를 어떻게 나눌 수 있었으며, 세계로 확장했는지에 대한 대답입니다.
 
방탄소년단 'BEYOND THE STORY' 오피셜 트레일러 갈무리. 사진=빅히트뮤직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권익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