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참극 '잼버리'…부산엑스포도 '흔들'
잼버리, 부실 운영에 '파행' 국면
지난해 국감서 '잼버리 운영'지적…정부 외면
신뢰도 하락…부산엑스포, 악영향 우려
입력 : 2023-08-07 16:17:14 수정 : 2023-08-07 18:11:43
 
 
[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가 폭염과 부실한 운영 속에서 사실상 파행 국면을 맞았습니다. 영국과 미국은 야영장을 떠났고, 싱가포르는 영지 외에서 숙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진행하는 대규모 행사인 만큼 큰 기대를 모았지만 허술한 관리와 대책으로 국가 망신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설상가상 제 6호 태풍 카눈이 한국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전세계에서 모인 대원 전체가 8일 오전부터 순차적으로 새만금 야영지를 떠납니다. 오명만 남긴채 사실상 잼버리가 막을 내리는 겁니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엑스포 추진상황(표=뉴스토마토)
 
폭염·위생·성범죄…잼버리 사태 '심화'
 
지난 1일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가 전북 새만금에서 개막했습니다. 문제는 개막하자마자 터져 나왔습니다. 40도에 육박하는 역대급 폭염과 80%를 넘는 습도가 이어지면서 환자들이 속출했기 때문입니다. 개영식 당일만 온열환자가 100여명이 발생했고, 병상과 치료약, 의료진 등 의료체계가 확립되지않아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잼버리장 내 위생문제도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화장실과 샤워장 위생이 불량하고, 벌레가 많아 생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샤워장 물이 빠지지 않아 사용하기 어려웠고, 쓰레기와 진흙들이 가득했다는 것입니다. 또 모기와 함께 화상벌레가 들끓어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잼버리대회가 시작된 뒤 준비 부족과 운영의 미비점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뒤늦게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가 조명되고 있습니다. 당시 국감에선 잼버리 운영 준비에 대한 지적이 있었고,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문제없다"고 당당하게 답변한 바 있습니다.
 
당시 국감에서 이원택 민주당 의원은 "배수시설이나 화장실, 급수대 시설이 늦어지고 있고, 잘못하면 준비 상태가 상당히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폭염이나 폭우 대책, 코로나19감염 대책, 편의시설 등을 다 점검해야 한다"고 꼬집은 바 있습니다.
 
당시 국감에서는 현재 문제가 된 모든 점들이 지적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예견된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안일함으로 이같은 문제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한창인 4일 전북 부안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델타존에서 한 스카우트 대원의 다리가 많은 모기에 물린듯 붉은 상처로 가득 하다.(사진=뉴시스)
 
영국·미국 등 잇단 철수…신뢰도 추락
 
상황이 이렇자 영국과 미국 대표단은 잼버리 야영장을 떠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4500명으로 가장 많은 청소년이 파견된 영국은 서울에서 시티투어 등 관광프로그램을 진행 중입니다. 싱가포르는 잼버리 일정은 함께하지만 숙소는 야영지 밖으로 옮겼습니다. 새만금 야영장의 열악한 환경에서 학생들이 생활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섭니다.
 
이후 전북지역 스카우트도 퇴소를 결정했습니다. 이유는 스카우트 영내에서 성범죄가 발생했고, 조직위 측이 즉시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전북연맹 스카우트는 지난 2일 영지 내 여자 화장실에 태국 남성 지도자가 들어와 발각됐으나, 피해자 보호와 분리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야영장 내 성범죄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전북연맹 소속 대원 80명은 퇴영했습니다.
 
외신들 잇달아  '폭염, 위생, 보건 문제' 보도
 
조기 퇴영 사퇴가 속출하면서 외신들의 비판 어린 보도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BBC방송, 가디언, 스카이뉴스 등 영국 매체들은 '폭염, 위생, 보건' 등을 문제로 참가자들이 철수했다고 소식을 전했습니다. 야영장을 떠난 참가자들이 폭염뿐 아니라 시설과 음식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29세 영국 스카우트 지도자는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가장 큰 위협으로 더위를 꼽았습니다. 더위를 피할 시설이나 극복할 서비스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주장입니다.
 
또 다른 영국 여성은 BBC 인터뷰에서 "딸에게 훌륭한 인생 경험이 될 줄 알았는데, 생존미션으로 변질됐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외신들의 잇단 질타에 '국가 망신'이라는 비판과 함께 대외 신뢰도 하락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특히 일각에선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습니다. 오는 11월 엑스포 개최지가 발표될 예정인데, 이번 잼버리 사태가 대한민국을 국제행사를 개최할 역량이 있는 국가인지 의문을 갖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대규모 국제행사인 잼버리의 성공적인 운영을 통해 부산 엑스포 유치의 디딤돌로 삼으려는 정부의 노력은 되려 총체적 난맥상만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서 조기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이 6일 서울 중구 명동 한 호텔로 향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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